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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작은 실천, 변화가 느껴지나요?”
“생활 속 작은 실천, 변화가 느껴지나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2.09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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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드 프로젝트>에 올인한 20대 청춘, 장종원·김해인·이영탁

[더피알=안선혜 기자] 나이도 다르고 전공도 다르다. 20대 대학생 세 명이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바꿀 수 있는 공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라우드 프로젝트(LOUD project)’의 도전은 그래서 흥미롭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취업에 대한 고민 따위는 잠시 던져 놓고 주어진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

세상은 웃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그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프로젝트의 목표인 100개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작은 갤러리에 전시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도 갖고 있다. 어른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이상을 추구하는 순수함을 지닌 장종원·김해인·이영탁 씨를 만나본다.

▲ (왼쪽부터)장종원, 김해인, 이영탁.

서울 시내 어느 버스정류장 앞 길게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대기행렬에 자꾸만 부딪히고, 줄을 서 있는 사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서로 신경 쓰이는 모습이다.

대기행렬 중간 보행자가 다닐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 ▶▶▶▶▶ [’ 모양 괄호라인 스티커가 바닥에 붙었다. 화살표 스티커가 붙은 공간은 비우고 꺽쇠괄호 라인에 맞춰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통행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됐다. <관련기사: 스티커 하나에도 사람들의 마음은 움직인다>

서울시 페이스북에 업로드된 이 영상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조회수 180만건을 넘어서고, ‘좋아요’ 9만여건을 받았다. 게시물 공유는 4000건을 넘었다. 생활 속 불편함을 야기한 문제를 간단한 실행 하나로 해결한 이 아이디어는 20대 대학생 세 명이 의기투합한 라우드 프로젝트(LOUD project) 팀에서 나왔다.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우리 사회를 살펴보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의 약자를 딴 이 팀의 모토는 ‘5S’다. 자신(Self)이 공공문제라고 목격(Sighting)한 것을 소박한 아이디어(Simple idea)로 곧바로 실천을 시작(Starting)해 작은 변화(Small change)를 도모하자는 것.

프로젝트를 지도하는 이종혁 광운대학교 공공소통연구소장(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이 이들이 기존에 하던 활동을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를 제안했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소속으로 있지만 구성원들은 학교도, 나이도, 전공도 각기 다르다.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장종원(26) 연구원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에서 기업커뮤니케이션 PR을, 미디어 플래너를 맡고 있는 이영탁(24) 연구원은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에서 문화콘텐츠를,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해인(23) 연구원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공간디자인을 전공 중이다.

장 연구원이 수강했던 PR과목 중 하나가 서울시와 산학협력으로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고, 이 과정에 흥미를 느끼면서 수업 외에 작은 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라우드팀 탄생의 발단이 됐다. 대외적 네트워킹을 쌓아가는 과정 가운데서 셋은 최종 결합을 이뤘다.

각자 전공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각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들은 “다름과 다양함이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게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라우드팀의 멋진 부분”이라 말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래 라우드 프로젝트팀은 굉장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우는 일이 허다하고,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열심히 스티커를 붙이고 도로에 락커칠을 하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 그래도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원들과 아웃풋을 내고 고민하는 도전의 과정이 정말 즐겁고 뿌듯하다며 열정에 잔뜩 취해있다.

▲ 어린이들이 안전한 길건너기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횡단보도에 친근한 눈 그림을 그려넣었다.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양옆을 살피라는 의미다./ 사진제공: 라우드 프로젝트

현재 이들은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와 손잡고 라우드 프로젝트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실행했던 버스정류장 괄호라인과 스쿨존 양옆을 살펴요 프로젝트는 이번에 서울 서초구·중구, 경기도 안산 등에서 이를 적용하겠다고 디자인 시안을 요청했다.

인터뷰 가운데 라우드 프로젝트의 팀원들은 유독 ‘실천’을 강조했다. 머릿속에 있는 관념적 PR이 아닌 액션을 동반하는 PR이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셈이다. “당장 아이디어가 없더라도 일상에서 작은 문제를 포착해내는 것이 사회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여러 곳에서 취재나 문의가 들어올 텐데 부담은 없어요?

▲ 장종원
장종원(이하 장)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런데 ‘잘해야겠다’라고 부담을 가지는 순간 앞으로의 캠페인이 초심을 잃진 않을까 걱정도 돼요. 우리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이럴 때 일수록 팀원들과 함께 초심을 잃지 말자는 다짐을 합니다.

공공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작더라도 실천적인 활동에 항상 목말라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영탁이와 해인이를 만났고 이 친구들과 함께 고민했어요.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는 공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느 사회든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상하게도 공공의 문제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어요.

언론에 가장 많이 알려진 건 버스정류장 괄호라인 프로젝트지만,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다른 캠페인 있을 것 같아요.

이영탁(이하 이)  화려한 담배광고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자 캠페인이요. 일상적인 공간인 편의점이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문제점이 보이더라고요. 당연하게 생각했던 담배광고물이 아이들에게 비춰질 때는 문제가 많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는 담배 광고가 아닌 ‘담배는 몸에 해로운 몬스터에요’라는 메시지가 보이는 홀로그램 광고판을 제작했어요. 홀로그램 하나를 만드는데 정말 많은 고민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각도에 예민한 소재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평균키와 어른들의 시각을 신중하게 고민했어요. 

