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소통 리더십’ 또 도마 위
대통령의 ‘소통 리더십’ 또 도마 위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4.12.3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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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청와대 비공개 회동에 “제식구만 챙긴다”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일이자 대선승리 2주년인 지난 19일 새누리당의 친박 중진의원 7인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사실이 알려져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10차례 여야(與野) 정치인들을 만났지만 모두 공식적인 행사였다. 여당 의원들을 별도로 초청해 비공식 회동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에 따른 국정 쇄신, 인적 쇄신, 공무원연금개혁 처리방안, 경제살리기 등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된 것으로 보도됐다.

박 대통령도 한 해를 보내면서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대상이 친박 핵심들이어서는 국민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가 없다. 특히 국정 현안이 당 지도부가 배제된 채 친박 핵심 인사들과 은밀히 논의돼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지금 ‘비선 실세 의혹’을 계기로 지지도가 떨어지며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전면적인 국정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향해 박수 쳐주는 ‘친위(親衛) 세력’보다 국정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31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주요 신문 사설>(31일 조간)

▲ 경향신문 =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세밑을 /대선개입 두 사이버사령관에 면죄부 준 군 법원 /초미세먼지 막을 단기 대책도 필요하다
▲ 국민일보 = 공무원과 기업의 검은 유착 무관용으로 엄벌해야 /공공기관 인턴제도가 실적관리에 불과했다니 /정부는 "2014년 국정 잘했다"고 評할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대통령이 親朴만 챙겨서야 '소통 리더십' 발휘할 수 있겠나 /'장그래法' 비정규직 기간 2년보다는 4년이 낫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외친 甲, 2014년이 告한다 "너내려"
▲ 서울신문 = 한ㆍ일 관계개선 앞서 원칙은 반드시 짚어야 /노사 모두 불만인 비정규직 대책 보완해야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얼굴 없는 천사들'
▲ 세계일보 = 공무원 눈치 보는 의원들…'연금개혁' 제대로 하겠나 /비정규직 대책 갈등, '큰 눈'뜨고 해답 찾아야 /경기도 바꾸는 '남경필 혁신', 박수받을 만하다
▲ 조선일보 = 朴 대통령, '제 식구'만 따로 만나 제대로 소통 되겠나 /CEO까지 뒷돈 받는 무역보험고사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 /한ㆍ미ㆍ일 '군사 約定', 美 서명 후 사흘이나 숨겼다니
▲ 중앙일보 = 야당 대표 경선, 개혁 비전으로 승부하라 /'김영란법' 4년째 국회 문턱 못 넘다니 /비정규직 대책은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
▲ 한겨레 = '연대와 대중성 회복'이 진보개혁세력의 살길 /청년을 화나게 하는 '무개념 아저씨'들
▲ 한국일보 =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정부의 국정과제 인식 /청와대-친박인사 비공개 회동 부적절했다 /외교현안까지 국민 속이고 거짓말한 국방부
▲ 매일경제 = 한국경제 2014년 아쉽지만 희망의 싹도 틔웠다 /기업인 가석방ㆍ생계사범 사면 여야가 합의해보라 /새누리 꽁무니 빼는데 공무원연금 개혁 성공할까
▲ 한국경제 = 자기파괴 충동이 지배했던 2014년, 안녕!

조선일보는 ‘朴 대통령, '제 식구'만 따로 만나 제대로 소통 되겠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새누리당 친박계 3선(選) 이상 의원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10차례 여야 정치인들을 만났지만 모두 공식적인 행사였다. 이번처럼 박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을 별도로 초청해 비(非)공식 식사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진 건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가장 많이 받은 비판이 ‘불통(不通) 정부’라는 것이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여론에 귀를 열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그러나 모임이 이뤄진 시기와 참석자들의 면면은 다른 정치적 오해와 평가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비선(袐線) 실세 의혹’을 계기로 지지도가 떨어지며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전면적인 국정 쇄신’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향해 박수 쳐주는 사람보다 국정의 문제점을 있는 그대로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할 때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또 “박 대통령은 내년에 공무원연금 문제를 비롯한 개혁 과제들을 이뤄내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계파(系派)나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밀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은 여당 내 ‘친위(親衛) 세력’인 친박계의 중진들만 따로 불렀다. 초청받지 못한 여야 의원들은 대통령이 자기 식구들만 따로 만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겠는가. 역대 대통령들마다 정권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임기 3년 차를 앞둔 시점에 자기 세력부터 단속하는 것으로 권력 누수(漏水)를 막아보려 했지만 대부분 허사였다. 박 대통령도 같은 의도로 이번 청와대 모임을 가졌다면 전직(前職)들과 다른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이 親朴만 챙겨서야 ‘소통 리더십’ 발휘할 수 있겠나’라는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승리 2주년인 19일 새누리당의 서청원 유기준 서상기 의원 등 친박계 중진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그동안 ‘정윤회 문건’ 파동을 비롯해 골치 아픈 국정 현안이 많았기에 박 대통령으로서도 한 해를 보내면서 누군가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 대상이 하필 친박 핵심들이어서는 국민에게 좋은 느낌을 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기적으로도 좋지 못하다. 새누리당 내 친박, 비박계의 갈등은 거의 비등점에 다가간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장 임명과 경기 수원갑 당협위원장 선출 문제를 놓고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신년회에 초청받은 새누리당 인사 명단에 친박계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포함된 반면 당 서열이 더 높은 비박계 이군현 사무총장이 빠진 것을 두고도 의도적이라는 뒷말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아는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왕따’시키고 친박 핵심들만 비공개로 만났으니 계파 간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다. 의도적으로 김 대표 체제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애국가 가사처럼 ‘괴로우나 즐거우나’ 국정을 논의할 파트너는 여당을 이끄는 김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다. 여야를 초월해 국정을 펴야 할 대통령이 특정 계파의 수장 같은 인상을 줘서야 어떻게 전체 정치권과 국민을 대상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친박인사 비공개 회동 부적절했다’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누군들 만나지 못할 게 뭐 있으며, 무슨 이야기인들 듣지 못할 게 뭐 있겠는가. 구중궁궐에 있는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들을 불러 식사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듣고 싶은 얘기만 할만한 인사들이라면 ‘소통’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진언(進言)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 현안이 당 지도부가 배제된 채 친박 핵심 인사들과 은밀히 논의돼야 하느냐는 데 이르러서는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김무성·이완구 대표 체제의 국회 운영이 미덥지 못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당 안팎에서 대통령의 의지, 선호가 어디에 실려있는지 셈을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지도부는 위축되고, 청와대와 연결된 친박 비선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 리더가 힘을 잃고, 사분오열된 조직이 잘 됐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소통과 포용력에 대한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준 친박 회동이 여권 내 불협화음을 부추기고, 결국에는 국정의 난맥상을 이끌게 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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