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대사 피습 보도, ‘피 흘리는 사진’ 꼭 필요한가요?
리퍼트 美대사 피습 보도, ‘피 흘리는 사진’ 꼭 필요한가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3.0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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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 모습 여과 없이 보여줘…“국가 간 관계에 부정적 영향”

[더피알=강미혜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0대 남성의 피격으로 얼굴 등을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초청강연회에서 피격을 받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5일 오전 7시40분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강의를 준비하는 도중 김기종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왼쪽 손목 부위를 공격당했습니다.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김씨는 전쟁 반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같은 끔찍한 일을 자행했습니다. 다행히 리퍼트 대사는 안면 신경이나 주요 부위 손상은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동맹국에 주재하는 대사를 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충격을 금치 못하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언론들도 일제히 관련 내용을 속보로 대서특필하며 한미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당연한 반응이지만 관련 소식을 전하는 언론보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 그로 인해 엉망이 된 사건 현장 등을 그야말로 여과 없이 보여줬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국내 한 언론은 “일, 이초만에 여러 차례 작은 00로 대사를 찔렀고 테이블에는 선혈이 낭자했다”는 현장 참석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등 ‘디테일한 묘사’를 더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쟁적으로 자극적 언론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온라인상에서도 비판 의견이 눈에 띕니다.

“퍼져나간 사진이 너무 자극적이다” “나를 화나게 만든 건 모자이크도 없이 피 철철 흘리는 대사와 흉기사진을 내보낸 몇몇 언론이다”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들 보도 수준이…” 등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격 사건과 관련, 피 흘리는 자극적 사진을 내세운 기사들이 봇물을 이룬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다음 뉴스 화면 캡처.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또한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식으로 가렸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피격 사건이니 만큼 사진 한 장이 보도의 핵심일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자극적인 면을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최 교수는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일반적인 보도윤리에 맞지 않는다”며 “특정 의도가 있었는지 몰라도 국가 간(한미) 관계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도 관련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며 국내 언론의 사진을 인용 보도했습니다. 몰지각한 한 사람의 만행이 빚은 끔찍한 사건이 충격적 사진과 함께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와 관련, 국내 한 트위터리안(@antir*****)은 “주한대사 얼굴에 피가 철철 나는 사진이 미국 온 신문이며 뉴스 헤드에 실리는데 이 이미지가 주는 파급은 상당할 것이다”며 “가장 안전한 친미 성향의 동맹국에서 반미 성향의 테러리스트가 존재하는 국가로 떨어지는 거”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같은 언론보도 행태에 대해 추창근 인터넷신문위원회 기사심의분과위원장(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심의하는 규정이나 강령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원인을 짚었습니다.

리퍼트 대사를 향한 피격 사건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분명합니다. 언론이 문제를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것도 당연하고 또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피 흘리는 사진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저널리즘 구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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