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PR]전문가 인터뷰/이미지 메이킹 보다 가치를 쌓아야
[Consumer PR]전문가 인터뷰/이미지 메이킹 보다 가치를 쌓아야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10.21 1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기철 교수는 PR은 홍보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이며 지속적 생태관계를 만들어 가는 그물망이라고 주장한다. 저서 중 ‘세상에서 가장 쉬운 광고책’은 대한민국 50대 광고대행사가 뽑은 광고인 필독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밖에 공동 저서인 ‘마케팅PR’, ‘통합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IMC’와 ‘패러다임 사고학’ 등 다수의 PR 광고 서적이 있다. 박 교수의 주전공은 가치 경영(브랜드 경영), Marketing Communications, Branding PR이다.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다면?
기업마다 소비자PR의 대표적인 툴로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많이 활용합니다만 이 또한 마찬가지로 관계성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기업 모두 고객과의 릴레이션십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타깃 마케팅을 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만 전락시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더 많은 매출을 얻기 위해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수단 말이죠.

소비자PR 전략은 어떻게 바뀌어야 된다고 봅니까?
PR에서 전략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것도 문제가 있는 용어입니다. 마케팅은 전략적이어야 하지만 PR은 전략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략(戰略)은 말 그대로 싸울 전, 꾀 략자를 씁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객과 싸워 이길 일이 뭐가 있습니까? 전략이 아니라 고객과 관계 맺기입니다. 전략이라는 말 보다는 순리라는 말이 옳은 말이겠죠. PR은 전략적으로 해야 되는 게 아니라 순리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PR 방향은 어떻게 잡아가야 합니까?
순리라는 측면에서 PR은 내실을 충실히 채울 때 이익도 생기고 좋은 이미지도 형성되는 것이지 억지로 이미지를 좋게 하고 억지로 이익과 매출을 올리기 위한 PR은 하나의 인위적인 전략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PR을 순리대로 채워 나가면 분명 차고 넘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소비자PR 수준은 어떻게 봅니까?
국내 기업들의 소비자 대응 수준이 과거와 달리 개선되고 좋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CRM 기술들도 많이 생겼고 마케팅 기법들도 좋아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관점에서는 지금의 수준을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환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쟁을 통해 상대를 밟고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기를 통해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소비자PR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마케팅, 홍보를 지금보다 잘 할까 보다는 PR의 근본인 관계의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소비자PR의 좋은 예가 있습니까?
브랜드가 남들보다 더 비싼 값을 받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됩니다. 역으로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한 어떤 실체가 바로 브랜드입니다. 얼마 전 LG전자가 스마트폰 운영체제 문제로 소비자들에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LG전자 블로그에 수많은 불만사항이 올라왔지만 LG전자가 모두 신속하고 진솔하게 대응했습니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좋은 사례지요. LG전자가 자체적인 철학을 통해 그런 대응이 이뤄졌다면 정말 좋은 소비자PR 사례가 될 겁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소비자PR은 어떻게 달라져야 된다고 봅니까?
TGIF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소셜미디어인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을 일컫는 약자입니다. 분명히 지금 시대는 매스미디어 시대가 아니라 소셜미디어 시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화된 소셜미디어가 많아도 소비자PR에 대한 마인드와 철학이 없으면 단지 전달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TGIF는 홍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과 다각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생겼다고 봐야 합니다.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효율적인 전달 수단이 바로 소셜미디어인 셈이죠.

기업들의 소비자PR,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미지는 허상입니다. 기업들이 홍보활동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접근입니다.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가치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PR에 대한 기업들의 근본적인 시각은 탑다운 측면에서 고려돼야 합니다. 담당직원들은 현실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만큼 CEO가 철학을 갖고 진정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콜센터 등의 고객접점 부서 운영은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대부분의 기업들 콜센터는 잠재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습니다. 콜센터를 통해 기업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우리기업을 접한 고객, 우리 매장에 찾아온 사람, 우리 제품을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 등의 고객에게 좋은 체험 기회를 주고, 또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결국 좋은 고객 관계가 형성됩니다. 물론 이상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욕심을 부려서 하는 것이 사실은 이상이고 환상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는 이상과 현실이 도치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이니까요.

소비자PR을 잘 못하면 기업에는 어떤 상황이 발생합니까?
일례로 도요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JIT(Just In Time)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각 공정이 공급받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면서 가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품 공급업체와의 좋은 관계 유지가 성장 배경의 밑바탕이 됐죠. 때문에 부품의 제고를 줄이고 적절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부품을 공급 받았고 그 관계에 힘입어 도요타의 품질도 좋아지고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었던 겁니다. 단순히 고객관리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닌 거죠. 하지만 도요타가 급성장하면서 욕심을 냄에 따라 부품업자와의 관계가 흔들리고 그에 따라 부품의 질이 떨어지니 결국 고객 관계마저 무너지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근본적인 철학을 깨고 단기 성과 중심의 욕심 때문에 순식간에 위기로 치닫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의 경영체제가 전문 경영인 체제에 또 단기 성과 위주로 돼 있습니다. 기업이 지나친 욕심을 줄일 때 진정한 고객과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