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편견 깨는 보이지 않는 손
수돗물 편견 깨는 보이지 않는 손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3.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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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PR현장] ‘바른 물’ 알려나가는 수돗물홍보협의회

[더피알=문용필 기자] 수도꼭지를 틀면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돗물은 흔하디흔한 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은 끓이지 않으면 마시기 ‘찝찝한 물’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서울시의 ‘아리수’를 비롯한 이른바 ‘브랜드 수돗물’들이 나오면서 조금 불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환경부와 전국 7개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는 수돗물홍보협의회는 이러한 편견을 깨기 위해 작지만 소중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이들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수자원공사와 서울시, 부산시,대구시, 대전시, 광주시의 수돗물 브랜드 로고들./사진출처: 한국수자원공사, 각 지역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시간을 1980년대 이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끼니를 거를 정도로 가난한 주인공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굳이 ‘픽션’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해봤거나 혹은 경험담을 들었던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수’라는 단어로 통칭되는 ‘먹는 샘물’이 일반화된 지금, 이는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수돗물은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음용수로는 먹는 샘물을 쓰고, 수돗물은 조리용이나 혹은 생활용수로 써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수돗물홍보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발족한 배경은 이와 무관치 않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졌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협의회는 ‘홈워터 캠페인’을 비롯한 각종 홍보활동을 통해 수돗물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불식시켜 나가고 있다.

7개 지자체 상수도 사업자 참여, 정중동 홍보

지난 2009년 발족한 협의회에는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제주 등 전국 7개 지자체의 상수도 사업자와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가 참여하고 있다. 수돗물이라는 공공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을뿐더러 참여기관의 면면을 봐도 알 수 있듯 공공기관에 준하는 협의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협의회는 별도의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다. 회장도 따로 없다. 협의회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상하수도협회를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협의회의 실질적인 홍보활동은 상하수도협회 홍보팀이 진행하고 있다.

▲ 지난해 8월 열린 수돗물 시민참여행사./사진:수돗물홍보협의회

참여기관의 의견 및 외부자문을 통해 상하수도협회에서 사업계획을 제안하면 참여기관들은 연초에 열리는 연 1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이를 승인하고 예산과 사업내용을 확정하게 된다. 그리고 상하수도협회가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참여기관의 홍보담당 부서장으로 구성된 실무위원회는 분기마다 회의를 열어 진행사항을 체크한다. 협의회라는 명칭이 그냥 붙은 것은 아닌 셈이다. 예산은 참여기관들이 나눠서 분담한다.

이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전국의 수도사업자들은 수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상하수도협회에 가입해야 한다”며 “수도법에 근거해 환경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고 수도 관련 홍보활동, 교육, 연구, 인증 등의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의회에) 별도의 조직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하수도협회는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다.

포지션 애매한 ‘물’, 독특해야

독특한 운영구조 만큼이나 협의회의 홍보방식도 독특하다. 기업과 공공홍보를 막론하고 진행주체를 내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협의회는 수돗물 자체만 홍보할 뿐 협의회의 이름은 부각시키지 않고 있다. 그 흔한 언론용 보도자료 조차 잘 내지 않는다.

▲ 수돗물홍보협의회가 운영하는 ‘홈워터 서포터즈’/사진:수돗물홍보협의회

여기에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담겨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대중교통과 의료 같은 영역은 해당기관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이 직접 (국민들에게) 와 닿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물은 포지션이 애매하다. 알려야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직접 이를 알리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를 잘 내지 않는 이유도 홍보대상(수돗물) 자체만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의회의 태생 자체가 수돗물에 대한 인식제고에 기반한 만큼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홍보대상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도 해석된다. 협의회의 이같은 기조는 그간의 언론홍보 활동에 고스란히 녹아나 있다. 발족 이후 지난 2012년까지 신문사나 방송사를 통한 언론홍보에 나섰지만 프로그램 협찬, 기획기사 등의 형태로 진행됐다.

주부들 공략, ‘홈워터 캠페인’

방송이나 옥외매체를 통한 공익광고도 협의회의 이름이 전면에 드러나는 홍보로 보기는 어렵다. 협의회 홈페이지는 있지만 SNS 채널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는다.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의 공공홍보 영역에서 SNS와 블로그, 유튜브 운영이 거의 필수적으로 굳어진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다만, 앞으로는 이같은 기조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입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방향선회를 하려고 한다”며 “협의회 자체도 많이 전면에 내세워 주도적으로 (홍보활동을)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홈워터 캠페인’은 협의회의 가장 큰 사업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2012년부터 매체광고를 중단했다.매체를 다량 확보하지 못할 바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커뮤니티 위주의 홍보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홈워터 캠페인은 협의회의 홍보방향 변화와도 연결된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공급재(수돗물) 위주의 홍보를 진행했는데 홈워터 캠페인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도입했다”며 “소비자들이 직접 판단하게 하자는 의미다. 수돗물 음용에 대한 인식 개선도 쉽지 않고, 음용율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내부적인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홈워터 캠페인의 주 대상은 주부들이다. 한정된 인프라 내에서 수돗물에 대한 고착화된 인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면 가정에서부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주부들을 ‘홈워터 서포터즈’로 위촉하고 이들이 블로그 등 온라인을 통해 홍보활동을 펼치는 형태로 진행된다. 서포터즈는 지난해까지 1년 단위로 3기에 걸쳐 운영됐다.

