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열풍, ‘한철 특수’였나
텔레그램 열풍, ‘한철 특수’였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4.12.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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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검열’ 의혹 가라앉으면서 관심도 급감…‘카톡 아성’ 넘기엔 역부족

[더피알=문용필 기자] 이른바 ‘사이버 검열’ 의혹이 불거진 이후 높은 보안성을 앞세워 급격하게 국내 사용자들을 확보했던 독일산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telegram)’(관련기사: 당신이 텔레그램을 쓰는 이유)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카톡 검열 의혹’에 휩싸였던 카카오톡이 지속적인 보안강화 정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 텔레그램의 사용자 환경이 익숙하지 않고, 카카오톡처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호기심’에 텔레그램을 설치했던 상당수 사용자들이 ‘방치’로 돌아섰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이른바 '사이버 검열 의혹' 이후 한때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폭발적인 이용자 급증세를 보였던 텔레그램 (사진:텔레그램 홈페이지 캡처)

텔레그램에 대한 관심은 ‘사이버 검열’ 이슈가 점점 사그라들면서 눈에 띄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국내 앱스토어 무료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까지 차지했던 텔레그램은 12월 30일 기준으로 100위권 안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톡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사용자들도 감소하는 추세다. 닐슨코리안클릭이 지난달 21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 9월 4만명에서 10월 한때 172만명까지 이용자(추정치)가 치솟았다. 당시는 사이버 검열 의혹이 한참 이슈화되던 시기다.

그러나 지난달 초에는 113만명까지 이용자가 감소했다. 이에 반해 카카오톡은 10월부터 2600여만명 이상의 이용자 수를 쭉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에 대한 온라인상에서의 언급량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30일 온라인 여론 분석툴 ‘펄스K’를 통해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까지 텔레그램 관련 멘션량을 살펴본 결과, 10월 9일 3017건에 달하던 것이 한 달만(11월 9일)에 211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12월 9일에는 157건에 불과했다.

물론, 이같은 데이터가 텔레그램 이용량을 보여주는 절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한참 텔레그램이 국내 이용자들에게 급부상하던 시기에 비하면 텔레그램에 대해 느끼는 관심도가 상당히 줄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텔레그램의 인기가 한풀 꺾이게 된 데에는 오랫동안 카카오톡을 써오던 사용자들이 느끼는 생소함이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텔레그램이 국내 이용자들을 급격하게 늘렸다고는 하지만 카카오톡에 비하면 그 수치가 상당히 적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소셜미디어 전문가인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혼자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내 카카오톡 친구들이 모두 텔레그램으로 옮긴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럴 만큼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으로 가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카카오톡은 이미 가장 편리하고 유용한 도구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었다”며 “텔레그램이 효용성이나 감성적인 면, 기능적인 특성에 있어서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큼의 가능성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한 소장은 “메신저는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데 기존 자신이 연락하던 사람들은 (거의)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고 텔레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사람 중 (실제로) 이를 쓰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은 기존에 (카카오톡을) 써왔던 문화와 다르다”며 “왓츠앱과 텔레그램이 비슷한데 왓츠앱을 쓰는 사람도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지난 10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sns 상에서의 텔레그램 관련 멘션량 추이(자료:펄스k)

이같은 시각은 단지 전문가들의 의견만은 아니다.

‘카톡 검열 논란’이 불거질 당시 텔레그램을 설치했다는 30대 여성 직장인 김모 씨는 “다른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아서 (텔레그램 사용이) 불편하다”며 “보안성과 관련해서도 한바탕 이슈가 불고나서 이에 대한 관심도가 시들한 것 같다. 주위 사람들도 잘 안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카카오톡이 지속적인 보안대책을 내놓은 것도 텔레그램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킨 요소로 보인다.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는 ‘카톡 검열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 10월 이석우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의 감청요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관련기사: 다음카카오 ‘감청영장 불응’…신의 한수? or 급조 대책?) 이달에는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해 1:1 비밀 채팅 모드 기능을 카카오톡에 도입했다.

비밀채팅 모드에는 암호를 풀 수 있는 키를 서버가 아닌 개인 단말기에 저장하는 ‘종단간 암호화(end-to end encryption)’ 기술이 적용됐는데 암호화된 대화내용은 일정기간 서버에 저장되지만 이를 풀수 있는 암호는 대화 당사자의 휴대폰에만 저장된다. (관련기사: ‘프라이버시 강화’ 카카오톡, 1:1 비밀채팅 도입)

아울러, ‘카톡 검열 의혹’ 이슈가 또다른 대형 이슈들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상황이 조성되면서 텔레그램의 보안성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도 반감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사람들이 (검열의혹을) 굉장히 큰 문제라고 느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분이 편리성이나 유용성에 묻히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가장 큰 장점이 탁월한 보안성인 만큼 이에 민감한 이용자들이나 텔레그램에 어느 정도 적응한 이용자들은 텔레그램과 카카오톡을 병행하거나 텔레그램만 사용하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30대 후반 남성 박 모씨는 “주로 많이 쓰는 메신저는 카카오톡”이라면서도 “애인, 혹은 친한 지인과 지극히 개인적인 대화를 할 때는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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