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시지를 소비자 이야기로 치환”
“브랜드 메시지를 소비자 이야기로 치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3.3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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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A·B·C, 전문가 4인의 이슈 진단 <下>

[더피알=안선혜 기자] 디지털 격변기를 거치면서 기업 콘텐츠 마케팅 흐름에도 변화들이 생겨났다. 콘텐츠 트렌드는 갈수록 가벼워지지만, 최전선에서 이를 담당하는 실무자 마음은 마냥 가볍지가 않다.

디지털 마케팅이 통합적인 추세로 가면서 영역 간 부침은 더욱 심해졌고 리얼타임 구현, ROI(Return of Investment·투자수익률) 입증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만 가고 있다.

과거에는 서로 한 발짝씩 떨어져 있던 PR회사와 디지털 광고회사의 만남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의 다음 스텝을 점검해봤다. (관련기사: 디지털 마케팅 ‘다음 스텝’을 논하다)

▲ 좌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김승호 웨버샌드윅 코리아 부장, 박공주 에스코토스 이사, 이용신 펜타브리드 이사, 임효철 애드쿠아인터랙티브 본부장

디지털 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점점 통합이 강조되는 추세다.

박공주 에스코토스 이사(이하 박)
  통합이라기보다는 어떨 때 보면 TV CM을 약간 베리에이션(변형)해서 온라인에 넣고, 모바일에 넣고 한다. 원래는 따로 만들어야 되는데 말이다.

임효철 애드쿠아 인터랙티브 본부장(이하 임) 그렇다. IMC 나온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IMC 핵심은 동일한 소재를 다양한 채널에 뿌려서 공통적 경험을 갖게 하는 거라 믿고 있다.

사실 채널 화법이 너무 다르다. SNS에서 대화하는 법이 다르고 유튜브에서 얘기하는 화법이 다르다 보니 결과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다양한 채널에 넣는 것보다 각 채널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 유튜브에서는 가장 최적화된 영상으로, SNS에는 최적화된 이미지 혹은 스낵콘텐츠로 이야기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사실상 아직까지도 채널 간 분별력 없이 유사하게 간다.

유튜브 5초 광고 중 TV 30초 광고가 초반에 까맣게 나오는 것 있지 않나. 그게 4초를 잡아먹는 것도 봤다. 막 광고가 짜잔 시작하려는데 벌써 5초가 끝난 거다. 결과적으로 광고는 하고 있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새는 아예 초반에 ‘5초에서 끄려고 그러시죠? 절대 스킵 누르지 마세요~’와 같은 멘트를 붙이는 광고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채널에 가장 특화돼 있는 걸로 가야한다.

이용신 펜타브리드 이사(이하 이)  멀티소스 멀티유즈로 가야한다는 것에 동감한다. 다만, 원소스가 됐든 멀티소스가 됐든 그게 브랜드 자체는 아니다. 브랜드가 어떤 타이밍에 전략상 하고자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결국은 멀티소스로 가더라도 브랜드가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있어야 된다.

  반대의견은 아닌데, 바이럴 영상이 TV CM으로 가는 길은 열려있는 것 같다. 배달의 민족이라든지 알바몬 광고 등이 그 예다. 톱스타를 메인모델로 썼다 뿐이지, 내용은 B급 바이럴 영상과 다를 바 없다. 다만, TV CM이 바이럴 영상으로 내려오는 건 아닌 것 같다.

김승호 웨버샌드윅 코리아 부장(이하 김)  어차피 원소스 멀티유즈를 효과나 비용 측면에서 봤을 때 선택하게 되질 않나. CF 따로 찍고 바이럴 영상 따로 찍는 게 아니라면 가장 많이 보는 디바이스 중심으로 소재를 선택하고 같이 미디어 플랜을 잡고 하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디지털 마케팅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고객사는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을 하고 나서 넥스트(next)가 무엇인지에 대해 항상 답을 원한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이 많이 봤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많이 팔렸어? 우리 인지도가 얼마 올라갔어?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해주어야 한다. 전통 미디어쪽은 이미 노출 횟수를 가치로 평가해 돈으로 환산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만, 디지털은 아직 이런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 ROI(투자수익률)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열심히 성과측정 모델을 만들어 놓으면 트렌드가 바뀌어 버리면서 다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되곤 한다.

