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6 13:15 (화)
辛이라 쓰고 神으로 읽는다
辛이라 쓰고 神으로 읽는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2.05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날로그 홍보의 기록물 <홍보의 신> 저자들과의 방담

매일 저녁 7시 무렵 어김없이 배달되는 가판신문을 보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사진자료 하나 전달하느라 광화문을 거쳐 마포, 여의도까지 신문사 순회를 해야 했다. 한 줄의 기사 때문에 기자와 맞다 틀리다 설전을 벌이다가도, 한 잔 두 잔 기울이는 소주잔에 미운 정 고운 정 토해내기 일쑤였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그땐 그랬다. 아득한 추억의 이야기 같지만 불과 10여년 전 일이다. 아날로그 홍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풍경 속 모습. 지금은 옛적의 향수로 남았다. 미디어 환경의 격변과 함께 홍보 현장도 그만큼 급변했다.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고 했던가. 잊혀져가는 홍보 스토리를 그저 낡음으로 치부하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격동의 시기’를 거친 17명의 홍보인들이 펜을 들었다. 홍보유물을 ‘홍보의 신’이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 (왼쪽부터) 신동광 ls-nikko동제련 홍보과장, 김은영 법무법인 동인 홍보팀장, 정다정 한국다케다제약 홍보부장, 양문영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홍보부장.

아날로그에서부터 디지털에 이르는 버라이어티한 홍보담을 담은 <홍보의 신>이 최근 출간됐다. 각 분야에서 ‘홍보 좀 해봤다’하는 17명의 홍보인이 뭉쳤다. 

책은 신(辛)이라 쓰고 신(神)으로 읽는다. 홍보란 맵디매운 세계를 몸으로 부딪치며 체득한 산 경험들이 ‘고전’의 무용담이 돼 다가온다.

바쁘기로 둘째가면 서러워 할 홍보인들이, 그것도 17명이나 시간을 쪼개 필진으로 참여한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웬걸. 일정에 맞춰 한날한시 같은 장소에 모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따끈따끈한 신간을 손에 쥐던 날 양문영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홍보부장, 신동광 LS-Nikko동제련 홍보담당 과장, 김은영 법무법인 동인 홍보팀장이 <홍보의 신>에 얽힌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정다정 한국다케다제약 홍보팀 부장도 뒤늦게 대화에 합류했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양문영  조철현 온북TV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얘기였어요. 조 대표는 국내 최초 보도자료 배포 대행 서비스를 한 여산통신을 창업해 수십여 년 간 홍보인들과 교류하며 홍보계 변화를 지켜봐 오셨어요. 그런 분이 달라진 홍보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안하셨고, 홍보인 네트워크를 다지는 구심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또 요즘 홍보인들 만나면 한결같이 ‘정말 홍보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치열했던 현장의 기록을 통해 서로 간 위로해 보자는 취지도 있고요.

17명의 필진을 확보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각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 양문영 前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홍보부장

양문영  제가 섭외를 시작해 나중에는 필진들도 지인을 섭외하는 식으로 넓혀갔습니다. 당초엔 20명으로 계획했는데요. 세 분이 마감일정을 지키지 못해 최종적으로 17명이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글쓰기에 주어진 시간이 열흘 남짓으로 꽤 타이트했어요. 보도자료 1~2장 쓰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A4 10매 분량의 긴 글을 마감기간 내에 완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개인적으론 2000년경 언론홍보 실무서 <너희가 홍보를 믿느냐> 필진으로 참여한 바 있는데요, 당시 주니어였던 제가 어느덧 17년차 시니어가 돼 다시 한 번 필진으로 서게 돼 더욱 의미가 남다릅니다.

김은영  저는 ‘언니의 조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요, 제목대로 사회 초년생이나 홍보를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공대 출신으로 2000년에 홍보계에 입문해 그야말로 구르면서 홍보를 배웠거든요.(웃음)

한창 정신없던 그 시절, 앞서 양 부장께서 언급한 <너희가 홍보를 아느냐>란 책을 보고 꿈을 키웠습니다. 속으로 ‘나는 언제 이런 책 내보나’ 했는데 14년 후에 두 번째 책의 필자로 제가 참여하게 된 거예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정말 묘했습니다. 14년 전 홍보인들이 쓴 책을 통해 홍보의 밑그림을 그렸던 제가, 이제는 조금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14년 후 또 다른 김다정이 될 어느 홍보인에게 이 책을 전해주고 싶네요.

