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권에 스며들라…‘할랄 마케팅’ 현주소
이슬람 문화권에 스며들라…‘할랄 마케팅’ 현주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2.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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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인증은 ‘보증수표’, “제일 중요한 건 ‘신뢰’”

[더피알=문용필 기자] 전세계 16억명에 달하는 무슬림들은 분명 국내기업들에게 매력적인 마케팅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들어 공인된 기관의 할랄 인증을 받기위한 국내기업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16억 무슬림의 마음 사로잡는 첫 관문, 할랄) 특히 식품업체의 경우, 할랄인증은 이슬람 시장 진출의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할랄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높아진 시기는 채 5년도 되지 않는다. 김상수 사단법인 할랄협회 자문위원은 “2011년 11월경부터 모 기업 경제연구소 등에서 할랄 이슈를 많이 부각시켰다”며 “국내 기업들은 2011~2012년경부터 본격적인 할랄 인증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할랄 인증을 받은 대표적 기업으로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 농심 등 국내 굴지의 식품업체들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한성푸드와 네이처텍, 교촌치킨 같은 업체들도 할랄 인증을 받은 바 있다.

▲ 할랄에 대한 관심은 식품산업을 넘어 관광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들. ⓒ뉴시스

풀무원은 지난 2013년 말레이시아의 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고 이슬람 식품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가 그것. 풀무원 관계자는 “할랄 식품 시장은 국내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블루오션 중 하나”라며 “한국 라면은 특히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상품으로 풀무원도 할랄 인증 과정을 거쳐 이슬람 식품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꽃게짬뽕’ ‘오징어 짜장’ ‘통영굴짬뽕’ 등의 생라면과 ‘바로조리 순살떡볶이’, ‘2분조리 국물 떡볶이’ 등 간편식 제품에도 할랄 인증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에는 단일 국가로 가장 큰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CJ제일제당도 2013년 JAKIM의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 할랄 식품 산업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에 진출했다”며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할랄이라는 개념과 국가별 인증제도 비교, 국제 할랄 시장 규모 등 다양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품 중 힐랄 인증 대상제품을 전략적으로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 cj제일제당의 할랄 인증 제품(왼쪽)과 풀무원의 할랄 인증 제품.(사진:cj제일제당, 풀무원)

현재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조미김, 김치 등 3개 품목 총 43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상태. 회사 관계자는 “올해 제품 추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으며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을 테스트 중”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향후 인근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중동 등까지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할 계획”이라며 “한식 카테고리 자체가 현지인들에게는 생소한 제품이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이미지와 한류의 영향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현지인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끔 판촉활동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농심의 대표적 라면상품인 ‘신라면’도 지난 2011년 JAKIM의 할랄 인증을 받았다. 현재 부산공장에서 계속 생산되고 있는 ‘할랄 신라면’은 무슬림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야채성분으로 맛을 내고자 노력을 했다는 것이 농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해당 제품은 인도네시아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에 수출됐으며 현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많은 해외 인증기관 중에서 국내기업들이 JAKIM을 찾는 이유는 할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의 큰 위상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세계 할랄 식품 허브로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할랄 식품 시장부문의 잠재력은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점점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JAKIM 인증의 경우 가장 엄격하고 어려운 할랄 인증에 속해 명실 공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엄익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공인된 할랄 인증기관으로 JAKIM과 브루나이의 ‘Brunei halal’, 미국의 ‘IFANCA’, 독일의 ‘Halal Countrol EU’ 등을 들었다.

화장품, 관광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로 확대

할랄 인증은 비단 식품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화장품과 의약품, 물류와 관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할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가전, 건설, 자동차 같이 기존 이슬람시장 진출의 첨병 역할을 했던 산업군을 넘어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김상수 연구위원은 “(화장품과 제약의 경우) 제품에 대해서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를 모두 뒤져서 논할랄 요소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며 “물류의 경우에는 운송 상에 논할랄 요소가 (할랄 요소와) 교차, 혼재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렌트화장품은 지난해 JAKIM으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 측은 “세계 다국적 기업들이 이슬람 국가를 겨냥해 활발하게 상품을 출시하는 와중에 이번 성과는 한국의 화장품이 이슬람 국가에 화장품을 직접 수출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했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고 자평했다.

