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도 납득 어려운 대통령의 ‘찌라시’ 탓
보수언론도 납득 어려운 대통령의 ‘찌라시’ 탓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2.0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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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또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무책임한 발언”

‘정윤회 문건’ 파문이 인사 개입 의혹으로 번지며 연말 정국을 강타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또다시 이번 사태를 소모적 의혹, 국정 발목잡기 등으로 규정하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선 실세’ 의혹이 경제살리기 등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까지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지만, 정치권이 발칵 뒤집어졌는데도 ‘문제없다’고만 주장하는 대통령에게서 책임지는 자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을 갖고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보도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 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또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에서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정윤회 문건 논란을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며 “드러난 사실과 의혹조차 외면한 채 ‘자기 생각’에 빠져 우기기만 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은 언론들이 없는 사실들을 지어낸 것처럼 말했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문건은 청와대 내부에서 작성돼 ‘공공기록물’로 비서실장까지 보고된 사안”이라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이미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2.7%가 비선 개입을 믿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얘기들’이라고 강조했으니 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난이 나올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고, 한국일보는 “대통령이 스스로 임명했던 장관이나 참모와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나라 망신’인데 무조건 사실무근이라고 외쳐도 우스꽝스러운 모양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8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8일 주요 신문 사설>

▲ 경향신문 = "찌라시에 흔들리는 나라 부끄럽다"는 대통령에게 /'콩가루' 문화부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서금회 논란을 '소설'로 치부한 금융위원장
▲ 국민일보 = '찌라시'라고 일축하는 대통령 발언 적절치 않다 /유언비어로 확인된 땅굴괴담 책임 끝까지 물어야 /수입업자 폭리 똑똑한 소비자라면 막을 수 있어
▲ 동아일보 = 朴 대통령, '문고리 권력' 싸고돌며 민심 돌릴 수 있나 /여론과 비판에 귀 막은 '不通 인사' 박준우 이광구 김상률 /남북관계 빅딜 위해 "유연성 없는 대북정책 반성"한다니
▲ 서울신문 = '편린' 내세워 혼란 키우는 비선실세 논란 /'관피아'보다 더한 '정피아'의 금융 점령 /개성공단 파행 부를 北의 일방적 임금인상
▲ 세계일보 = 靑, '파문 본질' 제대로 보고 국정 토대 바로 세워야 /의약계 리베이트병 못 고치고 '건강사회' 꿈꿀 수 있나 /'남북 패키지 딜' 검토… 대전제는 북한의 변화
▲ 조선일보 = '秘線ㆍ문고리 의혹'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다 /대통령 앞에선 입 닫은 與, 이러니 '靑 하도급업체' 말 듣는 것/평창ㆍ도쿄 올림픽 일부 종목 교환 검토해볼 만하다
▲ 중앙일보 = 청와대 비서실장이 안 보인다 /리베이트는 의료 시스템 망치는 탐욕의 '마약' /신기술 사업 가로막는 규제, 국회가 걷어내라
▲ 한겨레 = 여전히 '국정 농단' 모르쇠 하는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일관된 의지가 중요하다 /대표의 저질 막말로 진흙탕 된 서울시향
▲ 한국일보 = '비선실세 의혹' 대통령 인식 너무 안이하다 /금융권에 드리워지는 '新관치' 검은 그림자 /의약계 질긴 뒷거래, 동화약품 50억 리베이트
▲ 매일경제 = '겁나는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는 朴대통령 /한ㆍ아세안 협력, AEC 출범 계기 더욱 강화해야 /정치 입김 금융권 장악하느니 官피아가 낫겠다
▲ 한국경제 = OPEC 회의 이후 10일…석유시장 大혼란 속으로 /정치에 중독되고 '찌라시'에 흥분하는 浮薄한 사회 /관세청의 수입품 가격 공개 옳지 않다

