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가을, 연극으로 물들다
서울의 가을, 연극으로 물들다
  • 강주영 기자 (kjyoung@the-pr.co.kr)
  • 승인 2010.10.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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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연극인들의 축제…서울연극올림픽 개막

세계적인 연극 축제가 서울에서 펼쳐진다. 지난 9월 24일 개막한 ‘2010서울연극올림픽’이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 남산예술센터에서 오는 11월 7일까지 계속된다. 연극계 거장들의 손색없는 무대와 차세대 연출가들의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무대까지. 현대 연극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사랑(Sarang): Love and Humanity’를 주제로 총 13개국 40여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그중 다섯 편을 소개한다.

 

■ 크로아티아 이비짜 불랸 연출
…‘맥베스(Macbeth After Shakepeare)’

셰익스피어의 시각에 독일의 극작가 하이너 뮐러와 크로아티아 연출가 이비짜 불랸의 시선이 더해져 불안과 공포, 폭력으로 가득 차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맥베스가 태어났다. 하이너 뮐러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를 원작보다 조금 더 잔인한 방식으로 해석해 선보인 작품. 1970년대 초반 공연되자마자 연극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동독 연극사에 길이 남을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연기간: 10월 9일(토)~10월 11일(월)
공연장: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료: 전석 3만원
관람등급: 만 18세 이상
러닝타임 : 120분

내용: 연극 속 맥베스는 죄책감이나 주저함 없이 여기저기에 공포를 퍼뜨리고 다니는 잔인한 인물이다. 거친 게임과 싸움, 방탕한 성생활 등을 일삼으며 역사 속 폭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끊임없는 재앙으로 표현한다. 무대는 특별한 세트 없이 젊은 배우들의 혈기로 가득하다. 배우들의 움직임이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특히 ‘폭군’ 맥베스의 매력적일 정도로 이상하고 괴팍한 모습이 시선을 끈다.

■ 그루지야 리반 출라제 연출
…‘파우스트(FAUST)’

괴테가 19세기 초 세상에 내놓은 소설 ‘파우스트’는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리반 출라제의 작품 또한 비극과 희극이 줄다리기를 벌인다. 그의 천부적인 드라마틱한 감각은 정교하면서도 거칠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적절하게 묘사하고 무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며 관객들로부터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조명과 의상, 특수효과 등 무대 위 모든 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잘 연결돼 있다.

 

공연기간 : 10월 19일(화)~10월 21일(목)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료: 전석 3만원
관람등급: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70분

내용: 악마와 거래한 파우스트의 행복과 불행, 사랑과 배신을 통해 그가 받는 끝없는 고통과 죄책감이 이야기를 이끈다. 자선 보호 시설에 사는 한 노인은 자신을 파우스트 박사라고 생각하고, 의사들을 대천사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이라고 상상한다. 의사들이 진정제 주사를 놓자 노인은 깊은 잠에 빠져들며 파우스트로 환생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 인도 라탄 티얌 연출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 때(When We Dead Awaken)’

헨릭 입센 원작을 재구성했다. 원작의 묘미에 인도의 전통이 느껴지는 뛰어난 시각적 효과가 더해진 작품. 사람은 죽음과 동시에 깨어나지 못하는 잠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우리 죽은자들이 깨어날 때’라는 제목처럼 인물들의 비현실성과 상징주의가 중심을 이룬 형이상학적인 공연이다.

공연기간: 10월 22일(금)~2010년 10월 24일(일)
공연장: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료 : 전석 3만원
관람등급: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70분

내용: 자신의 창작품을 통해 유명해진 조각가 아놀드 루벡은 마음의 평온을 찾지 못한다. 자신의 아내 마야와의 사이도 좋지 않다. 그러던 중 마야는 사냥꾼에게 끌리기 시작하고, 루벡 역시 과거 기억 속 아름다운 여인 아이린을 만나게 된다. 아이린과 루벡은 함께 산에 오르지만 정상에 오르기 직전 눈사태가 불어 닥쳐 죽고 만다. 마야는 그 아래에서 환희의 노래를 부른다.

