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과, 국회-언론 엇갈린 표정
‘김영란법’ 통과, 국회-언론 엇갈린 표정
  • 박형재 기자 (news34567@nongaek.com)
  • 승인 2015.03.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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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솎아보기] 19대 적용 예외·민원 부정청탁서 제외…꼼수 지적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부정 금품·향응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등 비리가 눈에 보이는데도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무죄 판결을 받는 일은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를 한결 맑고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정치권이 원안에 없던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정작 자신들은 빠져나갈 안전장치를 곳곳에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야는 법안 시행 시점을 1년 뒤에서 1년 6개월 뒤로 연장해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받지 않도록 했고,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이 ‘공익적 목적’을 위해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청탁’에서 제외했다. 공직사회 부패 방지가 목적인 법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억지로 우겨 넣은 것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신문 사설들은 “여야가 김영란법을 통과시켰지만, 시행 시기를 내년 총선 뒤로 미루는 등 각종 꼼수가 숨어있다”며 “일단 국민 여론을 감안해 시간을 벌어놓고 법안 수정이든, 재토론이든 다음 국회에서 생각해보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입법 취지에 맞게 보완 입법과 대책 마련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란법’이 재석 247인, 찬성 226인으로 가결되고 있다.ⓒ뉴시스

<주요 신문 4일자 사설>

▲ 경향신문 =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 끊어낼 '김영란법' /위장전입은 이제 검증 대상조차 안되는 건가 /7년 소송 끝에 빚만 떠안은 KTX 승무원들의 눈물
▲ 국민일보 = 본질 벗어난 김영란법은 물타기式 입법의 극치 /한국외교 총체적 점검 통해 전략적 유연성 높여라 /생보ㆍ손보협회장에 수억원대 전별금까지 줬다니
▲ 동아일보 = 어린이집 CCTV 막고 김영란法 물타기 한 '간 큰 국회'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에 정부ㆍ韓銀의 대책은 뭔가 /방통위는 지상파 특혜 주는 광고총량제에서 손떼라
▲ 서울신문 = 중우정치 끝판 보여 준 여야 '김영란법' 처리 /권력기관장 영남 출신 쏠림 심각하다 /등록금 못 낸 학생 교실서 내쫓은 예술고
▲ 세계일보 = 김영란법, 반부패 견인차 삼으려면 더 강화해야 /고령화 시한폭탄, 언제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할 건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하면 안 되는 이유들
▲ 조선일보 = 변질된 김영란法을 '違憲'이라면서도 통과시킨 여야 /'학생 급감' 대비 못 하는 大學들 어떻게 생존하려 하나 /한국이 처음 열어젖힌 중소형 原電 시장
▲ 중앙일보 = 국회 기능 스스로 포기한 '김영란법' 통과 /일본이 한ㆍ미ㆍ일 삼각공조 해친다고 왜 설득 못하나 /연초부터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
▲ 한겨레 = 부패 없는 사회를 향한 이정표 '김영란법' /'돈 때문에 교실서 쫓겨난' 경북예고 학생 /3월 몰아치기 주총 관행, 이대로 좋은가
▲ 한국일보 = 김영란法 시대흐름 부합하나 보완 과제 많다 /셔먼 차관 발언 이후, 우리 정부 책임 더 크다 /모처럼 혁신효과 기대되는 갤럭시S6 출시
▲ 매일경제 = 사실상 첫 마이너스 物價 디플레 신호인가 /위헌소지 알면서 김영란法 통과, 그게 국회수준인가 /日 워싱턴 국화클럽 양성, 한국도 총력 외교 펴야
▲ 한국경제 = 19대 국회의원은 제외되고 내수경기는 박살나고 /조세불복이 급증하고 있다는 상황 /脫석유 서두르는 중동을 재인식하자

조선일보는 ‘변질된 김영란法을 ‘違憲’이라면서도 통과시킨 여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회는 3일 본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을 찬성 228, 반대 4, 기권 15표로 통과시켰다. 2011년 6월 초안이 나온지 3년 9개월 만이다. 앞으로는 공직자를 포함해 언론인과 사립 교원까지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 공직 사회와 접대 문화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조선은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은 출발부터 위헌(違憲)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민간 언론과 사립학교 이사장·교원 등을 슬그머니 집어넣었기 때문이다”며 “언론도 불법 금품·접대를 받으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언론의 부패 문제는 언론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은 “국민 세금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공직자처럼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지도 않은 민간 언론을 굳이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결과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김영란법이, 검찰·경찰이 비판 언론에 대해서까지 무제한의 수사권을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판이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는 ‘국회 기능 스스로 포기한 ‘김영란법’ 통과’라는 사설을 통해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면서도 “문제는 이성과 법치 대신 포퓰리즘에 휘둘린 국회가 날림으로 입법하는 바람에 법적 타당성도, 실효성도 희박한 기형적 법안이 됐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출직 공무원과 정당·시민단체엔 포괄적인 예외규정을 둬 법망을 피할 여지를 줬다. 시행 시점을 1년반 뒤로 연기한 것도 현직 의원들이 법 적용을 피해 임기(내년 5월)를 마치려는 꼼수나 다름없다. 공직사회 부패 방지가 목적인 법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억지로 우겨 넣은 것도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본질 벗어난 김영란법은 물타기式 입법의 극치’라는 사설에서 “이 법은 자유가 생명인 언론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김영란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이유다”고 꼬집었다. 

국민은 “기자도 지금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세금을 투입하는 공영 언론사뿐 아니라 순수 민간자본으로 운영되는 언론사까지 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애초 입법 취지에 어긋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김영란法 시대흐름 부합하나 보완 과제 많다’라는 사설에서 “꼭 필요한 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허점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국회 정무위원회가 빠뜨린 ‘이해충돌 방지’ 규정, 즉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관장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끝내 빠졌다. 또 ‘법 통과 후 1년’이던 시행시기가 1년6개월로 연장돼 19대 국회는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빠졌다”고 짚으며 “일각에서 제기된 언론 옥죄기 악용 가능성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앞으로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용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그런 우려를 지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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