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감’을 비즈니스 모델에 담다
구글, ‘공감’을 비즈니스 모델에 담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jihern@sejong.ac.kr)
  • 승인 2014.12.0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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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온라인 생태계 바꿀 ‘고도공감력’

[더피알=김지헌] 얼마 전 옐로모바일 마케팅연구소에서 주최한 2014년 모바일 마케팅 컨퍼런스(Mobile Marketing Confer­ence; 이하 MMC)에 다녀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진행된 MMC에는 모바일 마케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기업실무자들이 강연자로 참여했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소비자 행동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와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구글코리아 김범휴 매니저의 ‘서비스의 진화, 마케팅의 정체’라는 주제의 강연은 마케팅의 핵심키워드 중 하나인 ‘공감(empathy)’이 대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연내용을 공감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신뢰 형성하는 첫 번째 단계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의 저자 홍성태 한양대학교 교수는 공감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세계를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사소통 상태’라고 정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 마음을 같이 한다는 뜻을 가진 ‘동정(sympathy)’과 달리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깨닫는다는 뜻을 가진다고 말한다.

공감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적 매력도(social attrac­tiveness)를 높여주고, 라포르(rapport, 신뢰감)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방을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공감을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1차 공감’, ‘2차 공감’, ‘고도 공감’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참고로 홍성태 교수는 비언어적 주의 기울이기, 일차공감, 고도공감, 직면의 4단계로 구분했다.

1차 공감은 상대방이 얘기할 때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떡이는 것과 같은 비언어적 행동과 맞장구를 쳐주는 것과 같은 동의를 언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차 공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대방의 입장보다 앞서서 공감해 줌으로써, ‘어쩜 내 마음을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니?’와 같은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고도공감은 상대방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내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이제 구글의 비즈니스 모델이 공감의 키워드와 어떻게 매칭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구글은 업의 본질을 ‘사용자가 필요한 시점(right time)에 필요한 정보(right information)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전략은 ‘Answer(답)’, ‘Anticipate(예상)’, ‘En­able(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줌)’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Answer’는 글자 그대로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속적인 고객과의 눈맞춤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1차 공감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포털 사이트의 검색과 구글 검색을 비교해 보면 이 말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전지현이라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알고 싶을 때 검색 창에 ‘전지현 영화’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구글은 전지현이 출연한 영화의 포스터들을 가장 상위에 보기 쉽게 제공한다. ‘그게 뭐가 대단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국내 검색포털 1위 사이트에서도 ‘전지현’을 검색하든, ‘전지현 영화’를 검색하든 모두 전지현의 프로필 정보가 최상단에 위치했다.

 

 

▲ 자료사진. ⓒap/뉴시스


현재 보완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고객과 눈을 맞추는 1차 공감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면 구글은 늘 사용자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는 1차 공감능력을 검색엔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Antici­pate’은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묻기 전에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2차 공감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글의 나우카드(Google Now Card) 서비스를 통해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백화점과 같은 대형 주차장에 주차를 해 두고 위치를 기억하지 못해 곤욕스러운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차 위치를 찍어두곤 한다.

구글 나우카드 서비스는 주인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주차장에 돌아왔을 때 묻기도 전에 주차위치를 제공해주고, 영화관에 있을 때는 영화정보를, 버스정류장 부근에서는 버스 정보를, 구글에서 검색했던 제품을 실제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지날 때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선제적(proactive)으로 제공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2차 공감능력이 뛰어난 비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 vs 아마존…공감능력 경쟁관계 놓여  
 
마지막으로 ‘Enable’은 사용자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고도공감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상의 중심이 기업이 아닌 소비자(또는 사용자)로 바뀜에 따라 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Youtube)에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카데미(Youtube creator academy)라는 서비스를 통해 타인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효과적인 동영상을 제작하는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한 때 WREN이라는 의류쇼핑몰에서는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으로 20명의 낯선 사람들을 모아서 첫 키스를 하게 하는 ‘First Kiss’라는 제목의 달콤한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흥미로운 것은 단 5일 만에 올라온 패러디 영상이었다. 20명의 낯선 사람들이 서로의 앞에서 처음으로 큰일을 보는 ‘First Shit’이 엄청난 관심을 모았다. 5일 만에 이처럼 재미있는 패러디 영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로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구글의 고도공감 능력의 힘일지도 모른다.

최근 에릭슈미트 구글 회장은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경쟁상대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빙(Bing)이나 야후(yahoo)가 아니라 아마존(Amazon)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아마존을 검색엔진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할 때 아마존을 가장 먼저 떠올리며,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을 어떻게 검색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마존은 소비자들이 좋아할지 모르는 제품을 미리 예측해 추천하는 데 매우 뛰어난 기업이다. 이는 결국 구글과 아마존이 구매제품 검색을 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공감능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공감은 이제 더 이상 불만 고객을 안정시킬 때만 중요시되는 단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 반영돼 온라인시장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놀라운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공감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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