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마케팅, 가족愛에 풍덩
불황기 마케팅, 가족愛에 풍덩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1.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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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영상 봇물…TV-스크린서도 ‘가족코드’는 이미 대세

[더피알=문용필 기자] 가족애에 대한 많은 이들의 동경과 니즈는 최근 기업들이 가족을 소재로 제작한 바이럴·캠페인 영상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이들 영상은 유명스타를 기용한 일반적인 광고기법에서 탈피해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깜짝 카메라 형식의 기법을 사용, 감동을 더욱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삼성카드의 ‘아빠, 당신의 인생을 존경합니다’ 캠페인 영상과 기아자동차의 ‘올 뉴 카니발’ 바이럴 영상(사진:해당 영상 캡쳐)

삼성카드는 지난해 6월 유튜브를 비롯한 SNS 채널을 통해 ‘아빠, 당신의 인생을 존경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해당 캠페인 영상은 별다른 홍보 없이 3주 만에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삼성카드는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존경하는 인물에 대한 네티즌 답변을 받아 이중 아버지를 지목한 18명의 딸들을 선정해 서울의 한 극장으로 초대했다. 아버지들은 그저 딸과의 데이트인줄로만 알았지만, 스크린에서는 아버지와 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따뜻한 감사의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이어 말기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엔딩노트>가 상영되고 이를 보며 울컥한 아버지와 딸들의 모습이 영상에 비친다.

이와 관련, 삼성카드 관계자는 “가장 가까운 데 있으면서도 자칫 그 소중함을 간과하기 쉬운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소중한 것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당신에게 남은 시간’ 캠페인 영상도 가족애와 맞닿아 있다.

출연자들은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진을 받은 지 1주일 후 뜻밖의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1년’, ‘1년 8개월’ ‘7개월’ 뿐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에 당황하는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의사는 그들에게 건강 검진표를 남기고 방을 나선다. 알고 보니 그들에게 선고된 시한은 앞으로 가족과 함께 온전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건강검진 당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는 문진에 대한 답을 토대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평균수명에서 일하는 시간과 TV보는 시간, 스마트폰 보는 시간 등을 뺀 수치다. 검진표를 읽어본 출연자들의 얼굴에 먹먹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낸다.

AIA생명이 선보인 캠페인 영상 ‘청춘, 군대를 가다’는 입영장정과 가족들의 애틋함을 담아냈다. 입대직전 이발을 위해 들어온 이발소의 거울에 응원메시지와 가족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흘러나오고 청년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은 영상이 끝난 후 들어온 가족들과 꼭 껴안고 입영 전 마지막 정을 나눈다. 이미 군 생활을 마친 남성들의 마음에도 충분히 울림을 줄 수 있는 소재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대한민국 온라인광고제 대상과 마이다스 어워드에서 은상을 받는 등 광고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기아자동차는 ‘기러기 아빠’를 소재로 한 ‘올 뉴 카니발’ 바이럴 영상을 제작했다. 딸과의 카톡 대화가 낙(樂)인 5년차 기러기 아빠 박 부장은 어느 날 해외바이어를 맞이하러 주말에 공항으로 가라는 상사의 지시를 받고 입국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느새 그의 옆에 그리운 가족들이 서 있고 박 부장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피어난다.

특진대상자를 가리는 특별 테스트에 참여한 아빠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도 있다. 그런데 가족과 관련한 엉뚱한 질문이 나오자 당황하는 아빠들, 자녀의 키와 친구들을 묻는 질문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천신만고 끝에 테스트를 끝내자 자녀들의 영상편지가 흘러나오고 아빠들은 멋쩍게 웃는다. 그리고 시험장에는 아이들이 찾아와 아빠와 함박웃음을 짓는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이노션 관계자는 “올 뉴 카니발은여가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친구 같은 아빠인 ‘프렌디’를 주 타깃으로 했다”며 “단순히 큰 차가 아닌 가족과 함께 아빠의 존재감을 돋보일 수 있게 하는 차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빠의 진정성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담아내기 위해 깜짝 카메라 형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출연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정작 중요한 것은 가족이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순간은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마음 속 깊이 느끼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6월 올 뉴 카니발 사전예약 고객 중 30가족을 선정해 여름 캠핑 행사를 실시했다. 가족코드를 극대화한 마케팅으로 ‘가족을 위한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커피전문업체인 카페베네는 지난해 수능 시즌을 앞두고 고3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부모에게 영상편지를 전달하는 ‘러브맘 프러포즈’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험생이 부모님을 향해 남긴 영상편지를 수능 당일 겨울 신메뉴 기프티콘과 함께 부모에게 전달하는 형식이다. 카페베네 측은 “묵묵히 자녀를 뒷바라지 하신 부모님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온에어한 광고들에도 여러 가지 색깔의 가족 코드가 묻어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착한할인 요금제’편. 겉으로는 티격태격하지만 모이면 즐거운 가족이라는 설정으로 해당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 ‘피겨퀸’ 김연아와 배우 윤여정, 김성령, 윤제문, 박성웅 등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스타들이 가족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모바일 편지 서비스인 ‘100년의 편지’ 광고에도 가족코드가 포함돼 있다. 결혼을 앞둔 신부가 10년 후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갓 출산을 마친 산모가 30년 후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할아버지가 5년 후의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등 다양한 가족구성원들의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가격·품질·서비스경쟁 → 감성경쟁 ‘차별화’