신동광  원래 홍보 관련 책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제가 경험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홍보라는 일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거든요. 혼자 하기엔 다소 부담이 있었는데, 마침 양 부장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선뜻 필진으로 참여했습니다.

다들 ‘구르는 홍보’를 아는 10년 이상의 중견들인데, 이번에 책을 쓰면서 마냥 서툴었던 꼬마 때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아요.

신동광  12년 전 바보짓 많이 했죠.(웃음) 제일 기억나는 건 보도자료 써서 팀장께 가져가면 매번 피바다가 됐던 페이퍼. 인격적 모독은 기본이었습니다.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었으니까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택한 방법이 신문기사를 하루 세 개씩 베껴 쓰는 것이었습니다. 4~5달 쯤 지나니 기사가 손에 익더군요. 그렇게 고생했던 게 이후 홍보일을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 김은영 법무법인 동인 홍보팀장

김은영  저는 사보기자로 홍보를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처음부터 언론홍보가 하고 싶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대리·과장님이 보고 파지함에 넣은 10개 신문을 가져다가 점심시간에 김밥 먹어가며 코너분석을 했습니다.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안 보였으니까 남들보다 절박감이 훨씬 컸던 거죠.

그러다 회의시간에 우연히 제가 코너분석한 내용이 도움이 됐고 그때부터 팀장께서 보도자료 쓰는 연습을 시키셨어요.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그냥 제 얘기를 쓰는 것과 보도자료 작성은 너무도 다른 것이더군요. 신 과장처럼 저도 무수히 많은 빨간팬 폭격을 맞았습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빨간펜’이었으니까요.(웃음)

재미있는 게 그때 초년기에 했던 지면분석을 세 번째 직장인 이곳에서도 한다는 겁니다. 업계 1·2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언론 노출이 어려운 약점을 보강하기 위한 건데요, 패션만 도는 게 아니라 인생도 계속 도는 것 같아요.(웃음)

양문영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14년 전에 처음 썼던 책을 다시 한 번 봤는데요. 놀라웠던 건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같다는 거예요.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홍보의 시작은 ‘나에 대한 홍보’라는 점입니다.

첫 직장인 백화점에서 근무할 당시 전화 한 통을 받아도 도대체 내가 누구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지 몰랐어요. 그래서 유선전화에 출입기자 리스트와 이름들을 깨알같이 적은 종이를 붙여놓고 수화기를 들면 한 눈에 보이도록 했어요. 막내인 제가 기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일은 거의 없었기에 일단은 무조건 열심히 응대하자 생각했죠. 실제 벨이 두 번만 울려도 전화를 끌어당겨 받았을 정도니까요.(웃음)

매일매일 하다 보니 기자들과 자주 통화를 하게 됐는데, 억양은 충청도에 목소리가 하도 크고 말은 또 무진장 많다 보니 ‘도대체 넌 누구니?’ 하는 관심들을 보이셨어요.(웃음)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해서 점차 양문영이라는 이름을 인식시키고 저라는 사람을 홍보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홍보 업무를 하며 그분(기자)들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 정다정 한국다케다제약 홍보부장

정다정  대학 시절 직업에 대한 별다른 생각이 없다가 로레알에 입사해 홍보팀에 들어가게 됐어요. 로레알을 ‘모래알’로 알아들을 정도로 인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언론홍보는 물론 인트라넷 구축, 글로벌 프로젝트, 사회공헌까지 전방위로 갖가지 일을 해야 했어요. 인트라넷의 경우 에이전시와 협업하며 진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에이전시가 사라져버리는 황당한 일까지 있었고… 그래도 어쩐지 모든 게 재밌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열정적인 보스(boss)를 만난 덕에 어린 나이에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기한 건 힘든 일을 묵묵히 해내니까 (사내) 다른 사람들도 그 힘듦을 알아주더라는 거.

