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마음 담은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기다
농부 마음 담은 캐릭터에 마음을 빼앗기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1.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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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 고퀄의 농산물 캐릭터, 브랜딩에 큰 힘

[더피알=조성미 기자] 최근 농산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똘망똘망한 눈망울에 커다란 갈기, 이마에 난 뿔까지 영락없는 공룡의 모습을 한 배추 캐릭터는 ‘베추케라톱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리고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른 주인공이 있으니 앙증맞은 보라색을 띈, 특히 고구마 모양의 꼬리가 매력적인 ‘고구냥’이다.

▲ 절인 배추와 트리케라톱스를 섞은 캐릭터 ‘해농이’(사진제공: 해남농원)와 일러스트레이터 우나영의 해농이 팬아트(사진제공: 스페라 파트너스)

‘베추케라톱스’는 절임배추를 판매하는 농원에서 만든 캐릭터로 이름은 ‘해농이’이며, 고구냥이란 별명을 얻은 ‘고구마켓’은 고구마 등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가에서 태어났다.

이들 캐릭터는 인터넷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사진이 올라오면서 ‘귀엽다’ 등의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묘한 매력으로 많은 이들이 직접 펜을 들게 만듦으로써 다수의 팬아트까지 등장하는 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특히 해농이는 ‘흑요석’이란 이름으로도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우나영이 직접 팬아트를 공개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신의 작품 스타일로 한복을 입은 해농이를 그린 흑요석은 “해농이의 캐릭터성이 워낙 좋아서 바로 영감이 떠올라 순수한 팬의 마음으로 팬아트를 그리게 됐다”며 “캐릭터성이 좋은 작품은 다른 작가로 하여금 붓을 들게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해농이와 고구마켓의 인기에서 더욱 주목할 점은 이들이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개발된 캐릭터가 아닌,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담은 진정성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우선 해농이네 집은 절임 배추를 판매하는 해남농원이다. 해남농원은 아버지와 함께 20대 아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곳으로 농원의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농산물로 홍보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아버지의 제안으로 캐릭터 개발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룡화석지로 유명한 해남군 황산면에 위치한 농장 앞 공룡동상을 본 아버지의 아이디어로 공룡 트리케라톱스와 배추를 결합한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것. 아버지의 아이디어로 박스 업체에 시안을 요청했으나 원하는 이미지대로 나오지 않자, 젊은 농부가 직접 일러스트 교육을 받아 친구들의 도움으로 완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져 해남농원의 절임배추 상자와 명함에 활용되고 있는 캐릭터의 이름이 처음부터 ‘해농이’였던 것은 아니다. 3년 동안 이름 없이 살아오던 중, 최근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며 누리꾼들이 알아서 이름을 지어줬다고. 알음알음 통용되던 베추케라톱스 외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접한 누리꾼들이 여러 가지 이름을 제안했고 그 중에서 해남농원 측이 고른 ‘해농이’로 이름이 결정됐다.

해농이가 큰 인기를 끌면서 해남농원 사이트에는 실제로 방문자수가 늘었다. 하지만 이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과 절임배추를 직접 소비하는 층이 달라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농원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남농원 측은 “농사짓는 농부로서 사이트가 홍보된 것에 만족한다”며 “향후 다른 농산물을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캐릭터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내다봤다.

해농이와 함께 최근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농산물 캐릭터 ‘고구냥’도 진짜 이름은 ‘고구마켓(고구마+마켓)’이다. 보라색 고양이 모습을 한 고구마켓은 포근한 고구마를 키우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상월대명농원의 마스코트이다.

농산물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상월대명농원은 고구마켓이라는 이름에서 고구마+캣(cat)이 연상된다는 의견에 따라 고양이와 고구마를 섞은 이미지로 농장주의 동생이 직접 디자인해 완성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고구마켓은 제품의 상자와 홈페이지 소개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상월대명농원은 운영상의 번거로움으로 인해 홈페이지를 닫고 네이버 블로그로 일원화할 계획을 세우고, 블로그 위젯 등에 고구마켓을 더욱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구마와 고양이가 합쳐진 캐릭터 ‘고구마켓’(사진제공: 상월대명농원)과 ‘시골 친척같은 농장’을 슬로건으로 친근한 느낌을 표현한 빨간사과밤한톨 캐릭터(사진제공: 엔젤스브랜딩)

생산지와 결합한 ‘콘텐츠 투어리즘’ 기대

이노션멘토리코스에서 시작된 사회적기업 엔젤스브랜딩은 2011년부터 충북 청주에 위치한 ‘빨간사과밤한톨’ 농장의 마케팅을 돕고 있다. 이를 위해 홈페이지와 SNS 등 채널을 구축한 것은 물론, 농장의 마스코트인 빨간사과 밤한톨도 디자인했다.

