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때론 너무 심각해서 탈이다
우린 때론 너무 심각해서 탈이다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5.01.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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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힐링] 언터처블 : 1%의 우정

[더피알=이동익 기자] 사랑에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공식은 우정에도 통할까. 소득기준 상위 1%의 전신마비 백만장자와 무일푼 흑인 부랑자가 친구가 된다는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은 덥석 믿기에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 <언터처블:1%의 우정>은 전신마비 백만장자와 무일푼 흑인 부랑자가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엄청난 재력과 문화적 소양을 겸비한 필립(프랑수아 클뤼제)은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고루 갖춘 삶이지만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내를 잃었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목 이하는 모두 마비된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지만 충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덕택에 최선의 의료적 조치를 취하고 있고, 어떠한 생활의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기는 해도 삶에 대한 무력감과 답답함에 시달힌다.

한편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아프리카의 세네갈로부터 프랑스로 건너오게 된 드리스(오마르 사이)는 사회의 최하층과 다를 바 없는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고, 딱히 학력도 기술력도 없는데다가 범죄 경력마저 있는 실업자 신세다.

생활보조금이라도 벌기 위해서 우연히 들르게 된 필립의 집에서 필립의 수족 노릇을 하는 간호인 역할을 시작하게 되면서 둘의 특별한 만남은 시작된다.

눈물이 없어 더욱 감동적인 영화

휴먼코미디 장르의 이 영화는 장애인-비장애인 사이의 관계를 사람-사람의 동등한 관계로 풀어낸다. 다만, 여느 휴먼드라마처럼 신파적 요소는 찾아볼 수 없다.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대신 자연스러운 유머와 웃음을 적절하게 배치해 시종일관 관객의 눈과 귀를 화면에 잡아둔다. 비결은 농담이다. 두 남자의 재치 넘치는 농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끈적거리는 웃음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영화는 극적인 사건 없이 흘러가지만 이야기는 유려하다. 여타의 휴먼드라마처럼 주인공의 눈물이나 격한 배경음악을 깔며 덜 익은 감동을 주입하고 불행을 곱씹지 않는다. 사지마비는 자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주고받을 뿐이다. 실화인 덕에 고통도 웃음과 섞여 일상의 연장선 속에서 함께 한다.

▲ 영화 <언터처블:1%의 우정> 장면.

필립과 드리스의 소소한 우정이야기를 통해 소통과 상생이 결핍되어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웃음과 여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드리스에게 필립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필립에게 보였던 과잉친절은 베어있지 않았다.

간병인 면접을 보던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사회복지를 향한 대의를, 약자에 대한 배려를 지루하게 늘어놓는다. 하지만 드리스는 장애인인 필립이 안중에도 없다. 필립은 장애를 가졌고 드리스는 가난하지만 그것이 서로에게 약점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정확히 친구일 수 있었다. 그저 담배를 나눠 피고 적당한 유머를 나누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밤거리를 함께 산책한다.

“진짜 장애는 웃을 일이 없는 것”

친구 앞에서만큼은 스스럼없어지는 것, 그래서 과장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바로 우정이다. 필립과 드리스의 사이에는 그런 우정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들에겐 장애와 가난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와도 같다. 둘은 서로의 콤플렉스를 대할 때도 예의나 동정 같은 위로의 제스처는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둘은 장난과 농담으로 같이 웃는다.

연민도, 의심도, 동정도, 동경도 아닌,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바라보는 이들만이 주고받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농담. 드리스의 시원시원한 웃음소리에 결국 필립은 드리스를 떠나보낸 후, 이렇게 말한다. “내 장애는 휠체어가 아니라, 드리스 없이 살아야 한다는 거라는 걸.”

영화를 보는 내내 필립의 신체적 장애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드리스에게도 가난은 신체적 장애에 버금가는 장애로 작용한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 사람들 누구에게나 자기의 삶을 고되게 하고 좌절하게 하는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우리는 콤플렉스를 너무 심각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것이 결국 상처로 곪아버렸는지도. 영화에 줄곧 흐르는 유쾌한 농담이 이 점을 잘 지적해준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 진지했거나 무거웠다면, 새해부턴 드리스가 웃을 때 그의 까만 얼굴 위로 드러내는 하얀 치아만큼 가볍게 웃어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우린 너무 많이 울어왔으니까.

언터처블 : 1%의 우정(Intouchables Untouchable)
2011/112분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톨레다노
배우: 프랑수아 클뤼제, 오마 사이, 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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