흡사 봇물을 이루는 듯 가족을 코드로 한 감성마케팅이 활발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봉기 휴머니티스 마케팅 리서치 대표는 “마케터들이 고객을 감동시켜 의도하는 잔상을 남기게 하는데 가장 공통적이고 효과적인 주제가 가족스토리”라며 “유명인보다 내 부모형제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공감하고 웃고 울며 나를 투영시키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잘 짜인 가족스토리는 우리의 눈물샘을 터뜨리고 보람을 느끼게 하고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하며 뒤돌아보게 해준다. 때문에 거부감과 역풍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침체된 사회분위기, 경제 불황 속에서 반감을 사지 않고 잔잔하게 기업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 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표준화 돼 더 이상 (제품이나 서비스의) 기능을 강조하는 전략은 먹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철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가격경쟁, 품질경쟁, 서비스경쟁으로도 차별화가 되지 않으니 감성적 요인을 갖고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광고계 한 관계자는 “이제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주목 받고 있으며, 유머나 감성 같은 다양한 접근법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감성소구는 각박한 현실에 본질적인 울림을 주는 측면에서 더 각광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가족 소구 마케팅의 긍정적 효과는 크다. 정 대표는 “고객의 구매심리는 이성과 논리 타당성을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보다 감성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물론 선택과정에서 이성과 논리가 배제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구매를 결정하는 단계에서 감성의 지배를 더 받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오감을 느끼고 희로애락을 체험한다. 이 모든 것들의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가족을 주제로 한 감성스토리에 빠지다보면 기업과 가족을 동일시하고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자리 잡으며 제품에 대한 호감은 높아진다”며 “신뢰감과 친밀함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같은 마케팅 기법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일철 교수는 “품질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감성을 흔들다보면 이는 반복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는 후유증이 있다”며 “적어도 가격과 품질,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섣불리 감성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조세현 세종대 경영대학원 교수 또한 “감성 마케팅의 가장 큰 핵심은 공감인데 이를 메이킹(making)해서는 안 된다”며 “공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억지스럽게 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수 교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고객보다 한 발 앞서가면 절대 몰입하지 않는다”며 “고객은 광고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받아들인다.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되 광고와의 경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능부터 영화까지…대중문화계도 ‘가족코드’ 열풍

대중문화계는 이미 ‘가족 코드’를 도입한 작품들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가족코드라고 하면 예전에는 주말드라마 정도였는데 주말예능도 육아이야기 식으로 가고 있다”며 “예전보다 가족코드가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대로 공중파 방송 3사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는 가족, 특히 육아를 다룬 코너가 일제히 배치돼 있다.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아빠 어디가>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마이 베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가족 안에서 스타들의 숨겨진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의 자녀를 스튜디오 안으로 불러온 SBS 장수 프로그램 <붕어빵>은 외국인으로 출연자의 범위를 넓혔다.

SBS <자기야-백년손님>과 채널A <웰컴 투 시월드>는 가깝고도 먼 사이인 장서(장모와 사위) 와 고부(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 가족예능의 확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가족 코드는 이제 TV예능에서 새로운 대세 포맷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하늘)

최근 들어 드라마도 유난히 가족코드를 담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이른바 ‘홈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KBS <가족끼리 왜이래>와 <참 좋은 시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특히 <가족끼리 왜이래>는 기존의 홈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불효소송’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미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JTBC <달래 된, 장국>과 SBS <사랑만 할래> MBC <압구정 백야> 등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홈드라마들이 지난해 안방극장을 찾았다. 앞서 언급한 <미생>은 주무대가 직장이지만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다룬 만큼, 중간 중간 가족과 연결된 가슴 찡한 에피소드를 삽입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극장가에도 유난히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았다.

금슬 좋은 시골 노부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누적관객 470만명(영화진흥위원회 2014년 1월 26일 기준)을 돌파하며 이른바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그 이면에 노부부의 따뜻한 가족애와 사랑이 담겨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또한 <나의 독재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 부성애가 짙게 깔린 가족영화와 형제애가 엿보이는 <우리는 형제입니다>도 잇따라 개봉했다. 이들 작품들이 모두 흥행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화계에도 가족 코드 열풍이 불었음을 방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가족애의 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재근 평론가는 “트렌드는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오래되면 반드시 싫증을 느끼게 되지만, 우리사회가 당장 크게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 것 같지는 않다”며 “가족의 따뜻한 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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