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말고 民心 택한 여당의 절박감
朴心 말고 民心 택한 여당의 절박감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5.02.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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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비주류 지도부 탄생, 당·청 관계 쇄신 목소리 높아

2일 실시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 유승민 의원이 ‘친박’ 이주영 의원을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를 갖추게 됐다. 여당 지도부를 비주류가 장악한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주요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집권 2년을 갓 넘긴 시점에 여당에서 주류가 급격히 몰락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내년 총선에서 살 수 있다는 절박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의 원내대표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당을 청와대의 거수기 정도로만 취급해, 주요 정책을 실질적으로 상의하거나 법안 통과를 위해 대등하게 협력해오지 않았다”며 “이런 어긋난 관계를 바로잡고 주요 정책 추진 및 입법 과정에서 당이 주도권을 행사하라는 요구가 지금 시기에 비주류 원내대표의 탄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설들은 “이제 관심은 유 원내대표 당선 이후의 당·청(黨靑) 관계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인사·정책 실패에 대해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도 “의욕만 앞세워 당·정·청의 불협화음이나 갈등 증폭을 부를 경우 결과적으로 여권 전체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오른쪽)가 2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은 원유철 신임 정책위의장. ⓒ뉴시스

<주요 신문 3일자 사설>

▲ 경향신문 = 새누리당 '비주류' 원내대표 선출이 던지는 경고 /공공기관 납품비리 심각성 보여준 한전 '뇌물 잔치' /북ㆍ러 합동군사훈련, 한반도 냉전 신호 아니길
▲ 국민일보 = 건보료 개혁방향 분명한 만큼 원안대로 추진하라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친박ㆍ측근정치 경계했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 둘러싼 소모적 갈등 끝내야
▲ 동아일보 = 朴心 대신 脫朴 유승민 원내대표 택한 새누리당 /'브로커 성형' 바로잡지 못하면 의료 한류도 없다 /'건보료 백지화'에 職을 걸고 반대하는 공직자 왜 없나
▲ 서울신문 = 유승민 원내대표, 건설적 黨ㆍ政ㆍ靑 관계 열라 /국민들은 체감 못하는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 /가족까지 '공범' 만든 공기업 납품비리
▲ 세계일보 = 유승민 당선… '민의 뿌리 둔 국정' 출발점 삼기를 /'한반도 냉전 위기' 부르는 北, 유비무환 대응 나설 때 /고객정보 훔쳐 팔아먹은 홈플러스, 이래도 되는가
▲ 조선일보 = 非朴 원내대표 당선은 대통령 향한 여당의 경고 /재고 쌀 운동장서 썩는데 쌀농사 계속 늘려야 하나 /안전 관계자 全員 넋 놓는 바람에 터진 지하철 참사
▲ 중앙일보 = 탈박 원내대표 당선을 소통과 쇄신의 전기로 삼아야 /건보 전문가집단까지 등 돌리게 한 어설픈 복지부 /조현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
▲ 한겨레 = 새누리당 '친박'의 몰락이 뜻하는 것 /후안무치한 자원외교 성과 부풀리기 /영화제 사전검열로 영화마저 망칠 셈인가
▲ 한국일보 = 유승민 원내대표 黨ㆍ政ㆍ靑 소통 책임 무겁다 /건보료 개편 '땜질' 말고 원안대로 추진해야 /엄정한 수사 필요한 홈플러스 고객정보 장사
▲ 매일경제 = 유승민 원내대표, 당정청 화합에 명운 걸어라 /인터넷언론 악행 네이버ㆍ다음에 책임지워야 /금융업 규제혁파 놓고 맞짱토론 해보길
▲ 한국경제 = 한국은 IT강국? 착각이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사회적 경제' 계속 주장할 텐가 /남아돌아도 생산량 못 줄이는 우유의 진실

조선일보는 ‘非朴 원내대표 당선은 대통령 향한 여당의 경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유 원내대표는 비박(非朴)계, 이 의원은 친박(親朴) 주류 측 지원을 받았다. 러닝메이트 격인 정책위의장 후보도 유 원내대표는 비박계 원유철 의원을, 이 의원은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을 내세웠다”며 “여당 내에선 이번 경선 결과를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패배’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친박계는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의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과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비박계에 패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선 범비박계인 김무성 대표가 승리해 당권을 잡았다. 여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장악력과 여권 내 친박의 구심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이제 관심은 유 원내대표 당선 이후의 당·청(黨靑) 관계다”고 봤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지난 2년 대통령의 숱한 인사·정책 실패에 대해 마땅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청와대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 전임 정책위의장이 ‘여당이 청와대의 하도급업체냐’고 항의까지 할 정도였다”면서 “유 원내대표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당·정·청 관계의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한 방향 전환”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조선은 “의욕만 앞세워 당·정·청의 불협화음이나 갈등 증폭을 부를 경우 여권 전체에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탈박 원내대표 당선을 소통과 쇄신의 전기로 삼아야’라는 사설을 통해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세 가지를 언급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 쇄신, 증세 없는 복지의 기조 변경, 개헌 논의 허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주류인 친박근혜계의 기조와는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상당히 거리가 있는 주장들”라고 평했다.

또한 “청와대는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당·청 간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의 계기로 삼는 게 현명하다”며 “‘탈박’이 ‘친박’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 자체가 당심(黨心)의 반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이어 “대통령의 소통 부재와 당·정·청 간 엇박자로 인한 국정 표류는 굳이 대통령 지지율 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이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돌아가 국민과 소통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민심의 주문도 다르지 않다. 첫걸음은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최고의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앉히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朴心 대신 脫朴 유승민 원내대표 택한 새누리당’이란 사설에서 “유승민 의원이 당선된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심(朴心) 대신 민심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여당과의 관계를 의식해서라도 국정운영 기조의 일대 쇄신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동아는 “과감한 청와대 개편과 개각을 통해 면모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면서 “청와대의 불통 논란이 지속되고, 충분한 조율 없이 정책과 법안을 내놓고 추인해 달라는 식의 과거 행태가 반복되면 당청 갈등과 국정 혼선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새누리당 ‘친박’의 몰락이 뜻하는 것’이란 사설에서 “여당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택한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이 제 목소리를 내야 내년 총선에서 살 수 있다’는 절박감일 것”이라 분석했다.

한겨레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가 “박 대통령에게 집권 이후 여당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반성하고 당-청 관계에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의 원내대표는 상하관계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담긴 뜻을 잘 읽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국회를 제압해서라도 자신의 의도대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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