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PR, 언론 대응보다 ‘위기관리’에 방점
엔터테인먼트PR, 언론 대응보다 ‘위기관리’에 방점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2.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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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영향으로 전략적 해외 홍보 필요성 증대

[더피알=안선혜 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요즘 전략적 PR의 필요성을 여느 때보다 크게 느낀다. (관련기사: 엔터테인먼트업계 “지금은 홍보 전쟁 시대”) 뉴스 유통의 중심이 네이버 등 포털로 넘어가면서 유력 매체의 개념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사회나 경제 영역은 그래도 비교적 방송이나 주요 지면매체에 따라 여론이 형성되는데, 연예 분야의 경우 무분별하게 많은 매체들이 난립하고, 모든 기사가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 없이 네이버 메인에 올라갈 수 있게 되면서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해진 것.

▲ 배우 클라라는 최근 소속사와의 계약 해지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역풍을 맞았다. 왼쪽은 클라라가 이규태 일광폴라리스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일부분. 전체 카카오톡 내용이 공개되면서 클라라 측이 오히려 곤경에 처했다. ⓒ뉴시스

자칫 허위사실이나 잘못된 정보가 사실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포털 뉴스 체제 아래 뉴스가 시시각각 변하고, 개인 또한 자기 주관이나 논리로 방향을 잡기 때문에 ‘빨리, 적극적인 대응’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연예 매체에 몸을 담고 있는 한 기자도 “회사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홍보팀이 구성되면서 답변이 체계적이고 빨라졌다”며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점점 언론 대응보다는 위기관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기사를 연성화시키거나 나아가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획사 홍보팀에 속한 다른 관계자는 “일반적인 홍보라기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시 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중이 등을 돌리는 건 순식간이다 보니 다른 활동들도 중요하지만,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움직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fnc엔터테인먼트가 개설한 웨이보 계정.
한류의 영향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홍보 담당자를 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략적 공략지로 떠오르면서 웨이보(SNS) 관리자만은 확보하는 모양새다.

SNS 채널을 여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직접 현지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관계를 맺어 나가는 데까지 발을 넓히기도 한다. 국내에 중국인 직원을 두고 우리나라에 통신원을 파견한 중국 연예 매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식이다.

아직 해외 기자 접촉에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회사들의 경우 현지 대행사를 컨트롤하기도 한다. 아직 어떤 매체가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고, 관계성을 따졌을 때 한 곳으로 몰아주기 보다는 현지 회사를 통해 고르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에서다.
 

기자 출신 영입…대언론관계 및 기획기사 작성능력 기대

홍보팀을 구축하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는 회사들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영세한 곳이 많은 것도 업계의 현실이다. 자체 홍보팀을 갖출 여력이 없는 회사들의 경우 외부 대행사에 각 배우 등을 맡긴다. 주로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를 위한 계약이다.

그래도 홍보 인력에 대한 니즈가 급증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추세다. 이재은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실장은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대언론관계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 공급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우리도 경력직만 채용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신입사원 2명을 뽑아 교육시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숙련된 담당자들을 영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김선화 싸이더스HQ 팀장도 “지금 사실 홍보 인력이 제일 부족하다”며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는데,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이 영입되는 경우도 늘어났다. 언론 환경이 예전처럼 기자라고 대우를 받는다든지 존경을 받는 분위기가 아니다 보니, 1~2년 차 기자의 경우 일반 홍보인과 비슷한 조건으로 기획사로 적을 옮기곤 한다.

과거엔 없었던 현상이나, 최근엔 굉장히 빈번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특히 차장급 이상의 기자들은 매니지먼트사 홍보이사나 부장급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언론 환경이 임금이나 안정성, 인식에 있어서 약화된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다.

기획사에서 기자 출신들에게 바라는 부분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들이 기획기사에 강하다는 데 있다. 기사 쓸 때 훈련이 된 부분도 있고, 기획기사가 일반 스트레이트성 기사보다는 전달력이 좋다는 해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언론 관계에 아무래도 기자 출신들이 이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 전관예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언론에서 기자 출신에 대한 호감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들이 언론의 생리를 잘 알기에 릴레이션십 구축에 유리할 것이란 일종의 기대감이다.

모 기획사의 경우 연예매체 기자가 아닌 경제지 기자를 영입하기도 했는데, 상장을 하면서 연예 매체만을 커버하는 게 아니라 경제지 등 최대한 많은 매체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일부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 지난해 11월 sm c&c투어익스프레스에서 기획한 김수로와 떠나는 영국여행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 sm c&c투어익스프레스 페이스북)


아직은 과도기…확고한 포지셔닝 필요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홍보 인력에 대한 니즈가 높기는 하지만, 이들에게 밝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최영균 킹콩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여전히 홍보는 회사 경영 상황에 따라 대체 또는 축소가 용이한 부서인지라 10년차 이상 되면 마케팅이나 부가사업 기획 등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7~10년차 정도에서 그런 고민을 하다 바깥으로 나가서 드라마 홍보회사 등을 차리기도 하지만, 그쪽도 이미 포화 상태”라고 전했다.

김선화 팀장도 2차 산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홍보 조직 자체가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쓰는 조직이긴 하나, 배우와 밀접한 관계성을 갖고 일반 대중의 니즈도 잘 알기에 수익사업을 연결시킬 포인트를 잘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

다만, 매니지먼트 내 홍보팀이 체계화됐더라도 여전히 많은 곳은 홍보팀 자체가 크지 않고 급성장한 게 3~4년이다 보니 과도기에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전략적 홍보에 대한 필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영균 부사장은 “소속 연예인의 현재 이미지를 체크하고 목표 이미지를 설정, 인지도나 호감도를 상승시킬 전략을 짜서 작품 캐스팅에 반영을 시키고 광고나 부가사업을 선정할 때도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게 한다”며 “어느 정도 직급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기본적 홍보 업무에 더해 전략 플랜을 짤 수 있도록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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