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왜 ‘직장인’에 주목하나
시대는 왜 ‘직장인’에 주목하나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4.12.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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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예능, SNS 등 직장인 공감 콘텐츠 각광

최근 드라마와 예능 등 TV 프로그램을 비롯해 광고계에서도 직장인의 모습을 다룬 콘텐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팍팍한 조직 생활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직장인의 모습에서 바로 내 자신을 느끼며 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이 다 그렇지…’

[더피알=조성미 기자] 지난 11월 중순, 대한민국의 ‘김대리’ 150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tvN 인기드라마 <미생>에서 원인터내셔널 영업3팀 김대리 역할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김대명이 내건 시청률 공약 이행 현장에서다. ‘미생 마니아’들의 높은 호응으로 당초 계획했던 50명에서 규모를 확장해 150여명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대리들의 영화관람 외에도 미생의 ‘오과장’ 역할의 이성민이 진행한 프리허그 행사에도 많은 이들이 몰렸다. 공약대로 여의도역 인근에서 출근길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리허그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안전상의 문제로 약 30분간 300여명과만 포옹을 나눠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미생>에 푹 빠진 이들이 많다. 미생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 연재됐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가히 ‘미생 열풍’이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0월 17일 방송된 1회 시청률은 1.6%에 불과했지만, 3회 만에 3.11%로 뛰어올랐다. 미생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공약 이벤트로 제시했던 3%를 가뿐히 넘긴 것. 이어 7회에는 5.15%로 5%대를 넘어서고, 12회는 6.1%로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는 원작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는 11월 셋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완간 세트가 5주 연속 1위에 올랐다.

▲ <미생>의 오과장(이성민 분)은 진짜 같은 직장인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출처: 미생 홈페이지

미생 제작진은 “직장인들은 매일 전쟁터로 출근한다”는 말로 시작해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치’가 아니라 ‘일’로 평가 받으려고 애쓰는 이 땅의 모든 건강한 직장인들을 위한 송가가 되고자 한다”며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 말마따나 직장인들의 실제 모습을 너무도 리얼하게 묘사했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미생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 광고, 오늘 당신의 모습인가요?

예능 등 여타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방송을 시작한 tvN <오늘부터출근>은 LG유플러스, 영실업, 놀부 등 다양한 기업에 취직한 연예인들이 직장인의 일상을 경험하며 겪는 일들을 담아내고 있다.

한국 경제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든든한 기둥인 샐러리맨들의 규칙적이고 조직적인 생활 속으로 들어가, 분주한 직장생활을 체험함으로써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겪는 그들의 애환 또한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각 기업 특성과 문화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에 당황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마치 CCTV로 지켜보듯,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 또 있다. 많은 직장인들이 휴일이 지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데 부담을 느끼는 ‘월요병’을 겪곤 한다. 때문에 일요일 밤에는 으레 스트레스를 받는데, 특히 KBS2 <개그콘서트>를 보고 실컷 웃다가 방송이 끝나면 급우울해진다는 이들이 많다.

이렇게 월요병과 업무 스트레스로 힘든 직장인을 위로하는 코너가 있으니 바로 지난 6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개콘의 ‘렛잇비’ 코너다. 비틀즈의 익숙한 멜로디에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담아내는 가사에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고 있다.

직장인과의 교감에 성공한 렛잇비 팀은 광고에도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롯데칠성음료의 캔커피 브랜드 ‘레쓰비 카페타임’은 렛잇비 코너에 출연하고 있는 개그맨 노우진, 이동윤, 송필근, 박은영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중독성 있는 노래와 안무를 통해 하나 되는 직장인의 모습을 긍정적이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냈다.

