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이케아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 김지헌 세종대 교수 (jihern@sejong.ac.kr)
  • 승인 2015.01.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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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경쟁에서 이기는 브랜드 역할 분담

[더피알=김지헌] 가구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스웨덴의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가 지난달 18일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의 문을 열었다.

개점 전 이케아의 일부 제품에 포함된 지도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과, 다른 국가에서 판매되는 동일 모델의 국내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시장 진출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관련기사: 이케아 향한 소셜 호감도 급락

▲ 가구브랜드 이케아(ikea)가 지난달 18일 국내 1호점인 광명점의 문을 열었다. 이케아 입장을 위해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뉴시스

일부 언론에서는 월마트처럼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래지 않아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개점 일에는 매장오픈 1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질 만큼 이케아는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이케아 광명점은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축구장 8개 규모의 초대형 매장으로 일상생활을 반영한 65개의 쇼룸과 8600여개의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이 점에서 아직 매장을 방문하지 못한 필자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올만하다.

개점 첫날의 인기를 감안하면 이케아 매장 방문객들의 글들이 SNS를 뜨겁게 달구었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케아 매장을 둘러본 고객들의 탐방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이케아의 본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푸드코트라는 얘기를 들으면 조금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이는 첫 방문객들이 축구장 절반 크기나 되는 푸드코트의 엄청난 규모에 한번 놀라고, 2000~3000원대의 저렴한 음식 가격에 또 한 번 놀랐기 때문일 것이다. 2000원짜리 김치볶음밥과 3900원짜리 불고기덮밥은 요즘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 충분히 버즈(buzz·구전)를 만들 만하다.

이케아는 쇼핑(retail)과 즐거움(entertainment)을 결합한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라는 신조어에 가장 적합한 쇼핑몰이라 정평이 나 있다. 푸드코트 또한 구매의 즐거움을 주려는 이케아의 이러한 판매 철학을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케아가 파는 저렴한 푸드코트 음식 뒤에는 맛있게 먹고 힘을 내서 좀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해달라는 고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있는지도 모른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음식은 가구를 더 팔기 위한 미끼상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저렴한 가격의 햄버거로 유인하고, 수익이 많이 남는 감자튀김과 콜라로 돈을 버는 맥도날드와 비슷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자신이 파는 모든 제품으로부터 수익을 얻으려 하기보다 각 제품의 역할분담을 통해 포트폴리오가 창출하는 전체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브랜드 포트폴리오(brand portfolio) 전략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역할분담으로 전체 수익 극대화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은 주력브랜드(flagship brand)를 보완해줄 수 있는 동일기업이 운영하는 타 브랜드의 4가지 역할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첫째, 방패브랜드(flanker brand)이다. 이는 경쟁브랜드로부터 주력브랜드가 잠식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인텔은 경쟁사인 AMD가 좀 더 저렴한 경쟁브랜드를 출시해 펜티엄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자, 주력브랜드인 펜티엄의 가격을 낮추기보다 저가의 방패브랜드인 셀러론을 출시해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둘째, 돈줄브랜드(cash-cow brand)이다. 대체브랜드가 출시된 후에도 특별한 노력 없이 수익창출이 가능한브랜드의 경우, 지속적으로 유지해 주력브랜드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자금 확보에 도움을 주는 브랜드를 의미한다. 일례로 농심은 새로운 주력브랜드인 신라면 블랙을 출시한 이후에도 신라면을 구매하는 고객들을 100% 전환시킬 수 없었으며, 따라서 신라면을 돈줄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저가형 진입브랜드(Entry-level brand)이다. 이는 특정 제품범주 내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브랜드로, 주력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유도를 목표로 한다. 아모레퍼시픽이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내놓은 한방화장품인 한율의 경우, 30~40대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고가의 한방화장품인 설화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저가형 진입브랜드이다.

마지막으로 실버불렛 브랜드(silverbullet brand)이다. 매출에 대한 기여도는 크지 않지만 주력브랜드의 이미지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시장에서 퇴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브랜드를 말한다. 즉, 폭스바겐의 뉴비틀과 같은 해당기업의 소위 간판브랜드를 의미한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의 장점은 무엇일까? 휴브라인(Heublein)의 보드카 브랜드인 스미노프(Smirnoff)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보드카 시장점유율 1위 브랜드인 스미노프는 1달러 저렴한 경쟁브랜드인 울프슈미트(Wolfschmidt)가 출시되면서 상당한 위협을 느끼게 됐다.

넓은 시야로 전체 브랜드를 바라보라

이때 휴브라인이 생각한 2가지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미노프의 가격도 1달러 내려 울프슈미트에 직접 대응하는 방법. 둘째, 스미노프의 광고와 프로모션을 강화해 브랜드이미지를 제고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결국 휴브라인의 전체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휴브라인은 이 두 전략을 버리고 제3의 대안인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방패브랜드로 울프슈미트와 동일한 가격의 렐스카(Relska)를 출시했으며, 가격이 더 저렴한 포포프(Popov)를 추가해 스미노프의 고품격 이미지를 강화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고객들만 스미노프를 구매하게 돼 스미노프의 점유율은 다소 감소했으나, 렐스카가 울프슈미트를 효과적으로 방어했으며, 포포프가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전체이익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스미노프, 렐스카, 포포프는 맛과 생산비용이 거의 비슷한 브랜드인데, 가격조정을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꿈으로써 전략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브랜드의 역할 분담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별로 현재와 미래의 수익성을 따질 것이 아니라 기업이 운영하는 전체 브랜드들의 조합에서 발생하는 수익성을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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