조선일보는 ‘'秘線·문고리 의혹'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비선 실세 및 문고리 권력’ 논란을 보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하면서’ 비롯됐다고 했다. 의혹이 확산된 것 역시 ‘그 후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회의에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닷새 뒤 여당 지도부를 만난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조선은 “그러나 대통령의 이 발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은 이번 의혹이 언론들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없는 사실들을 지어내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지만,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문건은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했다. 이 문건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됐고 ‘공공기록물’로 등록된 문서다. 대통령 주변에 드러나지 않은 실세가 있다는 얘기가 돌았던 곳 역시 다름 아닌 청와대와 여당이었다.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윤회’라는 이름을 거론한 것은 바로 이 정권 출범 후 1년 5개월 가까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거나, 대통령이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발탁한 사람 등이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비선실세 의혹' 대통령 인식 너무 안이하다’라는 사설을 통해 “‘정윤회 문건’ 논란을 바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지난 1일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던 당시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더욱이 언론보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하고, 일련의 의혹 제기를 사실상 ‘국정 흔들기’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으로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인사개입 의혹과 ‘비선 실세’ 사이의 권력다툼 의혹을 차단하기 어렵다. 검찰과 여당에 일종의 행동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논란만 부추기기 십상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건의 사실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후속 보도를 통해 언론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문고리 권력’의 비정상적 인사 개입, 나아가 유진룡 전 장관이 직접 증언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의 비정상적 경질 절차에 대한 의혹은 분명하게 실체를 밝힐 방법이 있다. 특히 유 전 장관의 증언은 박 대통령 자신의 말이 핵심을 이룬다는 점에서 사실 여부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박 대통령이다. 따라서 ‘정윤회 문건’뿐만 아니라 그에 뒤따라 제기된 다른 의혹 모두를 ‘터무니없는 얘기’로 돌리려면, 대통령을 포함한 당사자의 설명과 그 진실성을 뒷받침할 관련 정황이나 물증 제시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또 “대통령이 스스로 임명했던 장관이나 참모와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 자체가 ‘나라 망신’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설명을 생략한 채 무조건 ‘터무니 없는 얘기’라거나 사실무근이라고 외치지 않더라도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리 없다. 청와대 공식조직을 통해 명백한 반대증거를 내놓으면 그만이다. 더욱이 일련의 의혹이 ‘국정 흔들기’이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할 심각한 우려라면 더욱 신속하게 의혹들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비서실장이 안 보인다’라는 사설에서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대단히 걱정스럽다. 현실과 민심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 청와대 오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제 주변 인물, 얼마 전까지 거느리던 청와대 내부 인사와 전직 장관들로 인해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로 시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2.7%가 비선 개입을 믿고 있다. 국민의 평균적 시각으론 청와대 안에서 찌라시 같은 보고서가 생산됐다면 무능한 것이고, 그런 사실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만용으로 비칠 뿐이다. 국민은 이번 사태가 불투명한 통치 시스템이 곪아터진 결과이며, 과감한 청와대 수술을 기대하고 있다. 고름은 결코 살이 되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아무것도 겁날 일도 없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자칫 우리 사회의 상식과 대결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더욱 두렵게 들린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여전히 ‘국정 농단’ 모르쇠 하는 대통령’이란 사설에서 “비선 개입 논란이 이토록 커진 것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이 매우 비정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당이나 정부 안에서도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어떻게 돼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말이 파다했던 터다. 웬만한 인사는 인사권자인 장관이나 기관장이 아니라 청와대와 비선이 행사한다는 말도 ‘다 아는 비밀’이었다. 그렇게 속으로 곪아가던 중에 정권 내부의 암투와 분열에 못 이겨 의혹이 물 위로 불거진 것이다. ‘국정 흔들기’나 ‘발목 잡기’라고 남 탓 할 일이 결코 아니다. 박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3인방 등 문제의 근원을 잘라내고 주변을 쇄신해 체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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