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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저널리즘, ‘정치논리’ 빼고 ‘시장논리’ 따라야
혁신저널리즘, ‘정치논리’ 빼고 ‘시장논리’ 따라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1.19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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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2015 언론계 혁신 로드맵 ①
뉴욕타임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짚은 <혁신보고서>는 디지털 시대를 맞은 한국 언론계에도 적잖은 파동을 일으켰다. 혁신 없이는 생존도 없다는 냉정한 명제가 저널리즘 시장을 관통하는 중이다.

디지털 전환기를 맞은 한국 언론계의 기회와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답을 찾기 위해 저널리즘 혁신가 3인이 의기투합했다. <혁신저널리즘>이란 책을 최근 펴낸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 이성규 블로터미디어 기자,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그린 2015 한국 언론계의 혁신 로드맵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혁신저널리즘, ‘정치논리’ 빼고 ‘시장논리’ 따라야
② 충성독자 20만명이면 한국 들었다 놨다 할 수도
③ 모바일 퍼스트에서 이용자 퍼스트로

▲(왼쪽부터)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성규 블로터미디어 기자,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박사. / 사진: 성혜련 기자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해 5월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전 세계 언론에 적잖은 영향을 줬습니다. 그에 비춰봤을 때 책 <혁신저널리즘>은 국내 언론계를 향한 ‘혁신제안서’ 같은 느낌입니다.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요.

강정수 박사(이하 강) 디지털 시장, 환경에 맞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문법들을 찾자는 겁니다. 한국도 지난 20여 년간 온라인 저널리즘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을 해왔어요. 하지만 전통 프린트 매체(=종이신문·잡지)를 디지털화하는 수준이었지 깊이 있는 고민은 없었습니다.

반면 북미나 유럽에선 2013년부터 디지털 환경 그 자체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이 있어왔어요. 그러한 흐름을 많이 담았습니다. 시장의 원칙들을 새롭게 익혀나가는 혁신적인 저널리즘은 어떤 것이며 그들의 고민은 무엇이고, 한국 저널리즘이 새로운 20년 역사로 가는 데 필요한 지점을 짚고자 했습니다.

최진순 기자(이하 최) 지난 십수년간 혁신이 한국 저널리즘 지평을 관통해 오면서 혁신하라는 외침은 많았지만 시장, 환경, 관행, 문화라는 벽에 번번이 부딪혀왔습니다. 그저 남들(다른 언론사)이 하니까 나도 하자 정도지, 우리 조건이나 실정에 맞는 혁신의 방법들을 찾아가는 작업은 더뎠고 후순위로 밀쳐졌어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한국 언론 지형에서 열심히 혁신을 추구하는 분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이 책은 완결판이 아니고 진행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진술들을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성규 기자(이하 이) 저는 기술과 저널리즘 관련 ‘소프트웨어화’를 화두로 잡았어요. 과거 전통미디어는 고속윤전기의 영향으로 많은 부수를 발행할 수 있었고, 그것이 곧 매스미디어 역사가 시작되는 기점이 됐습니다.

1800년대 초 미국에서 일어났던 급속한 기술발전, 새로운 흐름들이 지금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역사적 교훈을 받아들여 현재의 기술을 수용했을 때 앞으로 저널리즘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저널리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디지털과 모바일이 불과 몇 년 만에 커뮤니케이션 환경, 패턴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소비자(독자)는 무섭도록 빨리 바뀌었는데, 지적하신 대로 언론계 혁신 움직임은 더뎠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한국 언론계 디지털 현황을 평가한다면.

▲강정수 박사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거기에서 중요한 건 온라인 저널리즘이에요. ▷관련기사: 2014년을 읽는 코드 - 기레기의 유행 국내 언론은 네이버로 상징되는 포털의 실검(실시간 검색어) 어뷰징(동일 뉴스콘텐츠 중복전송)을 탈피할 수 없는, 일종의 함정에 빠져 있어요.

그 바탕에는 ‘클릭 지상주의’, 다시 말해 ‘클릭=돈’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고요. 하지만 이제 배너광고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클릭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저널리즘 자체로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저널리즘을 골병들게 하는 가장 큰 문제는 ‘보험성 광고’라고 생각해요. 언론들이 자기 퍼포먼스에 의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위력에 의해 돈을 벌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기사: 매체 범람, 광고 실종… WHY?

