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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피로감 날리는 어른들의 색칠공부
디지털 피로감 날리는 어른들의 색칠공부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2.0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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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넘나드는 컬러링북 열풍…감성과 힐링으로 20~30대 여심 공략

[더피알=조성미 기자] 하얀 종이 위에 밍키, 신데렐라와 각양각색의 로봇 등 다양한 만화 주인공들이 스케치돼 있다. 형태만 갖고 있는 캐릭터를 알록달록 색연필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예쁘게 꾸며준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해봤던 ‘색칠공부’다.

어린아이들의 색감 발달을 위한 놀이인 색칠공부에 최근 어른들이 푹 빠졌다. 색칠공부보다는 세련된 ‘컬러링북’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출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서점업계는 컬러링북의 인기가 2014년 8월 20일 <비밀의 정원>이 출간된 이후 시작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서점 알라딘은 <비밀의 정원> 출간 이후 불어 닥친 컬러링북 인기에 “2014년도 하반기는 컬러링북의 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그동안 드물게 컬러링북이 출간되기는 했으나 <비밀의 정원> 인기로 인해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었다”고 전했으며, 예스24 측은 “컬러링북과 색연필을 묶어서 세트 상품을 많이 구성하기도 하는데, 컬러링북 때문에 국내 수채 색연필 재고가 바닥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열풍을 짐작케 했다.

100여종 출간…종합베스트셀러 등극

실제로 컬러링북을 판매하는 온라인서점, 소셜커머스 등에서는 현재 70~100여종의 관련 도서를 구비해놓고 있다.

쿠팡의 경우 올 1월 기준 약 60~70종이 판매되고 있으며, 예스24도 기획 세트까지 포함해 70여종을 갖춰 놓고 있다. 현재 99종의 컬러링북이 등록돼있다는 알라딘 측은 컬러링북의 출간이 많고, 또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 별도의 카테고리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컬러링북 열풍은 오프라인 서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월 기준 컬러링북 분야에 101종이 있다는 교보문고에 가장 먼저 등장한 컬러링북은 2007년 4월 출간된 <색칠여행 사계의 꽃 1>이다. 이후 10여종의 컬러렁북이 간간히 나왔는데, 지난 8월 <비밀의 정원>이 인기를 얻은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80여종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비밀의 정원>을 필두로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며 꽃이나 자연물 위주의 스케치가 대부분이던 것에서 이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 작품, 빠져들게 만드는 화려한 패턴,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풍경, 사랑스러운 소녀 등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형태도 다양하다.

▲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 마련된 ‘컬러링북’ 코너.

최근에는 스케치를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드로잉북이나 손글씨로 표현하는 캘리그라피북 등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컬러링북이 출시되는 것만큼이나 컬러링북의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예스24의 경우 2014년 7월까지 컬러링북 판매는 <알폰스 무하 명화 컬러링북>이 유일했다. 하지만 8월에 <비밀의 정원>이 출간되며 판매량이 급증, 전월 대비 무려 3만2050%나 뛰어올랐다.

트렌디한 상품이 모이는 소셜커머스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쿠팡 역시 지난해 12월 컬러링북의 판매수량이 전월대비 약 16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폭발적으로 성장한 컬러링북은 그 열풍이 새해 초까지 이어지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컬러링북은 서점가에서 예술 카테고리 베스트셀러를 넘어 종합 베스트셀러 1위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교보문고의 경우 컬러링북의 대표작 <비밀의 정원>을 필두로 다양한 컬러링북이 예술분야 베스트셀러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비밀의 정원>의 경우 12월 이후로 쭉 주간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달리고 있고, 월별 종합 순위도 9월 6위에서 10월과 11월은 2위, 그리고 12월에는 1위를 차지했다.

