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송부터 빅데이터까지…시간잡는 각양각색 마케팅
CM송부터 빅데이터까지…시간잡는 각양각색 마케팅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12.1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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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브랜드는 왜 하필 ‘월요일 오후 2시 16분’일까

시간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렸다. 같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째깍째깍 지나가는 순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마케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른 기업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시간도 어떤 기업에게는 고객과의 소중한 접점의 순간이다. 다소 고전적이지만 그 파급력과 효과는 여전히 건재한 마케팅 방법, ‘타임마케팅’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타임마케팅의 또다른 형태는 특정시간이나 요일을 제품의 이미지와 연동시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가 매년 11월 11일 하면 떠오르는 롯데제과의 빼빼로다.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연인들이 꼭 챙겨야 하는 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여준상 교수는 “특정 기업이 특정날짜를 마케팅 한 아주 보기 드문 성공사례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빼빼로데이는) 선물증정과 연관되는데 선물을 주고받는 예식행위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잘 표출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11번가는 자사 큐레이션 쇼핑 ‘쇼킹딜’을 ‘쇼킹딜11시(십일시)’로 명칭을 변경했다.(사진제공:11번가)

타임마케팅 전략을 이용해 장기간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식품전문기업 오뚜기의 카레제품이 여기에 해당된다. 과거 ‘일요일은 오뚜기카레’라는 가사의 CM송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의 CF를 접한 이들의 머리에 각인돼 있다. 이는 ‘오뚜기카레’가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원동력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의 푸딩제품인 ‘쁘띠첼’은 차별화된 방법을 통해 타임마케팅에 나선 케이스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쁘띠첼 스윗푸딩 온라인 데이 마케팅’을 진행했다. ‘피곤한 월요일 2시 16분, 푸딩하자!’는 메시지를 페이스북 댓글로 남긴 참가자들에게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왜 하필이면 ‘월요일’이고 ‘오후 2시 16분’일까. 이는 해당 시간대가 가장 피곤하고 달콤한 음식이 필요하다는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것이다. CJ제일제당은 개인정보 취득 없이 수집 가능한 블로그, 트위터 등 온라인상의 버즈정보 6억5000만여건을 토대로 요일별 피로도를 분석했는데 부정적 버즈량이 월요일에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 시간대별로는 오후 2시경 가장 큰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속성은 달콤하다. 단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스트레스가 가장 높아지는 시점에 스위트푸딩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연상작용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사이트 11번가의 ‘쇼킹딜 11시(십일시)’는 특정시간대에 자사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하면서도 앞서 언급한 타임세일전략을 함께 활용한 케이스다.

쇼킹딜 11시는 원래 ‘쇼킹딜’이라는 이름으로 론칭됐다. 그런데 11번가가 만드는 큐레이션 쇼핑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명칭을 바꾸게됐다. ‘11번가’라는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이 회사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쇼킹딜 11시의’ 구매자 패턴을 분석한 결과 평일은 오전 11시, 휴일은 오후 11시에 구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1번가는 매일 오전 11시 룰렛게임을 통해 최대 99%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쇼킹룰렛 럭키딜 99%’를 상시 운영한다.

두 달이 지나면 읽지 못하는 책

특정시간대에 특정 제품을 연상시키는 타임마케팅에 대해 여준상 교수는 “특정시간대와의 강력한 연관성이 있어야 의미부여가 되고 소비자들도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며 “의미부여가 크지 않으면 일회성으로 반짝이다가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실패한 ‘데이마케팅’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타임마케팅의 형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을 이용한 다양하고 기발한 마케팅 방법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케이스도 있다.

아르헨티나의 출판사인 에테르나 카덴샤(Eterna Cadencia)는 지난 2012년 책을 펼친 후 2달이 지나면 글자가 모두 사라지는 책을 출간했다. 공기와 만나면 지워지는 특수잉크를 사용해 책을 인쇄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밀폐된 포장 형태로 이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이른바 ‘기다리지 않는 책(The Book That Can't Wait)’이다. 소비자가 책을 구입한 후 오랫동안 이를 읽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막는 목적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소치동계올림픽 기간 중 리얼타임 팩션(Real Time Faction) 광고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끝난 12일 새벽 2시 24분 방송된 이 광고에는 이 선수가 세운 올림픽 신기록 ‘37초 28’과 ‘대한민국 첫 금메달’, ‘이상화 올림픽 2연패!’가 적힌 응원보드를 들고 환호하는 응원단의 모습이 담겨있다.

오전 12시 40분에 경기가 끝난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이같은 광고를 선보인 것. 이날 오전 3시 55분에는 이 선수의 실제 경기 중계 영상까지 포함된 광고가 방송됐다.

▲ 삼성전자가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중 선보인 리얼타임 팩션 광고.(사진제공:삼성전자)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경기 직후 실제 경기 영상을 방송국으로부터 협조 받아 방영된 이번 광고를 위해 몇 개월간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 방송국 등 여러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아온 타임마케팅의 진화가 앞으로 또 어떤 첨단 요소와 결합해 새로운 방향으로 펼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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