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혹시 ‘미디어콘드리아(Mediachondria)’?
당신도 혹시 ‘미디어콘드리아(Mediachondria)’?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4.12.23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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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병원쇼핑, 의사쇼핑 안 하려면…

[더피알=유현재]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라는 말이 있다. 건강염려증 혹은 심기증(心氣症)을 의미하는 하이포콘드리아(Hypochondria)와 사이버공간(Cyber Space)을 합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대체로 전문가들에 의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을 모아서 스스로 해석해 자신의 질병상황을 단정한 다음, 걱정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사람 혹은 그러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사이버콘드리아들은 각종 건강 관련 웹사이트나 블로그, SNS,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등을 주요 정보원으로 삼고 컴퓨터 모니터나 모바일 앞에서 스스로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고 질병의 상태를 단정 짓는다.

물론, 자신이 감지한 증상을 언급하는 정보들에 노출된 다음에도 덮어놓고 “괜찮을 거야”를 외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반대의 상황 또한 최근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지속된다고 했을 때, 이른바 사이버콘드리아들은 계속해서 위궤양이나 암 등 상대적으로 심각한 질병일 수 있다는 정보들만 취사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정보의 양이나 사례가 훨씬 많은 단순 소화불량이나 신경성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들으려 하지 않고, 최악의 시나리오만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증 사이버콘드리아들은 급기야 병원에 가기도 전에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알려진다. 지속적 우울감은 육체적 쇠약으로 이어지고, 육체적 무력감은 다시 본격적인 우울감을 동반할 수 있다.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TV콘드리아로 전락하는 시청자

물론 대다수의 사이버콘드리아들은 자가진단의 후속조치로서 일선 병원에 방문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의사는 검사를 마친 후 “별 것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사이버콘드리아들은 이번에는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국 스스로 이미 진단을 내려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처치 혹은 처방하지 않으면 더욱 불안해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하는 것이다.

사이버 상에서 본인이 수집한 정보들을 맹신하며 의사들에게 공격적 질문을 불사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사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건네지 않을 경우 결국 ‘병원쇼핑’, 혹은 ‘의사쇼핑’을 시작하게 된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괴로운 나날을 영위하게 되는 상황은 개인에게나 사회 전체에게나 비극임에 틀림없다.

블로그와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 등 건강 관련 다양한 정보들을 대중에게 공급하는 장치들이 대폭 증가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풍부해진 건강정보들은 아마도 대중의 건강이슈들에 대한 이해정도, 즉 헬스리터러시(Health Literacy, 사회 구성원이 자신 혹은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해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현명하게 적용 및 활용)를 상승시키는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정보의 과잉이 차라리 독이 되는 상황 또한 감지되면서, 개개인의 분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 사이버 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 이외에도, 각종 TV 건강프로그램들에 의해 전해지는 정보들도 가히 홍수 수준이다. 기존의 공중파에도 다수의 건강 프로그램들은 포진해 있었지만, 특히 종편의 본격화와 함께 의사와 한의사 등이 출연해 다양한 건강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의 숫자는 급증한 상태이다. (관련기사: 의사인가? 쇼호스트인가? ‘닥터테이너’의 탄생)

의료인이 중심 역할을 맡아 건강 관련 주제를 메인으로 다루는 프로그램들도 다수이지만, 예능인지 교양인지 모를 만큼 의료인들이 여타 연예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콘텐츠를 구성하는 프로그램들도 정말 많아졌다.

문제는 이처럼 선택의 폭이 극도로 넓어진 시청자들 가운데 사이버콘드리아에 버금가는 ‘미디어콘드리아’ 혹은 ‘TV콘드리아’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TV에 등장하는 소위 ‘닥터테이너’ 혹은 ‘관련 전문가’들의 말을 금과옥조로 생각하며, 이번에는 모니터 앞에서 자신의 병을 진단하고 믿고 싶은 대로 단정해버린다. (관련기사: 건강 프로그램이 건강을 해친다?)

다매체 시대 신종질환의 경고음

이 같은 질환(?)에 빠진 콘드리아들은 병원에 내원해 의사와 면담하면서도 “TV에서 봤는데~”를 연발하며 자신의 믿음을 확인받으려는 성향을 보인다. TV에 나와서 인지도를 높이기보다 진료실을 묵묵히 지키며 환자를 돌보는 의사들에게는 당황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비해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은 너무나 쉬워졌고 장소 또한 다양해졌다. 아마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이 접하는 미디어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고, 100세 시대니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건강이슈들을 향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들, 의료소비자들은 대단히 조심하고 경계할 사항이 있다. 정보에 대한 우수한 분별력을 소유해야 하는 것이다. 건강정보를 습득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보에도 품질이 있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이버콘드리아, 미디어콘드리아, TV콘드리아는 생각보다 심각한 증후군일 수 있으며, 증세가 지속될 경우 투입되는 물적, 정신적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중증 미디어콘드리아는 도리어 전반적인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디어콘드리아, 다매체시대에 발견되는 신종질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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