■ 임영웅 연출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세계적인 평론가 마틴 에슬린이 ‘연출과 연기에서 산울림의 공연은 베케트의 극을 한층 전진시킨 무대였다’라고 평가한 이 작품은 국내 및 해외 무대에 1000회 이상 올랐다. 연극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현대극의 정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꼭 봐야할 공연이자 세계 평론가와 관객들로부터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

공연기간: 10월 22일(금)~10월 31일(일)
공연장: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일반 3만원/학생 2만원
관람등급: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 2시간 30분

내용: 1969년 한국일보 소극장에서 초연된 작품. 연출가 임영웅의 필생의 역작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 예술축전 초청공연으로 선정됐으며 이듬해 한국 극단으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1990년 아일랜드 더블린 연극제 초청공연, 1994년 폴란드 비브제제 국립극단 초청 그단스크 공연, 1997년 서울 세계 연극제 공식초청공연, 1999년 서울연극제 특별초청공연, 일본 동경 초청공연 등 수많은 연극행사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에 한국 연극의 높은 위상을 알려왔다.

■ 오태석 연출
…극단 목화의 ‘분장실+춘풍의 처(Dressing Room+CHUN-PUNG’s Wife)’

1+1, 오태석 연출이 한국과 일본의 색다른 만남으로 아시아 연극의 나갈 길을 모색한 작품. ‘분장실’은 사색과 유희, 환상의 열기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춘풍의 처’는 통쾌한 해학과 신명나는 볼거리를 쏟아낸다.

 

공연기간: 11월 2일(화)~11월 7일(일)
공연장: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료: 일반 3만원/대학생 2만원/중고생 1만원
관람등급: 만 10세 이상

내용: ‘분장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원작을 무대로 옮긴 작품. 오태석 특유의 연출 색깔로 현실의 세계와 죽은 유령들의 세계가 천연덕스럽게 공존하는 분장실을 그린다. 관객을 훤히 비추는 대형거울과 바퀴를 달고 굴러다니는 화장대 등 다양한 연극적 오브제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유희적이고 코믹한 요소로 관객을 포복절도시키는 ‘춘풍의 처’는 과감하고 투박한 몸짓과 넘치는 에너지, 거짓에 대한 대담한 폭로, 익살과 풍자로 통쾌하고 흥겹다. 한량 남편 ‘춘풍’, 그를 찾아 나선 본마누라 춘풍의 ‘처’, 평양명기 ‘추월’ 모친의 치병을 위해 수중에서 올라온 ‘이지’, 위급할 때마다 나타나 박치기로 혼내주는 ‘덕중’과 그 박치기에 봉사가 된 ‘부’ 등 생략과 비약을 통해 탄생한 인물들은 공연 내내 신명나는 우리 소리와 몸짓으로 관객과 호흡한다.

연극올림픽은…

지구촌 연극 한마당
5회는 서울 유치

연극올림픽은 전 세계 유명 연출가로 구성된 연극올림픽 국제위원회를 중심으로 회마다 새로운 주제로 열리는 지구촌 연극축제다. 1995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일본(2회 1999년), 러시아(3회 2001년), 터키(4회 2006년)에서 열렸다. 2008년 연출가이자 한국공연예술센터 이사장인 최치림 씨가 연극올림픽 국제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제5회 연극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됐다.

이번 연극올림픽에는 미국의 로버트 윌슨과 일본 스즈키 다다시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출가를 비롯해 임영웅, 오태석, 손진책, 이윤택 등 국내 거장 연출가는 물론, 독일의 차세대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와 중국의 티엔 친신 등의 인기작품이 소개된다. 이란, 이스라엘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해외 유명 작품들도 대거 초청돼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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