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아머가 쓰는 ‘의지의 책’ 엔딩은…
언더아머가 쓰는 ‘의지의 책’ 엔딩은…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03.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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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파괴적 혁신으로 나이키와 진검승부 선언

새 칼럼 ‘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을 시작합니다. 미국 시라큐스대에서 PR 캠페인을 가르치는 임준수 교수가 글로벌 캠페인 전략 및 전술 사례에 관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더피알=임준수] 작년 7월 미디어컨퍼런스 참석차 미국 선밸리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은 셔츠가 주목을 끈 바 있다. 바로 스포츠 용품 브랜드 ‘언더아머(underarmour)’였다.

▲ 스포츠 용품 브랜드 언더아머 브랜드 로고. 출처: 언더아머 홈페이지

언더아머는 미국 스포츠 용품업계에서 나이키, 아디다스에 이어 가장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5년간 일본의 유명한 프로야구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 선수들의 용품을 공급하게 되면서 한층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난 1월 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언더아머 미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따라잡다’는 제목의 톱기사로 미 스포츠웨어 시장의 판세 변화를 전했다.

언더아머 창립자이자 CEO인 케빈 플랭크는 지난 2월 초 경제채널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언더아머의 미래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제) 우리 회사는 우리에게 가장 멍청했던 경쟁자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아디다스는 쉽게 잡았고 진짜 적수인 나이키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포부가 마치 말을 잘못 뱉은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의도된 실수’였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이 말로 플랭크 CEO는 언론으로부터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이 와중에 언더아머는 지난 2월 1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아주 새롭고 가장 큰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알렸다.

캠페인 제목은 ‘더 북 오브 윌(The Book of Will·의지의 책)’이며, 태그라인은 ‘아이 윌 왓 아이 원트(I will what I want)’이다. ‘(내 의지로) 나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이다’는 의미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지재유경(志在有逕) 정신을 대변한다.

‘I will what I want’로 트레이드마크까지 획득한 언더아머는 ‘의지의 책’ 캠페인을 통해 나이키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스포츠 용품 브랜드 언더아머는 최근 ‘the book of will(의지의 책)’ 캠페인을 전개한다. 사진은 해당 캠페인을 소개하는 홈페이지 화면.

의도된 실수와 브랜딩 강화 전략

언더아머의 이번 캠페인의 기본 목표는 포지셔닝을 통한 브랜드 강화 전략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캠페인으로 비약적으로 도약했듯이 언더아머는 의지의 책 캠페인을 통해 나이키를 뛰어넘기 위한 꿈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캠페인 ‘꿈은 이루어진다’는 인류 보편적 소망을 담고 있다. ‘꿈은 이뤄진다’에서 꿈은 쉽게 잡을 수 없는 성공이며, 강한 의지와 도전의 결과로 얻어진 값진 보상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미 입지를 굳게 다진 골리앗 기업들 역시 꿈을 꾸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 할 수 있다.

언더아머는 ‘의지의 책’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언더아머 홈페이지 (www.underarmour.com/en-us/iwillwhatiwant)에서 ‘I will what I want’가 상징하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It’s a reminder that the best things in life aren’t given. They’re earned. And there’s one reason you are where you are today. That reason is you.”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그것은 바로 쟁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당신이 그 자리에 있는 데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언더아머의 캠페인 메인 페이지는 슈퍼모델 지젤 번천,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 스키 선수 린지 본 등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바로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이다. 캠페인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아래 영상(youtu.be/ZY0cdXr_1MA)을 들여다보자.


화면에는 미스티 코플랜드의 전신이 보인다. 이어 토슈즈를 신고 기본 스텝을 밟는 그의 발이 클로즈업 되면서 어린 소녀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13살 때 미스티 코플랜드는 한 발레 아카데미에 지원했지만 합격하지 못했다. 그녀의 신체구조는 발레에 적합하지 않았고, 13살에 발레를 시작한다는 것은 늦은 감이 있어 안타깝게도 입학 허가를 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 스텝에서 시작한 미스티의 동작은 점점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하는 멋진 연기로 이어지며, 연기가 종료되고 끝없는 노력을 통해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ABT)의 솔리스트로 성공한 그녀의 모습과 이름이 나오면서 끝을 맺는다.

미스티의 이야기가 ‘꿈은 이루어진다’의 성공신화에 맞는 이유는 뭘까? 바로 흰색의 백조들 물결 속에 보기 드문 흑인 출신의 발레리나로서 세계 정상급 발레단의 솔리스트가 됐다는 점이다. 열악하고 불행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을 뿐만 아니라, 정상급 발레리나로 성장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다는 서사구조 역시 감동적이다.

언더독이 올스타가 되기까지

언더아머의 의지의 책 캠페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소셜미디어상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끌어올리는 것이 주요 전략의 하나가 돼 가고 있는 오늘날, 기업이나 조직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바로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라며 우리들이 메시지 속으로 들어오게 유도한다.

그래서 메시지의 주요 화자는 바로 ‘당신’이 되는 것이고, 캠페인 속 이야기는 ‘나’란 존재와 ‘나’의 경험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이런 메시지 유형은 매체 환경 변화에 따라 메시지 전략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밴더빌트 대학 오웬 비즈니스 스쿨의 제니퍼 에스칼라스 교수는 2007년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Journal of Consumer Research)>에 발표한 ‘자기준거(Self-referencing)와 설득’이라는 논문에서 요즘 대세가 돼가는 이런 메시지 전략에 대한 이론적 분석틀을 제공한 바 있다.

둘째, 브랜드 포지셔닝의 핵심은 소비자의 마음에 경쟁사와 대비되는 차별화된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언더아머 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아디다스를 가장 멍청한 경쟁자로 지적한 이유는 언더아머가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는데도 아디다스가 기술의 혁신 없이 나이키와 동일한 레드오션에서 출혈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 아디다스는 스타플레이어, 대학과 프로 스포츠의 인기 팀을 상대로 독점 협찬 계약을 따내기 위해 나이키와 함께 무한 경쟁을 하고 있다.

▲ 언더아머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현재의 자리에 올라온 스타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사진출처: 언더아머 홈페이지


하지만 언더아머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자신들은 특급 선수와 특급 팀을 잡기 위해 나이키와 무한경쟁을 하기보다, 숱한 고난을 이겨내고 현재의 자리에 올라온 스타들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투자하고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언더아머는 현 골든스테이트 워리워스 팀의 커리원(Curry One) 농구화를 출시했다. 언더독(underdog·열세가 점쳐지는 쪽)에서 올스타로 성장한 스테판 커리는 창사 2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파괴적 혁신을 통해 스포츠 의류계의 다윗으로 부상한 언더아머의 성장사를 연상케 한다. 미 스포츠의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농구화 시장에서 골리앗 나이키사의 (마이클) 조던 브랜드와 한판 진검승부를 겨루기 위한 포석을 열어 놓은 셈이다.

언더아머가 앞으로 미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할지는 꽤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언더독 이미지로 대대적인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한 언더아머가 향후 지속적 성장을 하게 될 때 언제 어떻게 언더독 이미지를 벗어나 다른 포지셔닝을 하게 될 지도 궁금하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언더아머가 오늘 받고 있는 환호와 응원은 지난 20여년간 언더독으로 그들이 스포츠의류업계에서 보여준 혁신과 저력에 대한 값진 보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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