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읽는 코드 ① - 세월호가 던진 메시지
2014년을 읽는 코드 ① - 세월호가 던진 메시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1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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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난시 ‘커뮤니케이션 공백’이 필요하다

[편집자주] 누적된 사고와 반복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 2014년 한 해를 한 문장으로만 요약하자면 그렇다. 연초부터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카드3사는 홍역을 앓았고, 사망자 295명·실종자 9명을 남긴 세월호는 우리사회에 뼈아픈 과제를 남기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앞선 과정 가운데 드러난 위기관리대응의 문제점과 언론계의 기레기 논란, 공감의 부재(不在) 등은 올 한해를 강타한 주요 이슈였다. 그밖에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공개가 불러온 디지털 퍼스트 바람과 대세로 올라선 병맛 코드 등 2014년을 핵심 이슈별로 되짚어본다.

① 세월호 - 국가재난시 커뮤니케이션 공백이 필요하다
② 정보보안 - 위기 전례는 있어도 관리 전례는 없다
③ 기레기 - 자성은 벌써 옛말이 되다
④ 디지털 퍼스트 - 종이신문이 떨고 있다
⑤ 병맛 - 세상의 중심에서 비주류를 외치다
⑥ 공감 - 삭막한 세상 너와 나를 잇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휩쓴 대형 이슈는 단연 세월호였다. 사망자 295명에 실종자 9명을 남긴 이 참사는 정치·사회에 미친 여파만큼이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도 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1차적으로는 PR·마케팅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있었고, 세월호 사건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우리 사회 소통문제가 다시금 크게 주목받았다. ▷관련기사: 세월호 침몰, 10대 위기관리 실패 요인

▲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는 바람개비가 바람에 돌고 있다. ⓒ뉴시스

먼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회 전반에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PR활동을 자제하며 몸을 한껏 낮췄다. 예정됐던 론칭 행사나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잠정 연기하고, 사고수습 지원에 나서면서도 이를 바깥으로 알리지 않았다.

당시 한 기업 관계자는 “잘못 움직이면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하고 있다”며 “좋은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실종자 가족에게 누가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월호 참사로 기업들이 PR·마케팅 활동은 물론 광고 집행에 있어서도 더없이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광고 시장은 전에 없던 보릿고개를 겪기도 했다. ▷관련기사: 세월호 여파 움츠린 광고시장, ‘협찬’만이 살길이다?

통상 4·5월은 마케팅이 활성화되는 시기인데다가 당초 예상대로라면 6월 예고된 브라질월드컵과 더불어 광고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라는 국민적 이슈가 터져 나오면서 이 같은 계획들이 줄줄이 취소 내지 연기가 된 것. 덕분에 광고회사를 비롯해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하는 매체사들까지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섣불리 홍보·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였던 기업들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침몰 사건 발생 이틀 후인 4월 18일 코오롱스포츠의 모 지역 대리점은 고객들에게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자사의 이벤트 홍보를 첨부했다. ▷관련기사: “잘못 움직이면 역풍” 비통한 분위기에 몸낮춘 PR

“함께 안타까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온 국민의 바람과 기도가 더해져, 제발… 제발 무사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면서도 “더 늦기 전에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객님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20, 40, 60, 80, 100만원 이상 구매시 2, 4, 6, 8, 10만원 즉시할인”과 같은 홍보성 문자였다.

타인의 슬픔마저도 판촉에 이용하는 행태에 소비자들은 분노했고, 급기야 코오롱 본사에서는 회사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통해 “문자발송의 경위와 의도에 대한 어떤 변명이나 해명을 떠나, 대리점 관리가 소홀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며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소셜 위기관리 전문 밍글스푼의 송동현 대표컨설턴트는 “국가적 재난 시 공감 커뮤니케이션과 공백 커뮤니케이션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한데, 초기에 함께 애도를 표하는 것도 공감이지만, 일정 기간 공백기를 두는 것 또한 슬픔에 동참한다는 암묵적인 공감”이라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통제와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기념사진’ ‘황제라면’…위기시 VIP의 태도 논란, 왜?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던진 또 다른 화두는 소통 문제였다. 사고를 뒷수습하는 과정에서 총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기본이 커뮤니케이션 창구 일원화임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수습해야 할 안전행정부를 비롯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등은 서로 간 업무 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탑승객 및 구조자 수 집계조차 수차례 번복했을 정도다. ▷관련기사: 위기시 구멍 뚫린 정부 SNS 소통

각 기관마다 서로 다른 수치를 제각각 발표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고, 가장 우선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대상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에게조차 제대로 된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촌극이 벌어졌다.

당시 구조상황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 전라남도 등이 모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긴 했지만, 상호 간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구조 체계는 우왕좌왕했고, 골든타임에 동원됐어야 할 대형구조장비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후 민간 구조 그룹과 군, 해경과의 협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많은 ‘카더라’ 통신을 양산했고, 불신은 극도로 가중됐다. ▷관련기사: 세월호 정부 대응에 답답함 넘어 ‘분노 폭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좋은 교훈 중 하나는 몸으로 직접 익히는 사전 훈련 없는 위기대응은 말짱 헛것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것은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집과 같다”며 “도로주행 없이 필기시험만으로 운전이 불가능한 것처럼 위기관리 역시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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