소셜 마케팅이 막 꽃 피울 무렵, 소셜은 인게이지먼트(참여) 채널로 해석 됐다. 그래서 팬수 등 인게이지먼트 채널에 필요한 KPI(핵심성과지표)들을 전부 설정해 놓았다. 2~3년 지난 지금 상황에서 소셜을 보았을 때 소비자들이 과연 관계의 채널로 가져가느냐, 아니라고 본다.

관계도 물론 있지만 사람들은 소셜 안에서 뉴스 기사 접하고 세웃동이나 피키캐피스트 등을 통해 재미있는 영상이나 짤방(짤림방지를 위한 짧은 영상이나 플래시)도 보고 한다. 인게이지먼트 채널이라기보다는 콘텐츠 소비 채널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들이 됐다.

한창 돈 들여서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KPI 기준을 규명해 놓고 이제 해보려고 하니까 이미 사람들의 채널 이용 형태가 변화해버린 거다. 결국 다시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이게 디지털의 숙명인 것 같다.

▲ 디지털 마케팅이 확산될수록 roi(투자수익률) 측정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동향을 살펴봐도 이제 소셜미디어는 더 이상 인게이지먼트가 아니라 미디어 채널로 해석해서 간다. 임 본부장님 말처럼 이제는 인게이지 수치가 평가 포인트가 아니라 리치(도달)에 포커싱한다. 글로벌 브랜드 같은 경우 팬 모집 모수에 대한 것보다는 우리 콘텐츠가 어떤 타깃에서 얼마나 확산이 되는지를 평가 포인트로 더 둔다.

  훨씬 더 좋은 평가들이 나올 수 있을 텐데 그 평가들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광고주 쪽에서 예산 편성에 있어서 한계를 맞는 게 아닐까 싶다. 소비자 체감에서는 디지털 접점이 더 많은데 말이다.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일들이 아주 잘아진 느낌이다. 한국에서 몇몇 대기업 빼놓곤 다들 허덕허덕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이 다 바뀌고, 매체 접점도 변화하다 보니 그들도 확신이 없고, 그러다보니 프로젝트도 자꾸 작게 쪼개어서 나온다.

한 프로젝트가 나오면 적어도 에이전시가 3~4군데는 붙는다. 그만큼 PT(프레젠테이션) 기회는 많은데, PT를 하다보면 영상 같은 경우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 예를 들면 스토리보드에 그려서 가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제작비가 드는데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기획은 PT하는 비용 자체도 만만치가 않다. 자칫 회사가 망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외국처럼 리젝션 피(rejection fee) 주는 것도 예전에는 좀 있었는데, 요새는 완전히 없어졌다. 테스트 차원에서 한 번 기간 짧게 해서 아이디어 받아보고 바이럴 필름 아이디어 한 번 내봐라 아니면 말고 식이 되니까 어렵다. 애드쿠아는 어떻게 하나?

  우리도 만들어 갈 때가 있다. 특히 작년엔 몰래카메라 형식 리얼리티 영상을 좀 많이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최민식 같은 배우를 쓰지 않는 한 미묘하게 떨리는 그런 감정들을 도저히 연기로 담아낼 수가 없다.

공감을 키워드로 가져갈 때 영상의 핵심은 사람들의 리얼한 표정과 당시의 음악 이런 것들이 합쳐져야 하는데, 말로는 이게 설명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을 최대한 광고주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영상을 만들고,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그 비용이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된다. 종합광고대행사에 있다가 이쪽에 와서 수익구조를 보니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많다.

‘피(fee) 제도로 바뀌면 좀 더 잘 해드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피(fee)로 바뀌어야 합니다’ 하는 얘기들은 몇 년 전, 아니 10년 전부터 나왔던 얘기라 너무 원론적이다. 언제까지 그걸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선 비용이 들더라도 만들어가고 있다.

  페이스북이 탄생하고 뉴페이스 채널이 아직도 안 나왔다. 기존 SNS 플랫폼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아니다보니 지금처럼 PR·광고 영역이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누가 메시지를 가장 잘 만져서 고객에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이기에 광고회사도 이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들어온다기보다는 시장이 커지면서 디지털이 다 덮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대안으로 네이티브 광고에 대해 한창 얘기들 하지만, 저는 ‘예전 신문이나 잡지에서 하던 애드토리얼(Advertorial·기사광고)이랑 뭐가 다르다는 얘기예요’라고 묻곤 한다. 막 다르다고 얘기하시는데, 전 ‘안 다른데요? 그걸 디지털에다 갖다 놓겠다는 거잖아요’라고 말한다.