▲ 김해인

김해인(이하 김)  저 같은 경우에는 ‘shake your hands’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손을 씻고 닦기 위해 습관적으로 페이퍼 타올을 두세 장씩 뽑아 쓰는데, 페이퍼 타올 박스에는 언제나 ‘한 장이면 충분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있거든요. 환경을 생각하자는 공익적 메시지인데 이렇게 무심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따지고 보면 그래프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 되겠구나’라는 의견이 나왔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단순한 그래프로 진부한 메시지를 다시 살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저는 서촌에서 진행했던 ‘생각하며 걸어보기’ 프로젝트에 애정을 느껴요. 자하문로 5길 중앙에 서있으면 왼쪽으로는 곧고 길게 뻗어있는 새로운 길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구불구불하고 좁은 옛길이 펼쳐지는데요, 주로 카페나 상점 중심으로 산책로가 되는 현실에서 한번쯤 이 길에 어떤 시간이 흘렀을까 혹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사색하면서 걸어보자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사실 캠페인이라기보다는 라우드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 보여주고 싶었던 경우인 것 같아요. 그래서 홈페이지에서도 가장 첫 번째 포스트로 게시가 됐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은?

  지하철역에서의 새로운 보행문화를 만드는 캠페인이에요. 지하철 관련 기관들은 지금까지 7년간 에스컬레이터 관련 여러 캠페인을 진행해왔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한줄 서기’와 ‘두줄 서기’를 혼동하고 있어요. 라우드는 이 문제를 시민들의 행동을 문제 삼기보다 걷는 길을 계단으로 표시해주는 방법을 택했어요. ‘덕테이프’라는 미디어를 활용해서 사람들의 보행로를 계단으로 유도하는 캠페인입니다. 현재 여의도역 2번출구에 시범부착 후 시민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어요. 

▲ 이영탁

  사실 이 캠페인엔 시민들의 의견이 들어있어요. 페이스북에 댓글로 ‘한줄 서기로 한쪽에서 걸으면 굉장히 위험하다’라든지, ‘두줄 서기가 맞는데 서 있으면 뒷사람들이 욕을 하거나 눈치를 준다’는 반응들을 테이프 디자인에 반영했습니다. 메시지를 본 시민들은 그 부분에서 공감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아이디어를 보통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도 궁금하네요.

  일상 속에서 발굴해요. 일상에서 접하는 공간의 맥락에서 메시지를 전할 매체를 찾아보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로 메시지를 구상해요. 혹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보도자료를 통해 소재를 얻습니다.

팀원들은 각자 어떤 목표를 갖고 있어요? 취업이나 사회진출에 대한 고민이 한창 많을 때인데.

  우선 팀 전체의 목표를 밝히자면 1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거예요.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터뷰에서 자칭 ‘소셜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것을 봤어요. ‘우리 사회를 보다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인간적인 세상으로 만드는 일을 함으로써 지금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을 고민하는 직업’이라고 정의하더군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문제를 진득하게 바라보고 수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잘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런 말하는 것이 굉장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취업에 대한 생각은 현재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시민 모두가 작은 프로젝트를 한다면’이라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며 초심을 잃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내일을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우리가 캠페인을 하면서 꾸준히 남기는 기록물들을 잘 정리해서 언젠가는 시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작은 갤러리에서 우리의 100가지 캠페인을 전시하면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꼭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1. 사물존칭 바로잡기 캠페인. 사물에 높임말을 쓰지 않는 운동의 일환으로 카페 컵홀더에 바른 표현을 새겨넣었다. 2. 손에 물기를 터는 행위와 페이퍼타올 사용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표시했다. 손을 털수록 페이퍼타올 사용 갯수는 줄어든다. 3.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캠페인이다. 출입문에 거울이 달린 스티커를 부착해 뒷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제공: 라우드 프로젝트
라우드 프로젝트와 협력하게 된 업체 중에선 더피알 ‘소통라이브러리’에 소개된 분들도 있더라고요. 계속해서 어떤분들과 협력하길 원하나요?

  현재 라우드프로젝트는 국내 주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집단 및 20~30대 개인 브랜드숍 운영자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어요. 사진작가를 비롯해 기타 디자인, 패션,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들이 포함됩니다. 노하우 콘텐츠 플랫폼 쉐어하우스도 라우드의 활동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앞서 소개한 괄호라인 프로젝트 영상이 쉐어하우스를 통해 만들어졌다) 서울시,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라우드프로젝트와 함께하고 싶다는 참여의사를 밝혔고,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앙 정부기관에서도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캠페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 대기업의 사회브랜드팀 혹은 NGO단체로부터도 연락을 받고 있어요. 작은 실천에 대해 동감하고, 필요로 하는 곳은 언제나 협업의 의사가 있습니다.

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 펼쳐졌으면 하는 일은?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남겨두었던 시민 각자의 작은 캠페인이 라우드 프로젝트를 보고 용기를 얻어 실행됐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나 둘 사례가 모이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지금, 바로, 당장 자신 주변의 문제점들을 찾아 실천할 의사를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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