‘정윤회 의혹’과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
‘정윤회 의혹’과 대통령의 소통 스타일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2.0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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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근거 없는 보도” 선긋기…‘가이드라인’ 우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연말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문건 외부 유출은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지만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회의에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처음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조금만 확인해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하면서 몰아가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문건 유출’과 ‘근거 없는 보도’라고 본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하지만 주요 언론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청와대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더 큰 문제인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은 외면했다”는 혹한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문건 유출’과 ‘근거없는 보도’라며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비선 문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미리 선을 그어버리면 나중에 나올 검찰 수사 결과를 스스로 훼손해버리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먼저 결론을 내리다시피 했으니 검찰이 그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국정 농단’은 눈감고 ‘유출·보도’에만 성낸 대통령”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한국일보의 경우 “박 대통령은 누가 문건을 유출했느냐 보다 ‘문고리 3인방’이니 ‘비선 권력’이니 하는 말이 왜 나오는지, 대통령 동생의 이름이 왜 오르내리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측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 스타일과 소통 능력,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다음은 2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2일 조간)

▲ 경향신문 = '비선 의혹'에 무조건 "루머"라는 박 대통령 /검찰은 '정윤회 의혹' 어물쩍 덮을 생각 마라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대책 여전히 미흡하다
▲ 국민일보 = 검찰은 청와대 문건 관련 수사 좌고우면 말라 /실업금여 상한액 더 올리고 물가와도 연동해야 /해외 직구 열풍보다 逆직구 걸림돌이 더 문제다
▲ 동아일보 = '비선 의혹' 일축한 朴대통령 발언에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 사회적 논의 필요하다 /인사혁신처의 너무나 非혁신적인 공직박람회
▲ 서울신문 = 靑, 문건 유출 진상조사 결과부터 공개하라 /'지배구조 모범규준' 규제완화 역행 아닌가 /'서금회' 출신 우리은행장 내정說 사실인가
▲ 세계일보 = "국기 문란 행위", 나라 바로 세운다는 각오로 규명해야 /'나라 살림 거덜' 걱정 키우는 예산안 '연장 심의' /불ㆍ탈법에 멍든 조합장 선거, 개혁안 마련해야
▲ 조선일보 = 박 대통령, '정윤회 文件' 유출만 탓할 일 아니다 /금융계 '4대 天王' 물러나니 '서금회' 판치는 세상 오나 /'1兆 배당說' SC은행 靑ㆍ국회 로비까지 벌인 이유 뭔가
▲ 중앙일보 = 검찰, 청와대 문건 유출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 /한ㆍ중ㆍ일 공용한자 808자를 교린의 새 출발점으로 /담뱃값 경고 그림 삭제는 국민건강 위해행위다
▲ 한겨레 = '국정 농단' 눈감고 '유출ㆍ보도'에만 성낸 대통령 /'저질ㆍ편파'와 함께한 종편 3년 /0%대 실질임금 방치하고 경기회복 바라나
▲ 한국일보 = '정윤회 문건' 대통령 '내용' 눈감고 '유출'만 질타 /출범 3년 종편, 균형ㆍ공정ㆍ객관성 심각한 훼손 /저소득층 실질ㆍ명목임금 갈수록 줄어든다
▲ 매일경제 = 外換거래 판도에 큰 변화 초래할 위안화 직거래 /한일관계 개선 日경제인들이 더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 핫바지 만든 SC銀 배당 꼼수ㆍ서금회 논란
▲ 한국경제 = 정부규정 아닌 노사계약에 맡기는 노동개혁이라야 /정부는 왜 그렇게 직접 장사를 하고 싶어하나 /해외 직구 열풍, 구경만 하고 있을 것인가

조선일보는 ‘박 대통령, '정윤회 文件' 유출만 탓할 일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회의에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문건 외부 유출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 문란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건을 보도한 언론을 향해 ‘조금만 확인해 보면 금방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며 ‘누구든지 부적절한 처신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건 내용과 관련해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대통령은 ‘이런 일은 국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비서실장님 이하 여러 수석과 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도 했다. 권력 내분(內紛)으로 비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억울하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선은 또 “박 대통령 말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만큼 신속한 사실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지금 국민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문건에 나온 대로 정윤회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가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날 이번 일로 충격을 받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주로 문서 유출과 언론 보도만을 문제 삼았다. 누군가 정쟁(政爭)에 써먹기 위해 청와대 공식 문서를 불법 유출했다면 대통령 말대로 ‘국기 문란(紊亂)’ 행위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것만 문제 삼고 비선 문제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미리 선을 그어버리면 나중에 나올 검찰 수사 결과를 스스로 훼손해버리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비선 의혹’ 일축한 朴대통령 발언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라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문건 유출’과 ‘근거 없는 보도’라고 본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내용의 진위를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주문했지만, 대통령이 먼저 결론을 내리다시피 했으니 검찰이 그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는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이다. 수사를 하다 보면 고소인이 예상치 못했던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대통령은 이미 결론을 내렸는데 검찰이 이와 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또 수사 끝에 대통령과 똑같은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과연 국민이 믿어줄지 알 수 없다. 1999년 옷로비 사건도 김대중 대통령은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했지만 국민이 믿지를 못해 국회 청문회와 특검 조사까지 하고 말았다. 검찰수사가 권력에 의해 예정된 결론에 이르렀다고 국민이 의심하면, 결국 다시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하는 중복조사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정윤회 문건' 대통령 '내용' 눈감고 '유출'만 질타’라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루머로 치부했다. 하지만 공직자들에 대한 전방위 감찰 활동을 하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루머나 찌라시 수준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그런 루머나 찌라시 모음 문건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공공기록물’이라고 자인한 것을 보면 앞뒤가 맞지도 않는다. 문건에 구체적 행위와 정황이 상세히 적시됐는데도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지도 않았고, 당사자들로부터 ‘아니다’라는 답변만 듣고 덮었다니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누가 문건을 유출했느냐는 것 보다 그 이면에 담긴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문고리 3인방’이니 ‘비선 권력’이니 하는 말이 왜 나오는지, 대통령 동생의 이름이 왜 오르내리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측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인사 스타일과 소통 능력,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국정 농단’ 눈감고 ‘유출·보도’에만 성낸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앞으로 진행될 검찰 수사의 결론은 이미 나와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검찰의 생리상 대통령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정했는데 그 선 밖으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문건 유출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비선 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온전히 규명되길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 됐다”고 우려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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