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시력표 아세요?”
“거꾸로 시력표 아세요?”
  • 김동석 (dskim@enzaim.co.kr)
  • 승인 2015.03.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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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닥터] 건강 관련 문제, ‘쉬운 아이디어’로 해결하자

[더피알=김동석]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고정관념들이 있다. 우리는 식사를 끝낸 후 과일을 후식(dessert)으로 먹곤 한다. 하지만 식사 전에 과일을 미리 먹어 어느 정도 포만감이 생기게 한 후 식사를 시작하면 실제 식사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건강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이다. 과일을 디저트가 아닌 에피타이저(appetizer)로 섭취하는 ‘거꾸로 식사법’인 셈이다.

남자들은 꼭 서서 소변을 봐야 하는 걸까? 편의가 아닌 건강의 관점으로만 봤을 때 남자도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보통 가정 화장실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함께 설치돼 있다. 서서 소변을 볼 경우 소변 파편이 멀리까지 튀게 돼 수건, 세면대 등을 오염 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남자 앉아서 소변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헬스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건강과 관련된 이런 고정관념들을 바꾸기 위해 엔자임 헬스에서 진행한 헬스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자신감 높여주는 ‘거꾸로 시력표’

▲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글자가 커지는 '거꾸로 시력표'. 점점 잘 볼 수 있게 돼 기대감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시력 검사에 쓰이는 시력표는 보통 큰 글씨로 시작해서 내려갈수록 점점 작아지게 배치돼 있다.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럼 반대로 작은 글씨가 점점 커지게 배치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앨런 랭어(Ellen J. Langer) 교수는 마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면 육체의 시간도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Counterclockwise study)’로 유명하다. 노인들이 20년 전의 상황과 동일하게 꾸며진 장소에서 단 일주일 동안 생활했음에도 놀랍게도 시력, 청력, 기억력, 악력 등이 향상돼 젊어지는 효과를 보았다는 연구다.

시력표 역시 작은 글씨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커지게 배치하면, 그 반대의 경우보다 갈수록 더 잘 볼 수 있게 돼 기대감을 심어주고 결국 이 기대감은 자신감으로 변해 능력에 힘을 보태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점점 안 보이는 시력표가 아닌, 점점 잘 보이는 시력표인 셈이다.

국제실명구호기구인 ‘비전케어(Vision Care)’는 전 세계 30여개국을 대상으로 백내장 등 개안수술을 통한 구호활동을 하는 NGO단체다. 비전케어는 세계 각지 구호현장에서 서로 다른 언어에 관계없이 쓰일 수 있는 시력표 제작의 필요를 느끼게 됐다. 프로젝트팀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은 인종과 언어에 관계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언어가 아닌 손가락 세 개의 모양만으로도 시력을 측정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도 표준화된 문자가 있었다. 다음은 기존 시력표와는 달리 앨런 랭어 교수의 연구에 기반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글자가 커지는 ‘거꾸로 시력표’를 적용했다. 점점 잘 보이게 글자를 배치해 자신감을 심어 준다는 의미와 사용 기관의 명칭인 비전케어에서 이름을 따서 해당 시력표를 ‘비전 차트(Vision Chart)’로 명명했다.

건강한 약복용을 돕는 물컵

알약을 복용할 때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할까? 왜 약은 굳이 물과 함께 먹어야 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알약을 먹을 때 우유, 주스와 복용하거나 혹은 최소량의 물과 함께 복용하곤 한다. 급할 때는 심지어 입안의 침만으로 약을 삼키는 경우도 있다.

▲ 건강한 약 복용을 하려면 큰 컵으로 한잔(240m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숫자로 알려주는 물컵.
약은 체내에 빨리 흡수될수록 좋다. 약이 빠르게 흡수되기 위해서는 물과 같은 액체 용매에 녹여 입자의 크기를 가능한 작게 해야 한다. 물은 우유, 주스 등 다른 용매에 비해 당분이나 단백질 같은 불순물을 적게 함유하고 있어 약의 흡수를 늦추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약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에 금방 녹을 수 있도록 제조된다. 따라서 약은 충분한 양의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알약을 삼키면 약이 식도를 통과해 위에 도착하기 까지 큰 컵으로 한잔(240ml) 정도의 물이 필요하다.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했을 경우에는 약이 위장까지 도착하는 데 5초 밖에 걸리지 않지만, 한두 모금의 물로 알약을 살짝 삼킬 때는 약이 식도에 걸려 식도염이나 심하면 식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약을 먹을 때 물을 충분히 마시면 약이 위벽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 속쓰림과 같은 위장장애를 줄일 수도 있다.(출처: 노윤정 외 3인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 50~51p)

진통제 타이레놀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한국존슨앤드존슨은 이런 일상 속의 작지만 큰 건강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아는 것이 약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약 복용 시 적당한 물의 양을 알려주는 컵을 제작해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240ml가 어느 정도의 양인 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컵에 240ml의 물이 차는 위치를 표시했다. 간단한 해법이지만 작은 물컵이 가져다주는 건강상의 혜택은 적지 않은 것이었다.

족부 절단 예방하는 양말

여름에 양말은 천덕꾸러기다. 샌들을 신을 때 모양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텁지근한 날씨에 특히 면양말은 발을 답답하게 한다. 그러나 양말은 생각보다 발 건강에 큰 역할을 한다. 땀을 흡수해 줄뿐만 아니라, 발바닥 피부가 신발과 직접 접촉되는 것을 막아주거나 발바닥의 마찰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 각종 발 관련 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에게 여름철 양말은 필수다. 당뇨병 환자들은 발의 감각이 무뎌 발의 상처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해서 괴사하게 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4명 중 1명은 당뇨병으로 인해 족부에 궤양이나 괴저 등이 생기는 ‘당뇨병성 족부질환’을 경험하며, 5명 중 1명은 이 때문에 발이나 발가락을 절단한다.

▲ 당뇨병 환자들이 양말만 잘 신어도 심각한 족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파란양말 캠페인.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가 특히 취약한 여름철을 이용, 양말만 잘 신어도 심각한 족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수 년 째 ‘파란양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발見하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발 관찰 수칙과 족부절단 위험신호 발견법을 전해주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마찬가지로 헬스커뮤니케이션도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일이다. 한 해 수많은 상업적·공익적 건강관련 문제들과 마주한다. 문제가 다양한 것만큼 헬스커뮤니케이션의 해법 역시 다양하다. 심지어 극도의 상업적인 마케팅 활동도 헬스커뮤니케이션과 연계될 경우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건강한 활동’이 된다는 것이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이자, 매력이자, 가치가 아닐까.

김동석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 엔자임 헬스(Enzaim Healt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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