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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읽는 코드 ③ - 기레기의 유행
2014년을 읽는 코드 ③ - 기레기의 유행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4.12.1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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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은 벌써 옛말이 되다

[편집자주] 누적된 사고와 반복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 2014년 한 해를 한 문장으로만 요약하자면 그렇다. 연초부터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로 카드3사는 홍역을 앓았고, 사망자 295명·실종자 9명을 남긴 세월호는 우리사회에 뼈아픈 과제를 남기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앞선 과정 가운데 드러난 위기관리대응의 문제점과 언론계의 기레기 논란, 공감의 부재(不在) 등은 올 한해를 강타한 주요 이슈였다. 그밖에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 공개가 불러온 디지털 퍼스트 바람과 대세로 올라선 병맛 코드 등 2014년을 핵심 이슈별로 되짚어본다.

세월호 - 국가재난시 커뮤니케이션 공백이 필요하다
정보보안 - 위기 전례는 있어도 관리 전례는 없다
③ 기레기 - 자성은 벌써 옛말이 되다
④ 디지털 퍼스트 - 종이신문이 떨고 있다
⑤ 병맛 - 세상의 중심에서 비주류를 외치다
⑥ 공감 - 삭막한 세상 너와 나를 잇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각종 오보와 자극적·선정적 보도, 인권 침해가 난무하는 언론계를 향한 국민적 감정의 폭발이 일어났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쳐 만든 ‘기레기’라는 신조어의 사용이 유행처럼 번졌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타이틀을 붙여대던 일부 매체 기자들을 향한 조롱의 표현이 세월호 침몰 당시 주요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가 발화점이 되면서 언론계 전반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 세월호 사고 긴급구조가 시작된 시점에서 보험금 지급액을 거론하며 빈축을 산 mbc 보도 화면 캡처(위), 네이버에서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들에 보낸 메일 내용.

당시 MBC가 세월호 사고 당일 수학여행 단체여행자보험 보상 내역을 소개했는가하면, JTBC 앵커는 생존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심지어 타이타닉 등 선박사고 영화로 검색어 낚시질을 하는 등 지상파, 종편, 인터넷매체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 언론의 뻔뻔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관련기사: 대한민국 언론,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속보경쟁에 취한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승선자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실시간 퍼 나르고, 중대한 사안에 대한 진지한 태도보다는 이슈를 팔아대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한 현직 언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그리 좋은지 앵커와 기자들은 하루 종일 잔뜩 흥분해서 날뛰고, 무엇을 잘못 먹었길래 여기자는 생글생글 웃으며 주접을 떠는가. 시정잡배라도 그럴 수는 없다… TV수상기를 때려 부수고 싶었다”는 말로 막장 언론의 현실을 개탄하기도 했다.

다만 JTBC의 경우,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자신이 앵커로 있는 <뉴스9>에서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에 나서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특히 이후부터 ‘깊이 있는 뉴스’를 지향하며 각계와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사고 현장인 진도 팽목항에서 사흘간 뉴스를 진행하는 등 참사 희생자 및 유가족을 배려하는 행보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BS 보도국의 막내기수라고 할 수 있는 38·39·40기 기자 10명도 당시 사내 보도정보 시스템에 세월호 보도와 관련한 양심고백 성격의 글을 게시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관련기사: 공영방송 KBS·MBC, 어쩌다 이리 됐나)

▲ 자료사진=지난 5월 8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항의하던 모습. ⓒ뉴시스

한 기자는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내며 외면했습니다.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면서요”라고 스스로를 꼬집었으며, 다른 기자는 “요즘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레기 중 기레기’입니다. (중략) 순간순간 비겁함이 모여 지금의 ‘개XX’ 같은 상황을 만든 것 아닌가 반성합니다. (중략)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왜곡된 속보경쟁과 부정확한 보도의 남발로 사실을 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는 반성은 이후 ‘재난보도 준칙’ 제정으로 이어졌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 10개항을 발표한데 이어 9월엔 5개 언론단체와 협의해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했다.(관련기사: 언론단체 공동 ‘재난보도준칙’ 선포)

재난 시 언론의 취재와 보도 기준을 담은 공동 준칙이 마련된 건 처음으로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여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한국편집기자협회 등도 동참의사를 밝히면서 총 15개 언론단체가 이를 실천하기로 했다.

이런 일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은 크게 바뀐 바 없다는 절망스런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10월 <더피알>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선 최소한의 반성모드란 게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슈가 세월호 특별법 정국으로 넘어가면서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왜곡보도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대놓고 비난하고, 참사에 대한 피로감을 강조하면서 그만 덮고 가자는 식의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쓴소리였다. (관련기사: ‘기레기’ 외침 6개월, 언론계는 얼마나 달라졌나)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세월호 사건이 언론계 전반에 전에 없던 각성의 기회가 됐고, 그러한 자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자성이 실질적인 취재보도 관행의 변화로 실천되고 있는지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치열한 취재경쟁, 독자의 관심을 끄는 선정보도와 같은 언론의 구조적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추창근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말초적인 것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독자의 관음증 앞에 언론도 공적기능을 포기한 채 끌려가고, 지금은 관음증을 언론이 주도하는 모양새”라며 “변질된 언론문화 속에서 누구도 벗어날 마음도, 자신도, 능력도 없는 듯해 안타깝다”는 의견을 피력하며 자성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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