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만 제공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혜택만 제공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jihern@sejong.ac.kr)
  • 승인 2015.02.1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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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차별화 전략은 고객중심 사고로부터

[더피알=김지헌] 차별화 전략을 생각해보라고 하면 흔히 고객들에게 어떤 혜택을 추가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혜택과 비용의 함수인 ‘가치=혜택/비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혜택 중심의 사고는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기회의 절반을 잃게 한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는 ‘당신의 고객에게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을 멈추라(Stop Trying to Delight Your Customers)’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논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스스로 부담하는 노력수준(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춰주는 것이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를 반영한 계량지표인 고객노력지수(Customer Effort Score; CES)가 기존 기업들이 고객충성도 제고를 위해 관리하는 핵심지표인 고객만족지수(Customer Satisfaction Index; CSI)와 순고객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 NPS)보다 고객충성도와의 상관관계가 높음을 보였다.

이처럼 비용 중심의 사고가 중요한 오늘날 소비자가 지각(知覺)하는 비용의 종류와 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고객이 원하는 포인트에서 접근

소비자가 구매행동 과정에서 지각하는 비용은 크게 탐색비용, 거래비용, 사용비용, 처분비용의 4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탐색비용은 고객이 느끼는 욕구를 해결해 줄 대상을 탐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흔히 비용을 얘기하면 금전적인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심리적 비용, 인지적 노력 비용 등 비금전적 면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오늘 같은 날씨에는 점심 때 뭘 먹을까?” “소개팅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등과 같은 고민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서 원하는 것을 찾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2015년 4대 포털 키워드 중 하나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콕 집어주는 ‘큐레이션(curation)’이란 단어가 선정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 소비자가 선택에 어려움을 느낄수록 탐색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춰 주려는 노력은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거래비용은 소비자가 판매자와의 거래 시 부담하는 비용으로 가격과 가격 외 비용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자칫 브랜드자산을 갉아먹을 수 있는 가격할인 보다는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지불방법을 제안함으로써 효과적으로 거래비용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의 한 렌트회사는 예산이 부족한 공공기관의 일반 전구를 LED 전구로 교체해준 후, 공공기관이 LED 전구 사용으로 절감한 전력비용으로 교체비용을 매년 나누어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성공적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주력 제품을 싸게 팔고 보완재의 가격을 높여 이익을 확보하는 인질상품가격정책(captive product pricing)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가령 프린터기를 매우 저렴하게 파는 대신 잉크토너를 비싸게 파는 식이다.


가격 아닌 고객비용으로 사고 전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후에는 사용비용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 선풍기, 난로 등 계절가전을 쓸 때 어떤 불편한 점이 있을까? 계절이 바뀌면 손질해서 커버를 씌우고 창고로 옮겨놓는 일이 필자에게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만약 이를 대신해 주는 판매점이 있다면 어떨까? 필자라면 다소 비싼 가격을 내고라도 그 판매점을 찾아갈 것 같다.

실제로 일본의 다이이치라는 가전 유통회사는 일본의 주거공간이 협소한 점을 감안해 구매고객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여름에는 겨울가전을, 겨울에는 여름가전을 수거 및 관리,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통해 상당한 매출증가를 이뤘다.

만약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딜러가 고객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방문해, 대신 자동차를 끌고 정기점검을 받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분명 경쟁력 있는 딜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자의 경우 샴푸와 로션이 동일한 패키지로 되어 있어, 아이의 목욕을 시킬 때 로션을 사용하는 실수를 여러 차례 했고 결국 브랜드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제품 디자인에서 오는 고객의 혼동도 브랜드를 교체할 만큼 큰 사용비용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들이 다 쓴 제품을 처분할 때 지각하는 처분비용을 낮춰줘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미국에서 차를 구매 후 1년 내 실직하면 되사주는 캠페인을 펼쳐 미국 소비자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의류회사인 프레시(PRESH)는 셔츠를 구매한 후 1년이 지나면 헌 셔츠와 새 셔츠를 바꿔주는 캠페인을 펼쳐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보통 1년이 지나 유행이 지난 셔츠는 장롱 속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에 고객의 처분부담을 줄여줄 수 있으며, 회수한 헌 셔츠를 제3세계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기부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다.

이처럼 고객비용 중심의 사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차별화된 전략을 도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케터는 소비자의 구매행동프로세스를 따라가면서 소비자들이 각 단계에서 지각하는 비용은 무엇이며, 이를 효과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지 늘 고민해야 한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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