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MA 깜짝 등장 박 대통령, 문제는 ‘왜’가 아닌 ‘언제’
MAMA 깜짝 등장 박 대통령, 문제는 ‘왜’가 아닌 ‘언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12.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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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대통령 메시지’ 의미는 무엇?

[더피알=문용필 기자] 올 한해 가요계를 결산하는 2014 엠넷 아시안뮤직어워드(이하 MAMA)가 3일 홍콩에서 열렸다. 이 외에도 몇몇 가요 시상식이 있지만 그 규모나 글로벌 관심도에 있어서 MAMA는 단연 최고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대중문화계의 빅 이벤트다.

매년 그러하듯 이번 MAMA에서도 최고의 가수들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관객들은 이에 열광했다. 상을 주고 받는 훈훈한 광경도 이어졌다. 무대는 매번 바뀌지만 해마다 되풀이 됐던 MAMA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 3일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에 영상메시지를 보낸 박근혜 대통령(사진: 엠넷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올해에는 예년과 다른 ‘특별한’ 순서가 하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등장’이 그것이다.

시상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2부가 시작되자 미소를 띈 박 대통령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쳐졌다. 보라색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박 대통령은 “국경과 인종,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가 되게 하는 문화의 힘을 보여준 MAMA가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축제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저는 문화융성을 국정기조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화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세계인들의 마음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온다는 확신 때문”이라며 “앞으로 문화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문화교류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이벤트를 지향하는 MAMA의 특성상 메시지 내용은 영문 자막으로 화면 하단에 번역됐다. 영상 중간 중간에는 박 대통령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싸이 등 이른바 ‘한류 스타’들과 함께 하는 사진도 삽입됐다.

비록 영상 메시지이지만 대통령이 특정 방송사가 진행하는 시상식에 출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칫 생뚱맞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현 정부가 ‘문화 융성’을 국정 4대기조로 삼고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를 설치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케이팝(K-POP)이라든가 영화, 문화콘텐츠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아주 크게 성장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융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억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이벤트인 만큼 ‘국가홍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 시점이다. 박 대통령의 전 참모였던 정윤회 씨 관련 문건 파문이 터지면서 이른바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이 불거져 정치권이 들썩이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연일 청와대를 향해 십자포화를 쏘아대고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쏟아지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해당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면서 의혹이 있는 것 같이 몰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대중음악 시상식’에 영상으로나마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은 그리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볼 수 없을 것 같다. 정치적 이슈와 언론보도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류열풍에 편승해 ‘문화대통령’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전에 미리 준비된 영상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호문제 등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한 직접 출연이 아닌 만큼 청와대가 주최 측과의 상의를 통해 방송여부를 조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MAMA는 국경일 기념식처럼 대통령 연설이 반드시 필요한 행사가 아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방송된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큐시트에 맞춰 움직이는 긴박한 방송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다른 콘텐츠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서민들의 삶은 너무 팍팍하다. 각 지자체별로 내년도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전세대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며 살아간다. 세월호 참사도 특별법 통과로 이제 진상규명의 첫 단추를 뀄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내외 시청자들을 향해 ‘문화융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왠지 국민정서와 동떨어져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시각일까. 청와대와 박 대통령의 보다 세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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