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실망하는 순간 브랜드는 깨져”
“독자가 실망하는 순간 브랜드는 깨져”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3.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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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기자 인터뷰] 이진우 경제 전문기자

지난해 주목받은 여러 신조어 중 언론계에 경종을 울린 단어가 하나 있었다. 바로 ‘기레기’다.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기레기는 언론을 향한 세간의 시선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언론사 숫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저널리즘의 질적 발전은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기자 개개인이 자신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케 해주는 대목이다. 공급과잉의 언론시장에서 기자로 ‘롱런’하기 위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추는 것은 필수 덕목이 돼가고 있다. 기자를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점점 옅어지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물론, 이 글을 쓰는 기자도 예외가 아니다.

①브랜드 저널리즘 시대, 기자에게 필요한 ‘브랜드’
②언론계, 제2·제3의 손석희 나오지 않는 이유
③“기자는 연차순이 아니다”
④“독자가 실망하는 순간 브랜드는 깨져”

[더피알=문용필] 바쁜 아침 출근길, 경제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목소리가 있다. 매일 아침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 이진우 경제 전문기자 / 사진: 본인 제공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경제를 알기 쉽게 전달해준다는 평가를 받는 이 기자는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9년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지난해까지 <이데일리>에 몸담았다. 현재 프리랜서 신분인 이 기자는 변함없이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매체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전문기자로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데, 기자로서 자신의 브랜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드와 인지도는 구별해야 할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지도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을 의미하는데,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이 아니라면 무작정 인지도만 높은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가져야 한다면 인지도보다는 브랜드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정하고 공감하면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니까요.

그런 점에서 제가 가진 브랜드 정체성에 대해서는 좀 모호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냥 외부 방송활동이 많아서 인지도가 높은 정도가 아닌가 생각해요. 저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면 편견 없이 정확하고 친절한 저널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은 ‘경제를 쉽게 잘 설명해주는 기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갖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친절한 경제 저널리스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 했던 노력은 무엇입니까.

기사를 쓰던 방송을 하던 대충 어설프게 아무렇게나 하지 않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관성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던 것도 같고요.

세상에는 기자가 쓰는 기사의 주제와 내용에 대해 기자보다 훨씬 자세히 잘 아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볼때 감탄까지는 아니라도 제법 열심히 취재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게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한 개의 특종과 한 개의 부정확한 기사, 특종은 아니지만 정확한 두 개의 기사 중 하나를 고른다면 저의 가치관은 두 개의 평범하고 정확한 기사를 선택할 만큼 부정확한 기사에 대한 알레르기가 강했습니다.

기자든 제품이든 브랜드를 갖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방향과 다른 행동이나 결과물을 최대한 줄이면 됩니다. 고객을 감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실망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망하는 순간 브랜드는 깨지고 맙니다.

미디어 환경이 변하면서 과거에 비해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많아졌고,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다보면 자신만의 브랜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표가 돼야겠죠.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먼저)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자로서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내 고객은 독자’라는 생각을 잊지 않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해요. 많은 기자들이 데스크를 위한 기사를 쓰거나 취재원, 광고주를 상대로 기사를 씁니다. 그런 과정에서는 기자로서의 가치가 높아질 리 없어요. 독자들이 인정하는 브랜드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독자가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기사는 저절로 친절해지고 공정해지고 정확해집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충실한 기사를 자주 쓰면 됩니다.

기자들의 브랜드화를 위해 언론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독자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충실한 기사를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강 우라까이’ 해서 기사를 보내도록 요구하거나, 기획·특집 협찬 기사를 자주 요구하거나 데스크나 사주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원하면 기자 브랜드에 금이 갑니다.

그 기자는 스스로의 브랜드에 금이 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브랜드를 키우려는 의지가 약해지는 것이고요. 그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잦은 성공보다는 실수나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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