알라딘 역시 <비밀의 정원>이 1월 셋째주 종합 주간 베스트셀러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종합 1위에 5번이나 올랐으며, 예스24에서도 <비밀의 정원>이 주간 베스트셀러 종합 분야에서 연이어 1위를 차지하고, 1월 23일 현재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서점에서는 컬러링북과 관련한 기획전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각 지점에서 컬러링북 도서 모음전을 진행하고 있고, 예스24도 ‘당신을 위로해 줄 컬러링’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또한 알라딘은 ‘어른을 위한 컬러링북 모음전’과 ‘당신의 마음을 메워줄게요’로 큰 호응을 얻어 추가로 ‘컬러링북 취향에 따라 골라 드립니다’를 마련했다.

간편성과 SNS 타고 인기 급증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링북.
특히 컬러링북은 20~40대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판매되는 컬러링북 주 구매자층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44.2%, 30~40대가 31.5%, 40~50대가 15.1%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이 86.2%를 기록, 13.8%의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예스24도 <비밀의 정원> 구매자를 성별과 연령별로 분석해본 결과, 여성이 83.4%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그중 2030 여성이 61%를 보였다. 또한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20대에서 30대로, 30대에서 40대로 구매자가 퍼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쿠팡에서는 컬러링북 구매층의 약 80%가 20~30대, 성별로는 여성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알라딘도 구매자의 83.3%가 여성, 특히 60%가 20~30대로 젊은 여성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컬러링북이 젊은 여성들의 취미생활로 떠오른 데는 무엇보다 간편하다는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속에서 “하얀 천과 바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책과 색연필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나만의 세상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컬러링북은 즐기고 있는 이들을 보면 퇴근 후 편안한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컬러링북을 칠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거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색칠에 빠져든다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도 활용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컬러링북 인기에는 SNS도 한몫했다. SNS를 비롯한 현대인의 디지털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도구로 아날로그 취미인 컬러링북이 주목받은 것. 물론 컬러링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작품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컬러링북을 인지하고 매력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

쿠팡 관계자는 “‘색칠놀이’가 성인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와 방송 등을 통해 소개되고 전파되면서 컬러링북을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했다”며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개성을 담아 정성스레 색칠한 그림을 찍어 SNS 등에 공유, 색칠놀이가 자기표현의 또 다른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컬러링북은 색칠놀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면이 최근 디지털 시대 과부하된 피로에 시달리는 2030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스24 취미·실용 담당 조세연 MD는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에 비교적 간단하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손으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색칠하기나 캘리그라피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예쁜 일러스트를 통해 따라하고 싶은 여성의 감성적 심리를 건드린 것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린 시절에 만지던 색연필과 연필을 통해 추억을 되새기고 거기서 위안을 얻는 것으로도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 인스타그램에서 #컬러링북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많은 이들의 자신의 컬러링북 작품을 공유하고 있다.

힐링과 자기표현의 ‘건전한 취미’

이 같은 컬러링북 열풍은 사실 일본, 미국에서 이미 시작됐다. 덕분에 컬러링북이 국내 독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여름 출간 초기부터 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교보문고 측은 “일본에서는 노년층의 심리치료 및 취미활동으로 손글씨나 색칠놀이가 주목을 받으면서 열풍이 시작됐고 미국에서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랫동안 올랐다”며 “우리나라에 넘어오면서 스트레스 받는 20~30대 여성들에게 많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컬러링북 열풍을 진단했다.

알라딘 실용·취미 담당 도란 MD도 컬러링북 열풍의 원인으로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라며 ‘안티-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는 “제일 처음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도서 <비밀의 정원> 콘셉트가 바로 안티-스트레스 컬러링북이었다”며 “주변에서 실제로 컬러링북을 하는 사람들은 퇴근 후에 책을 펴고 색칠하고 있으면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다”고 일종의 정신적 힐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선현 차의과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 담배, 흡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실내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컬러링북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단순히 색을 칠하는 컬러링북을 아트테라피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색깔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고 내가 원하는 색을 자유롭게 칠하면서 집중하는 시간을 보냄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건전한 여가나 취미 활동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자신이 만든 것을 타인과 SNS를 통해 공유함으로써 얻는 성취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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