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에 선 2015년 PR업계
변곡점에 선 2015년 PR업계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2.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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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업계 현황 上] ROI 압박 거세…생존과 도태의 기로

“전체적으로 경기가 안 좋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다 보니 작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다른 회사도 신규 클라이언트가 거의 없다고 한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PR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매년 어렵다는 말이 되풀이됐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예상을 넘어선다.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PR·마케팅 예산을 줄이면서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은 변곡점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긴장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암흑기다”란 비관적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경기 침체만큼이나 PR업계가 다소 가라앉아 있다. 요즘 어떻느냐는 질문에 열에 여덟아홉은 “어렵다”는 말을 꺼내며 “다른 곳은 어떠냐”고 되묻는다. 작년보다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A사 대표는 “뭐라도 보여야 전망을 하든 예측을 하든 할 텐데 아직은 깜깜하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큰 국제행사도 없어서 잡히는 게 없다”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각자 상황에 맞춰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는 모습이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행 입찰 건수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B사 대표는 “한창 비딩철인데 입찰 건도 없고 너무 조용하다”고 했다. 경기가 불안한 탓이다. C사 임원은 “기본적으로 PR대행이란 게 경기에 굉장히 민감한 업이다 보니 기업 쪽 마케팅PR 수요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필요한 건 정확한 ‘슈팅’

불경기로 PR·마케팅 예산이 타이트해지면서 PR회사를 향한 ROI(Return of Investment·투자수익률) 압박은 한층 거세지고 있다. 돈을 쓰는 만큼 곧장 실질적 성과를 기대한다.

외국계 D사 대표는 “통상 마케팅이나 PR활동은 중장기적 브랜딩을 위한 일종의 투자 가치로 여겼는데, 경기가 안 좋고 투자 여력도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한 부분에 대한 회수시기를 짧게 가져간다”면서 “세일즈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마케팅, 매출 상승에 임팩트를 주는 활동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ROI 걱정도 그나마 마케팅 경험이나 능력이 있는 PR회사들 얘기다. 언론홍보 중심의 회사는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언론홍보의 수요나 관심도가 갈수록 더 떨어지는 데다, 언론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유가기사(비용을 지불하며 기사를 내는 행위)들이 넘쳐나는 까닭. 한 마디로 정상적(?) 홍보활동으론 홍보효과를 담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E사 대표는 “특히 공공(기관·단체) 기사는 거의 매체바잉(=유가기사)으로 보면 된다”면서 “공무원 쪽은 워낙 변수가 많으니까 필요한 때에 정확한 ‘슈팅’(기사내기)을 원한다. PR회사가 중간에서 기자와 관계 맺고 딜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관계를 바탕으로 언론홍보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회사들이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상이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의 위기감은 코앞에 맞부딪힐 정도로 바싹 다가왔다는 점에서 언론홍보 기반의 PR회사를 더욱 옥죄고 있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 보니 구조조정을 하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규모로 따지면 중·소형에서 인원을 줄이는 곳이 많다는 전언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간 사이즈의 몇몇 PR회사는 전체 인원의 절반가량을 쳐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장 숨통은 트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다”고 우려했다.

PR회사 경영자 입장에선 생존을 위한 고육책이다. F사 대표는 “클라이언트는 줄어드는데 비딩 문의가 없으면 회사 입장에선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규모를 줄여 안정적으로 가려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계륵’ 된 온라인PR

PR업계의 성장 동력으로 꼽혔던 온라인PR에 대한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SNS로 대변되는 온라인(디지털)PR이 붐을 이루면서 지난 몇 년 간 업계 외연을 확장시키는 촉매제가 됐지만 지금은 골치 아픈 ‘계륵’이 되는 모양새다. 계속 하자니 갖가지 요구가 너무 많고, 그만 하자니 대세를 역행하는 꼴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B사 대표는 “다른 회사 대표들과도 얘기해 보면 하나 같이 온라인PR 쪽은 돈이 안 된다고 한다. 오죽하면 아예 접으려는 회사도 있다”며 “물론 고객사가 원하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안 할 순 없겠지만 예전처럼 온라인쪽 규모를 무작정 키우려는 움직임은 별로 없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채널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제기되고 있는 ‘다음 스텝이 뭐냐’는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G사 임원은 “솔직히 새로운 툴이나 서비스가 나와야 (대행)가격도 올라가는데 현재로선 그런 게 없질 않느냐”며 “클라이언트에서 이미 다 경험한, 아는 서비스라 인식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예산 책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인색하다”고 토로했다. 퀄리티 높은 인력을 영입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보려 해도 예산이 받쳐주질 않으니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반면 온라인PR에 대한 요구조건은 훨씬 까다로워졌다. 채널 운영과 퍼포먼스 중심에서 콘텐츠 기획과 전략 수립 등 질적인 변화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다.

H사 대표는 “예전엔 뉴미디어 쪽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운영 등 비교적 심플한 과업이었다고 하면, 지금은 클라이언트가 예산을 통으로 던져주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A에서부터 Z까지 제시하라는 식”이라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마냥 리소스를 투입할 순 없어서 업무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디지털과 IMC 부문에선 ‘업그레이드 PR’을 위한 움직임이 비교적 활발하다. 디지털 부문에선 콘텐츠 기획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다.

B사 대표는 “수익성이 낮고 어려워도 무조건 디지털로 가야한다. 어쩔 수 없다”면서 “채널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식 접근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 확보라던가 콘텐츠 확산에 필요한 새로운 툴들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D사 대표는 “ROI를 숫자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 분야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통계학이나 구글 애널리틱스 등 유관한 전문 인력을 계속해서 보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상당수 회사가 영상 기획자, 비주얼 디렉터, 디자이너 등 비주얼 역량 강화를 위한 신규 채용이나 인력 충원 등의 계획을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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