지난날 제 경험에 비춰 지금 홍보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이 글을 본다면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이 전부라고 생각돼도 지나고 보면 그게 아닐 수 있다. 더 넓게 보려고 노력하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 홍보의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신동광  스크랩마스터.(홍보 담당자들이 하는 스크랩 업무를 보다 편리하게 하는 온라인 지면 신문 스크랩 솔루션)

양문영  휴대폰으로 보도자료 주고받는 거. 옛날엔 여차하면 외근중이라고 핑계라도 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절대~!

김은영  밤 12시에 카톡으로 문의하는 기자도 있는걸요.(웃음) 전 가판을 안 본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 같아요. 동아일보 가판대 앞에서 경쟁업체 간 아웅다웅하다 결혼한 커플이 있을 정도로 가판 확인은 홍보 담당자의 숙명이었습니다. 가판이라는 공통된 장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경쟁사 홍보 담당자들 얼굴 볼 일이 거의 없어요. 다 온라인에서 확인들을 하니까.

정다정
 
지면을 바잉(buying)하는 것.

양문영
  지면 바잉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기업에선 홍보실을 만들지 말지 고민하다 ‘회사가 원하는 날 기사 몇 건 내는 거라면 홍보실 두지 말고, 단발로 에이전시 고용해 그때그때 (매체사) 광고국과 접촉해라’는 얘기를 한다고도 해요.

기업브랜딩이나 PI 등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없는 홍보실은 회사 입장에서 필요가 없어진 겁니다. 지금은 미디어 환경이 바뀌어서 기자도 홍보인도 다들 ‘녹색’의 노예가 돼버렸잖아요. 그럼에도 전략 커뮤니케이션만큼은 전통홍보, 즉 기자들과 부대끼며 필드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홍보인이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홍보니까요.

언론(신문)이 강할수록 홍보력도 강해졌고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통언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덩달아 전통홍보의 위기가 찾아온 게 사실입니다. 이런 때에 홍보인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은영  광고의 시대에서 홍보의 시대, 이제는 브랜드의 시대가 됐어요. 똑똑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좋은 기업이미지 그 이상의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CSR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요즘 동인이 더 좋은 로펌이 돼 사회에 기여하도록 회사 시스템이나 체계를 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 신동광 ls-nikko동제련 홍보과장

신동광  홍보는 사람과 사람이 같이 성장해야 하는 업이다 보니 순환보직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회사 내 다른 파트의 업무를 모르고 홍보에만 파묻혀 있으면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기 어렵습니다. 다른 부서 일일지라도 최소한 어떤 이슈가 있는지는 파악 가능한 정도의 깜냥은 키워야 합니다.

양문영  내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굴 통해서 일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또 요즘과 같은 인문학의 시대엔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어야겠죠. 코오롱을 퇴직한 후 산티아고로 가서 100㎞ 트레킹을 하고 왔는데요, 요즘은 만나는 분들마다 산티아고 어땠느냐는 얘기부터 물어보세요. 그런 자신만의 스토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하겠기에 얼마 전 알라딘에서 왕창 샀답니다.(웃음)

좋은 말씀 많이들 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홍보의 신> 홍보할 기회 드리겠습니다.

양문영  신이라니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저희는 만류했지만 출판사 대표께서 ‘신’을 너무 사랑하시어…(웃음) 그저 홍보를 좋아하고 홍보에 몸담고 있는 분들과 함께 공감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은영  저 역시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다만 저를 모르는 사람들만 읽어주셨으면… 민낯을 보여드리는 것 같아 부끄러워요~!

신동광  누군가 표지사진을 보고 ‘넌 어째 왕꿈틀이 같이 나왔냐’고 말씀하셨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아요.(웃음) <미생>이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요소를 생생히 그려내 힐링 드라마가 된 것처럼 홍보인이라면, (물론 어느 정도 연차는 있어야겠지만)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현장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기자의 덧  정다정 부장은 “퇴근 후에도 제 일정이 제 일정이 아니예요”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어디론가 떠나셨습니다. 정 부장을 대신하는 홍보 멘트 하나. 술술 읽힙니다~
 



필진
(가나다 순)

고봉환, 김민정, 김수연, 김은영, 서지우, 신동광, 안주연, 양문영, 오수영, 윤경림, 이세영, 이재수, 이회석, 전정아, 전효순, 정다정, 정태일 │출판사: 초록물고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