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포함된 김영란법, 언론홍보 변화 가져올까
언론사 포함된 김영란법, 언론홍보 변화 가져올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3.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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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홍보인들, ‘긍정’과 ‘우려’ 시선 엇갈려

[더피알=문용필 기자]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김영란법’이 우여곡절 끝에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적용범위에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되면서 기업들의 대언론홍보에서 관행처럼 여겨졌던 접대나 언론플레이에도 상당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홍보인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 회의적 반응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김영란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적용대상에는 언론도 포함돼있다. ⓒ 뉴시스

적용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의 범위를 명시한 김영란법 제 2조에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2호에 따른 언론사가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언론사’는 방송사업자, 신문사업자, 잡지 등 정기간행물사업자, 뉴스통신사업자 및 인터넷 신문사업자를 말한다.

쉽게 말해, 방송과 신문 뿐만 아니라 주간지와 월간지 같은 잡지 종사자도 김영란법의 적용범위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즉, 특정 매체에 속해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직자’와 똑같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된다. 기자가 아닌 언론사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김영란법이 통과된 이후 언론에서는 연일 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사설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법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와 부패방지를 위한 법의 취지상 대놓고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법의 허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

정부지원을 받는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사기업이기 때문에 공직자와 한데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 특정 언론 탄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자와 3만원짜리 밥도 못 먹나?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면 직무관련성을 떠나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혹은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은 경우에도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된다. 언론사 임직원의 배우자 역시 김영란법의 적용범위에 포함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과 경조사비, 선물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현재 김영란법과 관련한 대통령령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본적으로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인만큼 현행 공무원윤리강령에서 정해놓은 금액(식사제공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화환 10만원)을 기준으로 삼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아울러 직무와 관련된 공식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과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도 예외조항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범위’라는 표현 자체가 주는 애매함이 남아있다.

아직 시행까지는 1년 6개월의 기간이 남아있지만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선 홍보인들의 대언론접촉에는 커다란 변화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기자들을 만나 식사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관행과도 같기 때문이다.

실제 기업 홍보담당자들 입장에서 보면 ‘식사비 3만원’ ‘경조사비 5만원’은  충분한 액수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간단한 점심식사라면 모르겠지만 좀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거기에 술자리까지 더해진다면 1인당 3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시각 “과도한 접대 관행 사라질 것”

우리 사회가 점점 투명성을 강조하고 뇌물수수에 대한 법적 책임이 강화되면서 과거의 촌지나 뒷돈 같은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골프접대나 해외취재 지원 등 비교적 고액에 해당되는 사례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사실상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친분있는 기자의 경조사에 5만원이 넘는 부조금을 내는 일도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모션 이벤트에 모인 기자들에게 기념품이나 자사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언론업무를 맡고 있거나 이를 경험해 본적이 있는 홍보인들 사이에서도 김영란법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부패를 막기 위한 법안의 취지에는 대체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기업별, 업종별로 대언론홍보 비용의 규모와 관행 등이 다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 가운데는 기자들의 ‘갑질’이 줄어들고 투명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타난다. A사 홍보임원은 “언론사에 로비를 할 때 과도하게 접대했던 관행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접대에) 제한을 받게 된다는 것 자체가 좀 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B사 홍보 관계자는 “어차피 요즘에는 실무에서 금전적으로 (언론에) 뒷돈을 주거나 과도한 로비를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크게 바뀌는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접대와 관련해서는 기자들의 도덕적 기준이 이전보다는 조금 더 올라오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다만 “(기자들과 홍보인들 간) 거리두기가 예전보다는 더 있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 국회에서 취재중인 각 언론사의 기자들(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뉴시스

홍보력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C사 홍보 담당은 “통용되는 (접대) 관념자체가 좀 더 검소해지고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에 부담없는 대외커뮤니케이션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범사회적으로 (접대에 대한) 마지노선이 정해진 것 아니냐”며 “예전에는 기업 규모에 따라 (기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에 편차가 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줄어들면서 정말 (순수한) 홍보 실력이나 홍보가 될만한 긍정적인 아이템이나 활동이 더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기자와의 스킨십 문제 생길 것” 우려 목소리도

반면, 현실적으로 대언론홍보에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D사 홍보인은 “법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식사접대비 등의 측면에서 보면) 금액적인 부분도 그렇고 물가상승률을 봤을 때 과연 현실적인지 우려가 든다. (기자들과) 밥 한끼 먹는 것도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긍정적으로 보면 기자와 홍보담당자간의 관계자체가 하나의 변화를 겪는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국제적인 컨퍼런스나 팸투어에 기자들을 동반하는 것도 어려울 것 아니냐”는 생각을 전했다.

한 전직 대기업 홍보임원은 좀 더 구체화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언론인들과의 스킨십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밥 먹고 술 한잔하는 (접촉의) 도구가 사라지기 때문에 홍보인 입장에서는 언론과의 유대관계가 적어져 언론플레이가 사무적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홍보인의 능력에는 기자들과의 유대관계도 큰 무기가 되는데 자신이 쌓은 인적 자산과 서먹서먹해지게 되면 그러한 자산가치가 없어지지 않겠느냐”며 “언론홍보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신입과 다를 바가 없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자들과) 정보교환같은 것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문화는 정서적인 부분이 앞서있지 않느냐. 그냥 보도자료만 보내는 등 사무적으로 대하면 대언론홍보가 더욱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며 “아직 과도기이고 정착이 된다면 차차 (적절한) 룰이 만들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막막할 수 밖에 없다”고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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