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5-25 23:46 (월)
보기 싫은 ‘온라인 문신’ 지워드려요
보기 싫은 ‘온라인 문신’ 지워드려요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1.19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정적 게시물 삭제 대행 ‘디지털 세탁소’ 눈길

[더피알=박형재] ‘잊혀질 권리’를 내세워 온라인상의 과거 흔적을 지워주는 평판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에 퍼진 기업 비판 게시글이나 개인의 사생활 정보를 일일이 찾아 삭제해 주는 것이다. 이들은 한 순간의 실수가 온라인에 남아 평생 ‘주홍글씨’로 따라다니는 건 가혹하다며 ‘온라인 입소문’도 관리해 준다고 강조한다.


기업 악평 삭제 서비스, 홍보팀에겐 희소식?

“기업 악성댓글을 수집·분석·삭제하는 서비스입니다.” 기업들의 ‘온라인 입소문’을 관리해주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국내 평판관리 업체는 10여곳에 이른다. 이들은 ‘잊혀질 권리’를 앞세워 기업에 대한 악성 비난이나 비판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련 글 삭제를 대행한다.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들은 회사명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6개월이나 1년 단위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력한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 위치정보에 기반한 지도서비스 댓글까지 삭제할 수 있다고 업체들은 설명한다.

데이터 삭제 방법은 이렇다. 우선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 중 고객이 지우고 싶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프로그램을 통해 검색한다. 이후 고객의 요구사항과 기술·제도적 삭제 가능성을 고려해 수작업으로 삭제 범위를 추린 뒤 삭제 절차를 진행한다. 포털사이트 등에 올라온 데이터는 해당 업체에 삭제를 요청하고, 개인 홈페이지 등에 떠 있는 데이터는 작성자의 IP 주소를 추적해 사이버경찰과 함께 대응하는 식이다.

이런 검색과 삭제를 1년간 대신 해주는 비용은 데이터 확산 정도 등에 따라 개인고객은 50만~300만원, 기업고객은 최고 3억원에 달한다.

데이터 삭제 전문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우리는 삭제 위주로 온라인 평판관리를 진행한다. 민감한 악성댓글이나 사실이 아닌 내용,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는 악성 게시물을 찾아내 포털사이트 등에 삭제를 요청하고 입소문을 관리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중에는 식품회사나 인터넷 홈쇼핑 업체 등 소비자와 직접 상대하는 기업에서 관리 요청이 많이 온다”며 “기업 이미지가 생명인 소비재 기업들은 칭찬 댓글 100개보다 비판 댓글 1개가 훨씬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평판관리업체 맥신코리아도 이와 비슷한 일을 한다. 맥신코리아도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라온 부정적 게시물의 삭제를 대행한다. 이와 더불어 검색 결과를 긍정적인 게시물로 대체하는 업무도 한다.

▲ 취업이나 이직을 앞둔 직장인들도 온라인 평판관리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됐다. (자료사진) 이력서를 작성하는 한 구직자. ⓒ뉴시스
맥신코리아 한승범 대표는 “평판관리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온라인 삭제, 다른 하나는 평판관리 및 제고다. 두 개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경우에 따라 100% 삭제되지 않을 때도 있다. 언론사 기사나 P2P에 많이 퍼져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이럴 때는 접근성을 통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예컨대 마약을 범죄자가 갖고 있는데 이를 없앨 수 없다면, 범죄자를 무인도에 고립시켜 사람들이 접촉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평판관리는 기업 홍보팀의 업무와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검색력이다. 기업 홍보팀에서도 악성댓글, 게시글을 찾아낼 수는 있지만 위기상황시 한 번에 수천개씩 생기는 댓글을 모두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대행업체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기업에서 직접 문제가 된 게시글을 내리거나 작성자와 접촉하는 등 민감한 사안을 대신해줘 편리하다고 귀띔했다.

한 대표는 “악재가 터졌을 때 기업 내부에서 직접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홍보팀에서 게시물을 잘못 건드리면 여론몰이 혹은 조작 의혹에 휩쓸릴 수 있다. 이럴 때는 제3자가 평판관리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시선을 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인도 평판관리하는 시대

온라인 평판관리는 기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옛 연인과의 섹스동영상이나 자신의 누드사진처럼 성적인 정보부터 과거 블로그 기록, 카페 활동, 정치성향을 담은 댓글까지 부끄러운 흔적을 지우기 위해 평판관리 업체를 찾는다.

놀라운 것은 일반인 의뢰 중 60% 가량이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의 사연은 이런 식이다. ‘새로 사귄 같은 반 남자친구가 벗은 몸을 보고 싶어 해서 사진을 보내줬어요. 근데 얘가 사진을 단체 카톡방에 공유하고 SNS에도 올렸어요. 죽고 싶어요.’

김호진 대표는 “청소년 관련 데이터는 무료로 삭제해주고 있다. 철없던 시절 작성한 글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거나 자살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대신 보건복지부 등에서 지원받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취업이나 이직을 앞둔 직장인들도 온라인 평판관리는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가 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450명을 대상으로 ‘SNS가 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력서 항목에 ‘트위터·페이스북·블로그 같은 SNS 주소를 적는 칸이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아니다’라는 답변은 77.8%로 나타났다. ‘그렇다’는 응답은 22.2%였다. 기업 5곳 중 1곳은 입사지원자의 SNS 이력을 참조한다는 뜻이다.

▲ 자료: 사람인
지원자의 SNS를 확인한다고 답한 인사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41%가 ‘실제 생활 모습이나 인맥·사회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이 SNS를 통해 지원자의 평소 모습을 판단하는 것이다. ‘지원자가 이력서에 기재한 SNS를 직접 들여다본다’는 인사 담당자도 73%에 달했다. 특히 ‘SNS를 통해 지원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다면 당락에 영향을 미치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다소 그렇다’는 답변이 57%에 달했다.

면접장에선 확인할 수 없는 실제 모습을 찾기 위해 온라인 흔적까지 확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온라인 평판이 인사 평가 항목으로 떠오르자 대비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람인이 현재 SNS를 사용하고 있는 구직자 344명을 대상으로 ‘구직 시 회사에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SNS 계정을 따로 만들 의향이 있나’라고 묻자 응답자의 38.6%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직자들은 취업용 SNS를 운영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내용에 대해 ‘언행·단어 사용’을 가장 많이 꼽았다(67.4%). ‘계정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84.2%에 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