강성진 대표는 “이번 인증 획득에만 약 3년이 소요될 만큼 다각적인 준비를 선행해 왔다”며 “현재 총 인증 품목 수는 150여가지로 기초, 색조, 팩 등 다양한 상품이 포함돼 있지만 보다 다양한 품목의 할랄 획득을 위해 추가 인증을 계획하고 있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 사진: halal malaysia official portal 홈페이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말 무슬림 관광객 유치활성화를 위해 관광업계가 알아야 할 무슬림 유치 필수정보를 모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안내서’를 발간했다.

식당과 호텔, 의료기관 등의 서비스를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자는 무슬림 인프라와 할랄 음식, 생활문화 등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준비하는 사업체와 가이드가 반드시 알아야할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관광공사는 관광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무슬림 시장의 이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오는 3월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두바이 무역관은 지난해 11월 해외비즈니스 포털 ‘글로벌 윈도우’를 통해 ‘할랄 투어’가 이슬람 경제의 주요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할랄 인증을 획득한 레스토랑 안내 및 할랄 음식의 옵션 제공 △기도를 위한 편의시설 제공 △스파, 수영장, 교통편 등 대중시설의 남녀구분 △도박 및 음주활동이 포함되지 않은 여행 프로그램 제공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아울러 “두바이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년 세계 관광산업은 약 1조달러 규모”라며 “이 중 할랄 투어산업이 1370억달러로 13% 이상을 차지하며 2018년에는 1800 달러를 상회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두바이 무역관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오히려 중국, 일본 등이 할랄 친화적 여행지로 꼽힌다. 2013년 일본을 방문한 무슬림 관광객은 30만명으로 집계돼 전체 관광객의 3% 가량을 차지한다”며 “무슬림 관광객이할랄 투어지로 한국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나, 전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거대한 수요층을 감안한다면 할랄 투어에 대한 시장성을 분석하고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글로벌 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할랄 시장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KOTRA는 지난 2010년 펴낸 보고서 ‘16억 할랄시장을 잡아라’를 통해 “네슬레는 1992년부터 할랄 제품 개발을 시작해, 현재 전 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버거킹, KFC, 까르푸, P&G 등 다국적 기업들은 중동과 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 내 무슬림을 겨냥해 할랄 인증에 나서고 있다”며 “할랄 시장을 신개척 분야로 선정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할랄 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일본과 중국, 프랑스 등 많은 국가가 할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본은 230개 업체가 할랄 제품 도입에 적극적이며 3개 업체는 말레이시아에 현지 공장을 설립해 할랄 식재료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슬람 시장, 마음으로 다가가라”

할랄 인증은 무슬림들에게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지만 어떻게 보면 이슬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첫 관문에 불과하다. 할랄 산업에 있어서 후발주자나 다름없는 국내 기업들이 무슬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효과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할랄 인증 못지않게 현지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진정성’을 강조한다.

엄익란 단국대 GCC 국가연구소 연구교수는 “할랄 시장의 본질은 윤리”라며 “이슬람의 가장 근본적인 비즈니스 윤리는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를 존중하고 이슬람교가 제시한 규칙과 규율을 잘 준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 교수는 “(이슬람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성공 여부는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가, 즉 물질적인 측면에서 평가되지 않고 알라의 규율을 얼마나 잘 따랐느냐에 의해 평가된다”며 “따라서 기만이나 속임수 등은 금물이다.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 요르단에서 열린 한국전통음식축제에서 한국음식을 맛보는 현지인들. ⓒ뉴시스

장건 한국할랄산업연구원장은 이슬람 국가와의 비즈니스 시 알아야 할 팁을 전했다. 장 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라며 “무슬림의 특성 중 하나는 신뢰하는 사람하고만 거래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을 놓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 원장은 “이슬람 국가와 비즈니스를 할 때는 기업이 협상하는 직원에게 전권을 주거나 어느 정도 영향력 있는 사람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대화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샬라’ 라는 말이 있는데 화를 내거나 하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아랍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측면이 있다. 장 원장은 “(무슬림들은) 문학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다”며 “정치 이야기는 삼가는 편이 좋다”고 충고했다. 할랄과 효과적인 마케팅 포인트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기업들이 이슬람 시장에 ‘마케팅 한류’를 일으킬 수 있지 주목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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