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무슬림의 마음 사로잡는 첫 관문, 할랄
16억 무슬림의 마음 사로잡는 첫 관문, 할랄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2.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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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진출 위해 필수적인 ‘할랄마케팅’ 세계

[더피알=문용필 기자] 까만 히잡과 독특한 외양의 사원, 코란, 초승달 문양...

흔히 ‘이슬람’하면 떠올리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이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잇따른 과격 행동으로 인해 이슬람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이슬람 문화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슬람 국가들의 연합체격인 이슬람 회의기구(OIC)에는 총 57개의 국가가 가입돼 있다. 여기에는 동남아, 아프리카, 서아시아는 물론 알바니아 같은 유럽국가와 수리남 같은 남미국가까지도 포함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인구는 약 16억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독교(개신교·가톨릭 포함)에 이은 세계 제 2위의 종교별 인구이기도 하다.

중동지역의 막강한 ‘오일머니’를 차치하고라도 이같은 숫자는 해외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무슬림은 매력적인 마케팅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식품산업의 경우에는 무슬림 마케팅을 위한 필수 관문이 존재한다. ‘알라(신)가 허락한 음식’, 할랄(halal) 인증이 바로 그것이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 환경과 내수경기 침체 속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할랄’은 수출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식품기업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도 경제 뉴스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할랄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구상 기자회견을 통해 “농업분야가 FTA를 발판 삼아서 중국·동남아를 넘어 할랄 시장까지도 진출할 수 있는 수출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추듯 농림수산식품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 식품 시장을 심층 조사해 수출업체에 제공하고 R&D·인증지원 등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가차원에서 이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할랄 시장의 중요성이 엿보인다.

‘허락하는 물건’…이슬람법에 바탕 둔 절대가치

그렇다면 ‘할랄’이란 과연 무엇일까. 원래 할랄에는 이슬람어로 ‘허락된’이라는 단순한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경제용어로서의 할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슬람 전문가인 엄익란 단국대 GCC 국가연구소 연구교수는 “할랄 시장이란 이슬람법 ‘샤리아’에 부응하는, 이슬람에서 허락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취급하는 시장을 총칭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말은 ‘금지된’이라는 의미의 ‘하람(haram)’이다. ‘할랄이 아니다’는 뜻의 ‘논할랄(non-halal)’이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 말레이시아 jakim의 할랄 인증 마크. (출처: halal malaysia official portal)

할랄은 이슬람 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할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음식은 손도 대지도 않는다.

강원발전연구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제할랄 시장 동향과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에서는 할랄이 아닌 상품의 국내 유통을 제한하고 있으며 할랄이 아닌 제품은 원칙적으로 수입·판매를 할 수 없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할랄이 아닌 상품을 전혀 수입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입량을 제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슬람 국가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 할랄 인증이 필수인 이유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할랄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등의 인센티브 혜택을 부여한다.

엄 교수는 “지금까지 무슬림의 할랄 식품 소비는 제도적 문제라기보다 종교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됐기 때문에 인증제도에 대한 중요성은 상품수출에 부차적인 요인이었으나, 식품산업의 세계화 결과 무슬림 국가와 비무슬림 국가 간 식품교역이 활발해진 상황에서 무슬림들은 비무슬림 식품업체가 생산하는 음식의 주 소비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구조로 이슬람 국가에서는 자국 내 수입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 취득이 중요한 요건이 됐다”며 “식품 공급국의 입장에서도 수출 상품에 대한 신뢰형성을 위해 인증서 획득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관들은 상당수 존재한다. 엄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 국가의 종교기관과 민간기관을 포함하면 150여개에서 200여개가 산재해 있다. 일본에도 약 4개의 기관이 있다”며 “이들 기관은 일반적으로 물품이나 서비스가 샤리아를 준수하는지 여부를 서류와 실질적인 감사를 통해 할랄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가 유일하게 할랄 인증을 하고 있다.

인증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다. 김상수 사단법인 할랄협회 자문위원은 “(기업들이) 막연히 인증을 받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인증받기가 쉽지는 않다. 문화와 환경이 (이슬람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원재료나 취급하는 물품에 하람(금지된) 요소가 있으면 안 된다. 한 창고 안에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유래 성분, 알코올이 같이 있으면 안 된다”며 “심한 경우에는 구내식당 메뉴까지 체크하는 경우가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이런 부분들은 장벽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와 술이 금지돼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원재료를 보관하는 장소도 확실하게 돼지고기와 구분돼 있어야 한다. 제품의 포장재 역시 돼지고기로부터 유래되는 것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동물의 사육이나 도축과정에서도 샤리아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냥’은 금물…확실한 타깃 선정이 선행돼야

이는 기존 논할랄 제품을 생산해오던 업체는 별도의 설비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비투자에 비교적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라면 감당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우 할랄 인증을 위해 적잖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위원은 “확실한 수출 타깃이 있는 경우라면 큰 부담 없이 (인증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냥) 한 번 진출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인증을 받는다면 비용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지난 2013년 할랄 인증을 받은 풀무원의 사례를 보면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가 입고될 때부터 제품생산의 전 과정까지 돼지고기 DNA 검사를 실시했다”며 “생산 공장 주변도 철저하게 관리했으며 이슬람 율법에서 금한 개, 고양이 등의 접근을 철저히 방지해 교차 오염을 엄격히 차단하는 등 제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위해 전 방위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 할랄은 이슬람 율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무슬림들에게는 절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사진 (오른쪽 밑)은 국내 거주 무슬림들이 기도를 하는 모습.뉴시스

특정 기관에서 할랄 인증을 받는다고 해도 모든 이슬람 국가에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엄 교수는 “할랄 인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증기관의 파편화”라며 “각 국가나 기관별 교차인증이 서로 MOU를 맺은 기관만 인정되는 상황에서 이슬람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는 지역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할랄 인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증기관별로 샤리아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고 종파와 지역의 관습 때문이라는 것이 엄 교수의 설명이다.

박상헌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할랄기준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다가 아니다”며 “처음부터 어떤 국가를 타깃으로 할 것인지 시장을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같은 까다로운 절차와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할랄 인증을 받으려는 국내업체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할랄 인증은 이슬람 시장 공략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김상수 위원은 “무슬림들은 어떤 제품을 소비하든 할랄마크가 있다면 안심한다”며 “국내 모 식품업체의 경우 (이슬람 국가에서) 할랄 인증을 받기 전 테스트 마케팅을 할 때와 할랄 인증을 받은 후 테스트 마케팅을했을 때의 매출을 비교해 보면 10배나 차이가 났다고 한다”고 전했다. 인증마크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셈이다.

할랄시장 자체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할랄식품 시장의 규모는 지난 2009년 6300억달러에서 2010년 6500억달러, 2012년에는 6800억달러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할랄시장의 신장세는 비단 무슬림 수요 때문만은 아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전 세계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으로 HACCP, GMP 등 식품안전인증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슬람신자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 웰빙을 지향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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