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죽음의 복잡한 함수 풀어내야
최 경위 죽음의 복잡한 함수 풀어내야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4.12.1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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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갈수록 꼬이는 靑 문건 파문, ‘청와대 회유’ 의혹도

청와대 문건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지난 13일 14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파문이 일고 있다.

최 경위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라면 박스 2상자 분량의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에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된 바 있다. 그러나 최 경위는 이같은 혐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는 자신이 문서를 유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한 모 경위를 거론하며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자살을 선택한 건)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경찰을 지칭) 차원의 문제”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힘 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주요 신문 사설들은 “최 경위의 자살 이유가 강압수사에 의한 억울한 죽음인지 아닌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검찰 수사가 곤혹스러운 국면에 접어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뜩이나 문건 유출사건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수사 대상인 청와대가 수시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대통령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들은 그러면서 “검찰이 최 경위를 강압수사했는지, ‘청와대 회유’의 진상은 무엇인지,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를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5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끓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 모 경위의 유족이 14일 공개한 유서 중 일부. ⓒ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15일 조간)

▲ 경향신문 = 청와대, '가이드라인' 넘어 피의자 회유까지 했나 /'골목상권 보호' 법 취지 무시한 대형마트 판결 /'세월호 진상규명' 짓밟는 새누리 조사위원 선정
▲ 국민일보 = 대한항공의 얼렁뚱땅 해명이 공분 키웠다 /정윤회-박지만 암투설 성역 없이 수사하라 /제2롯데월드, 정말 안전에 문제 없는 건가
▲ 동아일보 = 총선 압승 아베, 위안부ㆍ난징학살 사죄로 韓中日관계 풀라 /이재만 특별 대우한 검찰 '국정 개입' 규명할 의지 있나 /서울 유치원 행정, 교육청 따른 학부모만 바보 만들다
▲ 서울신문 = 日 총선 자민당 압승, 평화헌법 개정 경계한다 /최 경위 자살, 檢 밀어붙이기 수사 결과 아닌가 /지자체 '문고리 권력' 전횡 차단책 시급하다
▲ 세계일보 = CIA문건 사건, "취재원 공개 강요 않겠다"는 美법무장관 /장기집권 길 닦은 日자민당, 이젠 난폭주행 접어야 /저출산ㆍ고령화 앞에 놓인 '이민 확대' 어찌 풀 건가
▲ 조선일보 = 갈수록 꼬이는 靑 문건 파문, 人事 쇄신 서둘러 해답 찾아야 /아베 자민당 壓勝, '새로운 일본' 탄생을 확인했다
▲ 중앙일보 = 이러니 짜맞추기 수사 소리 듣는다 /남북은 상생모델 개성공단 확대의 삽을 맞들라 /군 복무에 대한 합리적 보상 논의해보자
▲ 한겨레 = 최 경위가 언급한 '청와대 회유'의 진상은 무엇인가 /'회장 딸'과 함께 대한항공 범죄 혐의도 밝혀야 /'골목상권 살리기' 입법취지 외면한 판결
▲ 한국일보 =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시한에라도 합의하라 /최 경위 자살이 일깨운 문건 수사의 문제점 /골목상권 살리기 조례가 위법이라는 高法 판결
▲ 매일경제 = 압승 아베, 한ㆍ일 관계 개선 전향적 자세 촉구한다 /유가ㆍ주가 동반 폭락, 고조되는 공포지수 /"대형마트 영업규제 위법하다"는 高法 판결
▲ 한국경제 = 확산되는 경제 비관론, 구조개혁으로 넘어야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골목상권 못 살린다는 판결 /학부모들도 싫다는 혁신학교 왜 강요하나

중앙일보는 ‘이러니 짜맞추기 수사 소리 듣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수사 와중에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14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최 경위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라면 박스 2상자 분량의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에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최 경위는 혐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문서를 유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한모 경위를 거론하며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자살을 선택한 건)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경찰을 지칭) 차원의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힘 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한다’고 적었다”고 덧붙였다.

중앙은 “검찰은 우선 최 경위의 유서에서 제기된 입맞추기 수사 의혹부터 시원하게 밝히는 게 순서다.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민정비서관실의 제의’가 무엇이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선 짜맞추기 수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역시 ‘접촉도 제안도 없었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입맞추기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최 경위 자살이 일깨운 문건 수사의 문제점’라는 사설을 통해 “최 경위의 죽음은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보다는 문건 유출에 강도 높은 수사를 집중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유출 행위는 ‘국기 문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다가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정보 담당 경찰관 입장에서는 큰 죄책이 없을 만한 사안인데도, 문건 유출 부분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인물로 내몰린 결과 심리적 압박이 컸으리란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검찰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조차 조사하지 않은 채 문건을 허위로 결론짓고 유출자를 색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최 경위 자살에 따른 여론의 반작용에 부담을 느낀 듯 14일 뒤늦게 이 비서관을 소환하긴 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비선 실세와 측근 세력의 국정개입 여부가 핵심이다. 검찰 수사는 당연히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은 물론이고 나머지 비서진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련자 모두를 불러 권력 암투설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면 남은 임기 내내 짐이 될 것임을, 청와대와 검찰 모두 하루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재만 특별 대우한 검찰 ‘국정 개입’ 규명할 의지 있나’라는 사설에서 “서울중앙지검은 14일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사전 조율을 통해 취재진이 기다리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검찰이 특별히 신경을 써준 덕분이다. 이런 대우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부추길 수 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 못지않게 수사 과정 역시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와 검찰은 문건 유출 관련자를 반드시 손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정 씨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과연 진상을 밝히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검찰 수사는 정윤회 문건의 내용이 허위라는 쪽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검찰은 더이상은 일을 키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가면 검찰의 수사 결과에 불신을 초래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최 경위가 언급한 ‘청와대 회유’의 진상은 무엇인가’라는 사설에서 “따지고 보면 검찰 수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기에 그 과정이 계속 무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 비선의 국정농단 의혹이고, 그 중심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서 3인방이 있다. 비서 3인방을 통해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해온 박 대통령의 폐쇄적 국정운영 방식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러다 보니 권력 내부의 암투가 매우 심했다는 게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건의 본질엔 눈감은 채 청와대 문건 유출만 문제삼아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해버렸다. 본말을 전도하고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내려보내니, 수사를 하는 검찰이나 수사를 받는 당사자나 모두 심한 ‘정치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경위의 혐의는 문건 유출에 따른 ‘공무상 비밀 누설’이다.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가 파악한 건 이미 지난 6월이다. 그때 청와대는 100여건의 문건이 시중에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도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난리를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태의 핵심이 아닌 일선 정보경찰관이 마치 가장 중요한 범법자인 양 부풀려졌고 이것이 최 경위에겐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온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청와대와 검찰은 최 경위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조선일보는 ‘갈수록 꼬이는 靑 문건 파문, 人事 쇄신 서둘러 해답 찾아야’라는 사설에서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때까지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여당의 국정(國政) 운영이 차질을 빚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사건의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국정 운영을 정상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고리 3인방’은 물론 청와대 내부 기강(紀綱)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퇴진이 쇄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들을 감싸고도는 한 어떤 인사를 단행하고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의혹이 해소되기 어렵다. 결단성 있는 쇄신 인사를 통해 보름밖에 남지 않은 임기 3년 차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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