상품(뉴스콘텐츠)이 시장에서 안 팔리면 상품을 바꾸고, 그래도 안 통하면 조직을 바꾼다던지 하는 절박감의 논리가 작동하는데 한국 언론계는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가 과도하게 지배합니다. 이러니 언론사 전체 매출에서 10%도 안 되는 닷컴조직에 힘을 실어줄 리 있나요? 혁신이 안 되는 거죠. 혁신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따르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국 디지털 시장은 해외처럼 크지 않아 혁신에 대해 낙관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뭘 해도 규모를 일으킬 수 없다는 자괴감과 선입견이 있어요. 거기에 포털이라는 플랫폼 사업자가 언론시장을 왜곡된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고, 언론사도 휩쓸려 가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돼 왔습니다.

그런데 2015년을 기점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고변(高變)이 일어날 것으로 봐요. 올해 삼성전자가 광고물량을 10~20% 줄이겠다고 선언한 건 일시적인 게 아니에요. 우리 경제 주체 중 하나인 대기업들의 경영리스크가 완전히 구조화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짜이고 있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뉴스 조직은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어요.

선택의 카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기존에 해오던 업무나 관행, 태도를 디지털로 이행하는 하나의 분기점을 맞이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엔 소수자들이 끌어가는 ‘왜소화된 혁신’이었다면 이제는 혁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성규 기자

지구레코드사라고 아세요? 옛날에 LP음반 1위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폐허가 됐어요. 그만큼 새로운 기술은 시장 변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변인 중 하나입니다. 기술적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시장에는 늘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했어요. 음반기획사가 하던 역할을 지금은 YG, SM 등이 하고, 서울음반이 멜론으로 바뀐 것과 같이.

이때 뉴플레이어들은 기존의 올드플레이어를 인수하거나 방치하는데, 이런 흐름은 역사적으로도 많이 봐왔습니다. 미국 언론시장에서 아마존이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고, 이베이 창업자가 새로운 매체를 창간하는 등 신(新)권력의 구(舊)권력 흡수 현상이 한국 언론시장에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어요. 기존 플레이어가 기술 흐름에 잘 적응해서 재탄생하게 되면 존속할 수 있겠지만, 많은 부분은 새로운 플레이어에 흡수되거나 도태되지 않을까요?

디지털 혁신을 포함해 변화하는 국내 언론 환경을 얘기하면서 포털과의 적대적 혹은 공생적 관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국내 언론계에서 포털을 배제하고 살아남기는 쉽지 않은데 서로 간 발전적 방향은 없는 건가요?

포털은 주로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 탓을 하지만, 포털 역시 언론에 양보하고 고쳐나가야 할 점이 분명 있어요. 가장 큰 불만은 새로운 형식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없다는 점입니다. 10년 된 구닥다리 포맷을 언론사에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물론 네이버 등 포털이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대화 자리를 마련하면 언론사들은 클릭률을 좀 더 끌어올리려는 희망사항을 얘기하고, 네이버는 방어하기에 급급합니다. 언론은 발전적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지 못하고 포털도 새로운 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어 늘 평행선이에요. ▷관련기사: 네이버는 언론사들에 왜 ‘미운털’이 박혔나

기술의 문제와 함께 또 하나는 데이터입니다. 네이버 등 포털은 기본적인 데이터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언론사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언론사 고객(독자)들이 좋아하는 뉴스는 물론, 포털에서 한 달에 소비되는 뉴스 흐름들이 어떤지도 알려주지 않아요. 현재 네이버가 언론사를 도와준다는 건 옛날 종이신문을 DB화하는 정도입니다. 근데 그건 네이버에도 도움 되는 일이잖아요.

반면 구글은 벨기에, 프랑스 등에서 새로운 기술 펀드를 조성해 주고 있습니다. 질적으로 차이가 있죠. 포털과 언론사 간 극단적 갈등이 표출된 사건이 구글의 스페인 뉴스시장 철수 선언이지 않습니까. 한국도 그렇게 되기 전에 포털과 언론이 어떻게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포털 문제에 대한 강 박사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서비스로서의 뉴스에 대한 부분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널리즘이 디지털화되는 국면에서 뉴스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느냐는 독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의 문제에요. 독자들이 뉴스 콘텐츠를 더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각 언론사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입니다.

