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셀프” 눈길 끌면 무조건 OK?
“피임은 셀프” 눈길 끌면 무조건 OK?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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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인권에 대한 고민 없는 공공기관 포스터 도마위

[더피알=안선혜 기자] 양손 가득 쇼핑백이며 여자 친구의 핸드백을 들고 뒷모습을 보인 채 걸어가는 남자, 그 남자 옆으로 여자친구가 팔짱을 낀 채 뒤돌아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커플의 모습 옆으로는 “다 맡기더라도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쓰여 있다. 최근 성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보건복지부의 피임 캠페인 포스터 내용이다.

이 포스터는 남녀 버전이 각기 제작돼 대학가를 중심으로 배포됐던 것으로, 타깃층에 맞춰 다소 유머를 가미한 듯한 “피임은 셀프입니다”란 문구가 들어가 있다.

▲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배포했다가 철회한 피임 캠페인 포스터.

보건복지부는 ‘피임은 남자 혹은 여자만의 의무가 아니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해당 포스터를 제작했다고 밝혔으나, 남녀 양측 모두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해당 포스터를 철회했다.

당시 한 누리꾼은 “남자에게 피임을 맡기는 여성은 남성에게 가방을 맡기는 것보다 더 의존적이고 무책임한 여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며 이 같은 접근을 경계했는가 하면, 다른 누리꾼은 “기저에 깔린 ‘핸드백 들어달라는 여자에 대한 조롱’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여자 버전과 남자 버전 포스터를 만들어 원래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오프라인에만 배포를 했었으나, SNS를 통해 여자 버전만이 알려지면서 오해가 생겼다”며 “두 가지를 다 같이 봤다면 의미를 이해했을 테지만, 일반 국민이 한쪽 면만을 볼 수 있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다시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해당 포스터는 제작업체에서 클라이언트와의 작업 내용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트위터에 올렸다가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새로 제작한 포스터는 오는 12일에 배포될 예정으로, 남자와 여자가 등을 기대 서 있는 모습과 함께 ‘사랑은 함께다. 피임도 함께 하는 거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포스터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작한 홍보 포스터는 폐지를 실은 손수레와 여행용 캐리어를 대비시켜놓고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란 문구를 실어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일단 폐지 줍는 노인을 비하하는 듯한 시선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컸고, 동시에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함께 터져 나왔다.

공공기관들의 이같은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실수와 관련해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일수록 보편적인 인권을 기반으로 해서 광고 메시지가 나가야 하는데, 공공기관의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가 문화적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며 “정부에서도 문화적 민감성과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관점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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