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화재 참사, ‘묻지마’식 규제완화가 피해 키워
의정부 화재 참사, ‘묻지마’식 규제완화가 피해 키워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5.01.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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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새해 열흘 만에 또 인재…안전불감증 그대로

참사로 얼룩진 2014년을 넘기고 새해를 맞은 지 열흘만에 또다시 재난의 공포가 일상을 덮쳤다.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도심에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26명이 다쳤다. 불은 10층 높이 오피스텔 건물 1층 주차장에 세워 둔 오토바이에서 시작돼 인근 차량들로 번졌다. 건물 외벽을 따라 올라가던 불길은 강풍을 타고 인접한 다른 오피스텔과 아파트 등으로 옮아붙었다.

이번 화재는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식으로 건축물 규제를 완화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아파트의 건물 사이 기준은 6m인데 반해 도시형생활주택은 1m 이상이면 된다. 이번에 불이 난 3개 건물 사이의 거리는 각각 1.5~1.7m에 불과해 옆 건물로 삽시간에 불이 번졌다. 10층 건물이라 11층부터 적용되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소방차 진입로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주요 신문 사설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안전사고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임이 드러났다”며 “이런저런 규제를 풀어 주면서 안전에 신경을 덜 쓴 게 참사를 불러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에서 멀쩡히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할 수 있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주택 관련 규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12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사설이다.

▲ 11일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연기에 그을린 자국들이 참혹했던 사고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뉴시스

<주요 신문 사설>

▲ 경향신문 = 김영한 사퇴로 '경찰 회유 의혹' 덮을 수 없다 /'정동영 탈당'과 새정치연합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 키운 정부의 규제 완화
▲ 국민일보 = 의정부 화재, 왜 피해 컸는지 조목조목 규명해야 /꼴불견 '갑질' 역지사지로 풀자 /유류세 그냥 놔두고 업계 팔목 비틀려 하나
▲ 동아일보 = 국민안전처가 ‘우수 지자체’로 뽑은 지 열흘 만에 참사라니 /안보리 결의한 北핵실험 중단은 '꼼수' 대상 될 수 없다 /"사외이사도 분식회계에 책임 있다" 는 대법원의 경종
▲ 서울신문 = 從北 없는 민주·민생 진보의 길 제대로 가라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부른 의정부 아파트 화재 /日, 끝내 정신적 불구 국가 되려 하나
▲ 세계일보 = 언론의 자유, "테러와 겁박으로 얽맬 수는 없다" /정동영 탈당과 야당 분열, '국민의 뜻' 제대로 살펴야 /人災에 또 멍든 의정부 화재, '안전 재무장' 해야
▲ 조선일보 = 朴 대통령 회견 새로운 상황 인식 보여주는 轉機 돼야 /'실신 청년에 열정 페이'라니 良心의 문제다 /몇 달 주기로 벌어지는 사고, 대형 참사 前兆일 수도
▲ 중앙일보 = 의정부 화재 참사…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치자 /민정수석 항명, 면직으로 어물쩍 넘길 일인가 /명분을 찾기 힘든 정동영의 야당 탈당
▲ 한겨레 = 기존 '남북 정상 합의' 존중부터 확실히 해야 /규제 완화가 부른 의정부 화재, 다른 곳은 안전한가 /정동영 전 의원 탈당이 우려스런 까닭
▲ 한국일보 = 정부 혁신은 청와대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선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정착에 힘써야 /허술한 법ㆍ규제가 화재 피해 키웠다
▲ 매일경제 = 朴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분명히 밝혀야 할 것들 /화재 취약 도시형생활주택 안전 전수검사를 /세수결손 우려만 말고 세출 구조조정 제대로 하라
▲ 한국경제 = IoT시대…규제 개혁 없으면 국제 낙오자 /기름값이 아니라 유류세가 참 묘하다 /해외 개발원조 ODA, 공짜 퍼주기는 모두에게 손해다

서울신문은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부른 의정부 아파트 화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10일 발생한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도심의 대형·고층 아파트가 화재에 얼마나 속수무책인지 여실히 보여 준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대형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은 여전히 낙제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도 그대로임이 드러났다. 한번 삐끗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는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데도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식으로 건축물 규제완화를 했던 것이 이번 화재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서민 주택을 늘린다는 명분하에 이런저런 규제를 풀어 주면서 안전에 신경을 덜 쓴 게 참사를 불러왔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건물 화재 때는 4층에서 시작된 불이 불과 20여분 만에 37층까지 번져 집이 전소되기도 했다. 이번 의정부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전국 아파트와 고층 건물의 방화 시설을 전면 재점검하고 소방법 등 관련 규정의 미비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역시 ‘의정부 화재 참사… 소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치자’라는 사설을 통해 “이번 사고는 안전에 대한 무방비가 대형참사로 이어진 어처구니없는 도시형 재난”이라고 보며 “문제는 대봉그린아파트와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전국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중앙은 “값싼 주택 공급을 위해 소방·주차시설 등의 의무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안전 규제마저 풀어버림으로써 수십만 명의 거주자가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안전은 우리 사회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곳곳에 구멍은 뻥뻥 뚫려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몇 달 주기로 벌어지는 사고, 대형 참사 前兆일 수도’라는 사설에서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버스터미널, 요양원, 관광지 펜션 등 다중(多衆)이 이용하는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빚는 일들이 몇 달 간격으로 벌어졌다. 정부는 그때마다 실태 조사를 벌여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국에 수없이 널려 있는 안전 사각(死角)지대에 모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란 사실이 이번에 또 증명됐다”고 질타했다. 

조선은 “사고를 남의 불행으로만 생각하는 안전 불감증도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당국이나 국민 모두가 몇 달 주기로 벌어지는 이런 사고들이 또 다른 대형 참사의 전조(前兆)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허술한 법·규제가 화재 피해 키웠다’라는 사설에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 섣부른 규제 완화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거듭 확인됐다”며 “법과 제도를 다 지켜도 집에서 멀쩡히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할 수 있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안전 고려를 결여한 주택 관련 규제를 총체적으로 점검해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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