서포터즈들에게는 다양한 미션이 주어진다. 집에서 자체적으로 pH용지를 이용해 수질검사를 해보거나 수돗물을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레시피를 실행해보는 것 등이다. 시판되는 먹는 샘물과 수돗물을 비교해보기도 하고 수돗물로 식물을 키우는 등의 활동도 있다.

미션 결과물은 고스란히 온라인상에 노출된다.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홈워터’를 입력하면 서포터즈들의 다양한 활동상이 담긴 블로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홈워터 서포터즈의 다양한 온라인 홍보활동./사진: 네이버 블로그 화면 캡처

서포터즈들에게는 활동성과에 따라 상품을 지급한다. 1등에게는 해외 상수도 시스템을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도 했다.

홍보효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2012년 시작 당시 홈페이지를 개설해 방문자, 댓글 등을 포함한 공감지수를 계산한 결과 불과 3개월 만에 10만명이 참여하는 성과를 이뤘다”며 “이후 서포터즈 활동을 지속해 현재 주요 포털 사이트 키워드 검색 시 상위 페이지 대다수를 점유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주부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하는 한해 약 1800여건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접근이 용이한 웹상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주요 언론 등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를 바꿀 수 없다면 가장 핵심적인 곳부터 접근하는 이러한 방식은 민간 분야 대비 예산의 한계가 분명한 공공PR 분야에서 효과적인 방법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자평이다.

시민 참여형 사업 지속적 추진

홈워터 캠페인 외에도 협의회는 다양한 형식의 참여형 홍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시음회 형태의 시민참여행사다.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편견을 없애고, 먹는 물로서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와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됐다.

이 행사는 얼음물과 레몬차, 녹차 중 수돗물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선택하는 투표 프로그램과 각 지자체 상수도사업본부의 수돗물 중 가장 맛있는 물을 고르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2월 첫 번째로 열린 ‘수돗물 시민 토론회’도 눈여겨 볼만한 사례다. 토론회를 통해 수돗물에 대한 각계각층의 객관적 의견을 창출하고 이슈발굴을 통해 맑은물의 공급 안정화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형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첫 토론회에는 시민단체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협의회 관계자는 “그간 시민, 소비자 단체들과의 연계활동을 강화하고 사회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수돗물 인식 전환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전했다.

또한, “그 결과 작년에는 시민·소비자 중심의 수돗물 음용 촉진 협의체인 수돗물시민네트워크를 발족했다”며 “시민·소비자 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수돗물 음용 확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러한 활동을 전개한 것은 공급자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홍보활동 전환을 고심하던 협의회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협의회는 앞으로도 시민네트워크와의 연계 사업 발굴을 통해 시민 참여형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지난해 12월 열린 수돗물 시민토론회./사진:수돗물홍보협의회

이 밖에도 협의회는 서울시내 주요 지점에 홍보부스를 설치해 수돗물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주민 대상 교육과 가두 캠페인 등을 전개해왔다.

협의회 측은 “수돗물의 주인은 시민이고 사용자 또한 시민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으로, 한해 수백명이 참가해 수돗물 음용을 다짐하고 직접적인 행동 변화를 실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갖가지 홍보와 마케팅 방안들이 동원되는 상황에서 협의회의 이같은 홍보활동은 일견 소박해 보이기까지 하다. 물론 다양한 방안을 동원한 홍보활동을 하면 좋겠지만, 협의회의 홍보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것이 아닌 오랜 기간 고착된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다. 화려한 홍보가 반드시 높은 성과를 거두리라는 법은 없다.

“무관심을 조금의 관심으로 전환”

협의회 관계자는 “수돗물 홍보에서 가장 큰 난관은 무관심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무관심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며 “이러한 무관심을 아주 조금이라도 관심으로 전환시킨 것만으로도 그간 협의회의 활동이 나름의 의미를 가지기에 충분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한정된 예산으로 이룬 성과라는 의미도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홍보는 예산이 중요하지만 공공영역이다 보니 이를 무한정 늘릴 수 없다. 상수도는 서비스의 개념이다. 요금에 의해 진행되는 사업인데 그 요금을 홍보예산에 무한정 배분할 수 없기 때문에 최소 예산으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두드러진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겠지만 협의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바른 수돗물 알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물은 정치적 성향이나 정책 방향, 인종과 국가를 넘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 가야할 시급한 당면과제”라며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물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나아가 수돗물 음용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갈 계획”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협의회가 향후 거두게 될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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