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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의 심리학, 보고 쓰는 이유
댓글의 심리학, 보고 쓰는 이유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02.12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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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문화 진단 下] 상습 악플러 된 현직 판사…‘온라인 탈 억제 효과’ 주목

[댓글문화 진단 上] 야누스, 댓글의 두 얼굴(←클릭)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인터넷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댓글 수천개를 단 사실이 확인됐다. 이 부장판사는 다음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다수의 계정을 만든 뒤 여러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정치 편향적 댓글 2000여개를 달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 BBK 사건에 대해 누리꾼들이 비난을 쏟아내자 “이런 거 보면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 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라는 댓글을 작성했다.

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어묵으로 조롱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 “모욕죄 수사로 구속된 전 세계 최초 사례”라고 썼으며, 집에 들어온 도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기사 아래론 “촛불폭도들도 그때 다 때려죽여야 했는데 안타깝다”란 글을 달기도 했다.

혐오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상습 악플러가 현직 부장판사라는 사실에 법조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댓글문화의 폭력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댓글에 관심을 가질까. 전문가들은 댓글을 달고 확인하는 이면에 ‘소통욕구’가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남들도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지, 아니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댓글을 보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같거나 다름을 확인하기 위함”이라며 “자신이 쓴 댓글에 반응이 좋으면 희열을 느끼고, 반대의 경우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댓글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관심욕구’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으로부터 관심 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이를 충족시켜준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댓글쓰기에는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숨어있다. 댓글의 호응이 클수록 인정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초등생 등 저연령층이 댓글을 많이 쓰는 것도 나이의 제약을 벗어나 인정받았다는 성취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나쁜 감정을 갖고 상대방에 해를 끼치려는 의도보다는 댓글을 통해 남에게 관심을 받고자 하는 경향이 크다.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설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즐기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악성 댓글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지난해 배우 박시후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을 때 일베(일간베스트)에는 “박시후가 성폭행 했으면 감사해야지”라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다. 그룹 울랄라세션의 멤버 고(故) 임윤택은 사망 직전까지 ‘암케팅(위암 투병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이라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다.

악성댓글로 인한 사이버 폭력은 해외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진다. 영국의 경우 2013년 8월 페이스북에 연결된 유명 상담 사이트에 고민 상담을 올린 14세 소녀 한나 스미스 양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미스는 사이트에 습진에 걸린 고민을 털어놨는데 이 글에는 고민을 덜어주는 답변보단 비방·조롱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스미스 페이스북 계정도 자살을 종용하는 악성 댓글로 도배됐고, 결국 그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스탠퍼드대학교 매거진은 지난 2011년 ‘대니얼 리의 박해’(The Persecution of Daniel Lee)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졸업생인 타블로의 학력 논란을 다뤘다. 당시 악성 댓글러들은 타블로의 학력이 위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검찰 수사 결과 루머로 드러났다.

악성 댓글러들은 평소엔 양처럼 순한데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과 비슷한 심리상태를 갖고있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차 안에서 운전을 한다는 익명성이 속물근성을 부추긴다. 익명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선 무례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의식이다.

▲ 서울 충무초등학교에서 열린 ‘선플캠페인 결의대회’에 참가한 시민이 “인터넷에 선한 댓글을 달자”는 내용의 메모지들을 보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선플 운동은 악성 댓글 대신 선한 댓글을 달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뉴시스

악성댓글이란 이름의 괴물

익명성 뒤에 숨은 네티즌들은 자신들이 특정 사안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왜곡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이들은 선동적인 화법을 통해 다른 이들도 공격성과 조롱의 문화로 빠뜨려버린다. 악성 댓글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온라인 탈억제 효과’라고 부른다.

게다가 악성 댓글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무책임해지기 쉽다. 곽 교수는 “평범한 댓글은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으니 점점 더 자극적, 엽기적인 내용, 진실 확인 안 된 내용을 올리게 된다”며 “악플러들은 자신의 댓글의 조회수나 공감 개수를 통해 쾌감을 얻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것인지 생각하기보다 자신이 인정받는다는 것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댓글은 너무나도 쉽게, 빠르게 써진다. 댓글을 읽는 사람, 댓글에 공격받는 사람의 입장까지 고민할 시간이 없다. 쉽게 써진 댓글은 누군가에게 아픈 흔적을 남긴다. 최근에서야 악플 사태가 고소·고발 등 법적 행위로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네티즌이 악플을 통해 사법처리를 받을 것이라는 인식은 낮다. 실제 악플을 달아 처벌받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

현행법상 인터넷에 비방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게재해 명예훼손을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그러나 익명으로 인해 적발이 어렵고, 표현의 자유 보호와 처벌 기준의 모호함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사이버 세상의 정서순화를 위해 악플에 맞서는 선플 운동을 효과적인 대응방안의 하나로 제시한다. 민병철 건국대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지난 2007년부터 악플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 위해 선플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부가 악성 댓글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을 달기 전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면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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