오히려 아까 나온 측정·진단이 굉장히 돈이 될 것 같다. 우리 대표님도 이 분야 연구를 많이 하시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고객들이 거기에 익숙해져서 제안 들어갈 때 과거 6개월치 커뮤니케이션을 다 분석해 오라고 한다. 진짜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이런 SNS 전체 채널에 대해 자기들이 운영을 잘 했는지 평가해달라는 거다. 어떤 코드로 어떻게 이야기한 게 비중이 많고 적고 이런 걸 한다. 그렇게 하던 걸 (애드쿠아에서) 기계로 하신다고 하니까 잘 개발하시면 저희도 좀.(웃음)

결국 사람을 끄는 크리에이티브는 콘텐츠에서 발현된다. 예전처럼 핫한 광고 한 편으로 이목을 끄는 시대가 갔다고 한다면, 지금 디지털에서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항상 ABC를 이야기하는데 어떤 콘텐츠든 어텐션(Attention·주목) 브랜딩(Branding)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돼야 한다. 일단 눈길을 끌어야 되고, 그걸 소비한 후 브랜드가 기억에 남아야 하고, 그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하는 건 결국 상업 콘텐츠이기에 목적을 달성했는지에 따라 좋은 콘텐츠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브랜드를 위해 일을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맞춰서 브랜드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서 어떻게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이야기에 공감해왔는지에 대한 변하지 않는 코드를 아는 것이 출발점이 될 것 같다.

▲ 쉐어하우스에서 장인가구와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침대 고르는 노하우가 담긴 영상 콘텐츠.

  사람들도 좋아하고 브랜드도 기억에 남는 건 기본으로 깔고 좀 더 살을 붙이자면, 어떤 상황이나 시즌에 맞춰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법(how to)이 담긴 콘텐츠들도 유용하다. 흥미와는 거리가 멀 수 있으나, 그런 것들을 실제로 사람들이 찾는다. SEO(검색엔진최적화) 측면에서도 강하다.

실제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처했을 때 검색했더니 브랜드가 방향을 제시해 문제가 해결됐다면, 그 브랜드 신뢰도는 올라가고 구매 의사로도 연결될 수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면 된 거라고 본다. 고객사가 섹스 코드에 대해 오케이하면 가는 거다. 그럼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과거에 비해 좀 달라진 것이 전에는 금기시되는 콘텐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살인·방화와 같은 사회 시스템 자체를 해치는 것들만 아니라면 고객사의 타깃에 맞게 대화가 가능하다. 좀 하드코어하게 느껴지더라도 그 코드에 맞는 사람들이 모인다.

다만 요즘 경쟁사와 비교 모니터링을 하면서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브랜드 로고를 가리면 우리 콘텐츠와 다른 브랜드 콘텐츠가 구분이 될까? 안 된다. 브랜디드 콘텐츠라는 것 자체가 교과서에 나오는 좋은 말이긴 한데, 브랜드 고유성을 변별력 있게 담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가 가진 메시지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브랜드 메시지를 넣어야 할 테고, 그렇게 브랜드 메시지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흥미는 떨어진다.

우리도 많이 하지만, 사실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해서 몰래카메라 형식 영상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다. 일단은 브랜드에 대한 메시지가 아니라 소셜 이슈를 먼저 던져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몇몇 잘 안 되는 콘텐츠들을 보면 화면 속 참가자들은 굉장히 재미있어 하는데 보는 시청자들은 별 공감이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저기(화면 안) 저 사람들이 저런 이벤트를 하는 게 나와 상관없게 느껴지는 거다. 결국 사람들이 SNS에서 공통으로 이야기할 ‘거리’나 화두를 던져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가장 궁극의 좋은 콘텐츠는 무브먼트를 일으킬 수 있는 형태가 아닐까 한다. 영상을 본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뭔가 무브먼트를 일으켰고, 그 플랫폼을 브랜드가 주는 것이 사실상 브랜드 저널리즘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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