포털과의 경쟁에서 언론이 왜 밀릴까요? 간단해요. 포털이 서비스 품질이 높기 때문이죠. 포털은 뉴스를 한꺼번에 모아서 보기 쉽게 큐레이션하고, 모바일에서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최적화된 형태를 제공합니다. 이용자 개개인 입장에서 관심 있어 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기도, 또 댓글을 통해 담론에 참여할 기회도 풍부합니다.

이에 비해 언론사들은 갈수록 서비스 질이 떨어져요. 콘텐츠가 좋은 것 같아 읽으려 하면 온갖 광고들이 다 따라붙어 사용자 경험을 방해합니다. 관련기사: 질 광고와 맞바꾼 언론의 자존심 언론사 사이트에는 댓글로 얘기할 사람도 특별히 없고, 나를 위한 맞춤식 서비스도 없어요. 포털과 언론의 이런 서비스 불균형이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포털을 선택하도록 하는 겁니다. 언론사가 서비스적 뉴스의 개념을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하고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포털과의 관계에서 절대 대등해질 수 없어요.

▲최진순 기자

포털 문제 해결은 어떻게 보면 단순해요. 언론사가 포털에 기사 공급 중단하고 자생적으로 가면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던 이유는 언론사 내부에서 포털을 바라보는 인식차가 워낙 컸던 탓이에요.

실무자들은 미디어 패러다임이 디지털로 넘어왔고, 뉴스 소비를 포털이 주도해나가는 현실을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반면, 뉴스 조직의 간부나 경영진들은 포털이 주는 공허한 통계에 얽매여 있었어요. 그래서 지난 십수년간 포털 문제는 약간의 진폭만 있을 뿐 여전히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겁니다.

결국 포털에 대한 언론사 내부의 인식 격차부터 좁혀져야 해요. 그래야 디지털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전략과 세부적인 계획들이 파생돼 나옵니다. 다행스러운 건 이제 언론사 내에서 변화를 위한 새로운 조짐들이 보인다는 거예요. 포털 문제에 좀 더 단호하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가 독자와의 관계관리 중요성에 눈을 뜬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PR 관점으로 보면 ‘홍보, 알린다’는 개념에서 진일보해 ‘공중관계’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데요.

이용자(독자)와의 관계관리 당연히 중요한데 문제는 ‘어떻게’ 입니다. 철학만 있어선 안 되고 소중한 체험이 있어야 그 체험을 확대해 독자관계를 확장시켜 갈 수 있어요.

참여의 가장 기본은 댓글입니다. 댓글은 두 단계를 거쳐 왔어요. 언론사나 포털 댓글에서 소셜 댓글로.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겁니다. 사이트에 댓글 100개, 1000개 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30개라도 우리 매체에 로열티 있는 독자들의 댓글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첫 번째 목적이 돼야 해요.

그런데 한국 언론은 여전히 매스미디어적 습관에 젖어 있습니다. 5000만 국민을 다 아우르려는 저널리즘을 지향해요. 이용자는 그 저널리즘과 색깔이 비슷하거나 원래부터 호흡이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조선일보> 독자들이 <한겨레>에 가서 글 읽거나 댓글 다는 일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언론사는 자사와 맞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우선 팬덤을 만족시키는 커뮤니케이션 체험들을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은 뒤에 확장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언론사 조직은 독자를 마케팅과 판매의 대상으로만 여겨왔어요. 디지털은 저널리즘 혁신은 독자를 견인해 내는 게 지상과제이기에, 언론사 내에서 독자를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하고, 독자를 다루는 부서의 확장이 있어야 합니다.

강 박사께서 댓글이 소셜 댓글로 업그레이드됐다고 했지만, 소셜을 관리하는 부서가 존재하는 언론사도 거의 없어요. 독자 접점에 있는 부서의 전문화·전담화를 세팅해서 독자가 자꾸 언론사, 특히 기자들과 스킨십하는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합니다.

디지털 혁신에서 독자를 원점에 두고 새로 정의하는 시점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페이스북이란 거대한 관계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이제 기자나 뉴스조직도 페이스북을 중요하게 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으니까요. ▷관련기사: ‘소통시대’ 언론의 변신…기자, 독자에 말을 걸다 독자와의 이같은 접점이 형성되면서 독자들을 어떻게 케어하고 그들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인식들이 언론계에 싹트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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