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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무능이라고? 홍보 불능이라고!…‘땅콩회항’이 남긴 교훈
홍보 무능이라고? 홍보 불능이라고!…‘땅콩회항’이 남긴 교훈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4.12.12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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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오너리스크와 위기관리의 넌센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논란이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적 이슈를 집어삼킨 한 주였다.

재벌 오너가의 비상식적 ‘갑질’ 앞에 대다수 국민은 격분했고, ‘여론재판장’ 안에 들어선 조 부사장은 혹독한 비난을 받다 ‘조 전(前) 부사장’ 신세가 됐다. 자의로 휘두르던 특권을 타의에 의해 내려놓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재계 딸들의 엇갈린 명암

▲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부친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12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고개 숙여 입장하는 조 전 부사장. ⓒ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콩회항의 후폭풍은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 (딸이) 등기이사·계열사 이사직에서 다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같은 날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도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론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 직후 부적절한 대응이 이번 위기를 심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측이 발표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문’,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에 직면한 보직인사 등이 국민적 비아냥거림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것.

그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만행’을 고발하는 내·외부 증언이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계속 나오면서 위기를 심화,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한항공, 오너딸 월권에 ‘공든 탑’ 무너져

상황이 수습불가로 치닫자 여기저기서 대한항공의 ‘위기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들은 대한항공의 이번 사례를 기업 위기관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 말을 인용해 “위기대응 프로세스 재점검” “여론 모니터링 강화” “위기관리 매뉴얼 실행” “유관부서 간 신속한 협력”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대한항공이 관리를 잘못해서 위기를 키운 것이라 볼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관리 할 수 없는 위기였다고 하는 것이 맞다.

기업의 일반적 위기야 시스템대로, 매뉴얼대로 처리하면 되지만 오너발 위기는 오너의 의사가 곧 위기관리 시스템이고 매뉴얼이 된다. 그만큼 특수하다 못해 특이한 케이스가 많다.

실무에서 제아무리 ‘옳은 대응책’을 제시한다고 해도 오너가 싫으면 관철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오너의 눈 밖에 날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직언하는 용자(勇者)가 되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그렇기에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홍보인들이 한숨을 내쉰다. 남일 같지 않다는 한결 같은 목소리다.

홍보하는 사람들이라면 조 전 부사장을 변호하는 듯한 사과문의 문제를 대한항공 홍보팀이 몰랐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내부적 상황,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관련기사: 홍보와 법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속된 말로 홍보팀만 죽어날 것이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이번 일이 어느 정도 정리수순을 밟게 되면 악화된 여론을 수습 못한 ‘죄’를 홍보팀에게 물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많은 기업에서 오너리스크 이후 소방수 역할을 못한 홍보팀이 수난을 겪어왔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수습불가의 위기를 자초한 오너딸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홍보팀이라 하더라도 애초부터 관리 할 수 없는 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이 주는 진정한 반면교사는 위기시 ‘홍보 무능’ 탓을 하기보다 ‘홍보 불능’ 현실을 직시하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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