특히 이 광고는 한 해의 성과를 평가받는 시점이자 새해의 계획을 세워야하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인 연말, 직장인들의 모습을 담아내 더욱 눈길을 끈다. 새로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보고서를 만들면서 팀 단위 업무가 많아지고 또 팀워크가 강조되는 시기에, ‘우리는 하나’를 강조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롯데칠성음료측은 “일도 인간관계도 힘든 직장 생활이지만 그 속에서도 동료, 직장상사까지 ‘한 배를 탔다’는 동질감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광고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격한 공감 속 힐링

팀 업무와 더불어 연말 직장인들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회식이다. CJ헬스케어의 ‘헛개 컨디션’ 광고는 회식을 마치 전투 치르듯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싸이는 침을 튀기며 회식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모두 참석하라는 상사, 막내에게 컨디션을 챙겨주는 상사, 회식 소식에 기절한 척 하는 직원,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여직원의 모습까지 코믹하게 담고 있다.

여기에 싸이가 “우리에겐 아직 12병의 컨디션이 남아 있다”라고 외치며 ‘챙기자 내사람’이라는 카피가 등장, 업무의 연장이기에 피할 수 없어 즐겨야만 하는 회식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직장생활에서 동료와의 관계, 회식보다도 어려운 문제가 있으니 바로 퇴근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웅진씽크빅과 함께 남녀직장인 1098명에게 직장인들이 평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말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오늘 칼퇴근 하겠습니다’가 30.2%(복수응답)로 1위를 차지했다.

출근시간은 안 지키면 욕먹지만, 퇴근시간은 지키면 욕먹는다는 농담처럼 직장인들에게 있어서 퇴근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러한 직장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오른 출근길에 ‘퇴근하고 싶다’란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의류 브랜드 마인드브릿지의 ‘뜻밖의 퇴근’ 프로젝트는 이렇게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영상은 사무실에 출근해 문을 열려는 직원들에게 “출근하느라고 힘들었지? 맨날 열심히 일한다고 고생많지? 오늘은 그냥 퇴근해”라는 말로 시작된다.

어디에선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놀란 직원들은 두리번거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인 회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하루의 휴가를 허락한다. 뜻밖의 퇴근에 어리둥절해하는 직원들에게는 저마다 꿈꾸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선물이 주어진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유쾌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마인드브릿지 관계자는 “추워지는 날씨에 ‘직장인들에게 진짜 자유를 주자!’는 취지로 기획했고, 작지만 복지가 좋은 회사로 유명한 핸드스튜디오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직장인들에게 자유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갖고 프로젝트를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리얼리티로 심리적 거리 좁혀

▲ 한화생명 페이스북에 올라온 야근택시 제도를 알리는 콘텐츠.

또 다른 퇴근 이야기도 있다. 한화생명은 고된 야근에 지친 대한민국의 직장인을 위한 ‘야근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 페이스북(www.facebook.com/HanwhaLife)상에서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이나 목요일로 야근택시 운행 일정을 공지하면 야근하는 직장인들이 사연을 응모, 추첨을 통해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져 주는 방식이다. 매달 20대씩 지난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해 7번째까지 진행됐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구간이 한정돼 있고, 야근을 미리 예정하고 신청해야 하는 특성상 신청자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탑승객의 50-60% 정도가 개인 SNS, 블로그에 후기 게재할 정도로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페친들의 안전귀가를 돕는 ‘무상야근택시’라는 소재를 통해 한화생명이 추구하는 ‘따뜻한 동반자’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브랜드의 호감도를 증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화생명 페이스북은 직장생활과 관련된 콘텐츠로 직장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한화생명 페친들이 주로 25~34세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어, 공감이 가는 소재로 이야기하다보니 아무래도 직장생활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고,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부쩍 직장인의 일상을 다룬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에 대해 김재휘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인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은 있음직한 사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리얼리티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보는 이들에게도 부자들의 이야기, 환상 속 드라마가 아닌 일반 소시민의 이야기라는 두 부분에서 공감대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미디어를 통해 주인공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심리묘사가 있다”며 “매체 또한 손 안의 휴대기기를 통해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 것도 공감대 형성에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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