캐릭터 디자인을 비롯한 마케팅 방안 도출을 위해 엔젤스브랜딩은 우선 농장에서 사과를 따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름의 심층인터뷰를 통해 농장의 브랜드 콘셉트를 ‘친근함, 따뜻함, 시골스러움’으로 도출하고 ‘시골 친척같은 농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맞춰 캐릭터도 농장의 어머님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친구 같은 느낌으로 연출했다. 캐릭터의 이름은 앞서 ‘사과는 빨간사과지’라는 농장 이모님과 ‘밤 한톨 귀엽네’라는 따님의 말로 결정됐다.

빨간사과밤한톨은 홈페이지와 SNS는 물론, 스티커 등 여러 가지 홍보물에 사용됐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것은 책갈피였다. 추석을 앞두고 독서의 계절 가을에 꼭 필요한 책갈피에 캐릭터와 함께 농장의 번호를 적은 아기자기한 판촉물로 관심 끌기에 성공한 것이다.

캐릭터 탄생과정에 대해 엔젤스브랜딩의 멘토로 나선 서대웅 브랜드액션 대표는 “농산물은 맛있는 먹거리라는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한다”며 “농장에서 만드는 캐릭터는 단골에 대한 고마움이나 농작물에 대한 애정을 담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에서 고객들이 호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농가에서 농산물캐릭터를 만들어 활용하는 사례는 다수지만, 농산물 마케팅에 있어서 캐릭터의 활용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때문에 캐릭터를 통한 농산물 마케팅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현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는 한 언론사의 기고문을 통해 “농산물 판매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와야 한다. 감성적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과거의 생산·판매 지향적인 마케팅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마케팅, 즉 캐릭터마케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일본에서의 사례를 꼽으며 “농산물이 생산지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콘텐츠 투어리즘(영화나 드라마, 소설 등의 콘텐츠나 캐릭터를 통해 알려진 지역을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연계한 캐릭터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언하며, 농산물 캐릭터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홍보 그리고 지자체 등 지역유관단체와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미 농산물 캐릭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사례도 있다. <베리타스>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만화작가 김동훈은 최근 농산물을 형상화한 캐릭터 8종을 그려 기부했다.

김 작가는 “저작권과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최근 농산물 사이트를 개설하며 캐릭터를 활용하고 싶어 하는 농가들이 있지만, 워낙 영세하다보니 돈을 주고 캐릭터를 제작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에 만화작가들이 재능을 기부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동훈 작가가 그린 캐릭터는 부채 든 파 할아버지, 정장 입은 고구마, 복싱 양파, 태권도 무, 곤방대 양파, 기타 치는 당근, 개구쟁이 감자, 힙합 늙은 호박 등이다. 작물의 선택은 그저 농산물하면 떠오르는 것을 순서대로 그렸고, 이미지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농산물을 형상화하다보니 한국적인 색채가 많이 가미됐다.

또한 이들 캐릭터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증돼 저작권 자유이용 공유저작물 사이트인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김 작가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좋은 일에 동참하고자 참여했다”며 “앞으로도 시간을 내어 농산물은 물론 수산물 등의 캐릭터를 그려 기증하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 김동훈 만화작가가 그려 기증한 농산물 캐릭터 디자인(사진출처: 공유마당)

캐릭터 활용한 마케팅 효과 높이려면?

농산물 캐릭터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에 대해 기대가 높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농부들이 재배하는 작물을 활용해 캐릭터화하는 사례가 종종 있긴 해도 캐릭터의 활용 폭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작물 판매에 있어서 단순히 특징짓기 위한 수단으로 패키지 정도에만 적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
는 것도 현실. 실질적으로 제품 판매로 직결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략적으로 캐릭터 개발 및 홍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캐릭터디자인 개발을 해 온 윤홍진 씨툰디자인 디자인실장은 현재 농산물의 캐릭터마케팅을 “농산물에 눈, 코, 입을 붙여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단조로운 디자인이 많고 마케팅의 수준 역시 창의적인 론칭을 해서 성공한 사례들은 극히 드물다”고 평가했다.

또 좀 더 제대로 된 농산물 캐릭터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용도를 잘 이해해야한 다고 조언했다. 윤 실장은 “농산물 캐릭터는 상업적인 용도라면 당연히 캐릭터를 활용해 농산물을 홍보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이겠고, 지역의 특산물 홍보 목적이라면 캐릭터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해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를 독특하고 차별화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보하고자 하는 농산물의 원형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도 오히려 애매모호함이 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캐릭터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역 브랜드, 농산물의 브랜딩 과정이 거의 비슷비슷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서대웅 대표는 “캐릭터가 꼭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보고 만든다면 농산물의 고유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며 “농산물과 이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거창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투박하고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릭터는 수단일 뿐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캐릭터라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비주얼로 표현해도 되지만 진심을 담은 손글씨나 농산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도 가능하다. 최근 소비자들은 너무 상업적인 메시지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오히려 꾸미지 않은 콘텐츠에 반응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캐릭터를 만들고 난 후 활용 방안에 있어선 “캐릭터를 만드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SNS 등을 활용해 캐릭터를 매개로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홍진 실장 역시 농산물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통합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오프라인의 패키지나 매장 가판대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고, 또 온라인으로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SNS에 공격적으로 노출시키는 것도 큰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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