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떠난 홍보, 무엇으로 채울까?
술이 떠난 홍보, 무엇으로 채울까?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5.04.0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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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김영란법이 가져올 홍보문화 변화

“술 잘하십니까?”
“아니요, 전혀 못합니다.”
“어떻게 홍보 업무를 하시죠?”
“꼭 술을 먹어야 하나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기자들이 술을 좋아 하는데 홍보인이 술을 못하면 기자들과 소통하기 힘들지 않겠어요?”

[더피알=김광태] 모 부장이 중견그룹 홍보임원 채용면접에서 나눈 질의응답이다. 결과는 뻔했다. 술 못하는 죄(?)로 낙방했다. 그는 체질상 알코올이 몸에 받지 않아 언론홍보를 제외한 홍보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었다. 그래서일까? 능력은 있는데 여전히 부장에 멈춰 있다.

홍보하면 늘 술이 따라붙는다. 아직도 기자들과 술 마시는 것을 홍보의 주된 업무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들을 잘 접대해야 나쁜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는 관습적 인식 때문이다.

술의 효용가치는 내면의 소통에 있다. 술은 인간의 외적-사무적인 면과 내적-인간적인 면을 부드럽게 해준다. 그래서 비교적 손쉽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한 잔 한 잔에 주흥이 감돌면 처음 만나는 사람도 거리감이 없어지고 닫혔던 마음의 문도 쉽게 열린다. 허나, 과유불급이면 이성을 잃고 거꾸로 독약이 돼 종종 낭패를 본다. 홍보인이 술을 제대로 잘 먹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술로 소통하는 홍보문화에 비상이 걸렸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통과되면서다. 현행 공무원 윤리강령이 적용된다면 3만원을 초과한 직무 관련성 접대는 금지다. (관련기사: 언론사 포함된 김영란법, 언론홍보 변화 가져올까)

둘이서 삼겹살 2인분에 소주 두병하면 3만원을 넘기는데, 앞으론 짜장면 먹고 커피 한 잔으로 떼워야 할 판이다. 골프 접대가 등산으로 바뀐다 해도 하산해서 막걸리 한 잔 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김영란법은 홍보인들에겐 기자와 소통하지 말라는 ‘소통금지법’이나 다름없다. 물론 1년 6개월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어 현실적 사정이야 감안되겠지만 홍보인들로서는 적지 않게 신경 쓰인다. 그러나 한편에서 김영란법 통과를 쌍수 들고 반기는 사람이 있다. 다름 아닌 홍보인 부인들이다.

“절대로 언론인을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안 됩니다. 만약 이 법이 흔들리고 약화된다면 홍보인 부인들을 전부 규합해서 국회 앞에서 성토대회를 열겁니다.” 모 기업 홍보부장 부인의 결의에 찬 멘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늘 술에 절어 늦게 귀가 하는 남편. 그런 남편 건강에 애간장을 태워야만 했다. 주말엔 주말대로 골프 접대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이제 그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마찬가지로 김영란법을 반기는 또다른 이들이 있다. 젊은 홍보인들이다. “왜 기자접대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취재원(홍보인)에게 기자가 밥도 사고 술도 사야 되는 것 아닌가요?” 모 기업 홍보팀 대리의 말이다.

그는 “김영란법 통과로 일과 후 개인시간까지 희생하면서 술자리를 갖는 홍보폐습에 쐐기가 박힌다는 점에서 대환영”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홍보 업무의 본질에서 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홍보는 설득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결코 이성적으로만 재단 할 수 없다. 술 없는 기자와 홍보맨의 사이. 사무적으로 필요한 이야기만 주고받고 끝낸다면 영혼 없는 대화다. 자연히 인간의 마음과는 동떨어진다.

지난날 기자와 홍보인은 술 한 잔에 언성 높여가며 불만을 토로하고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미운정 고운정이 깊어졌다. 기자가 출입처를 떠나도 두 사람 간의 두터운 정은 변치 않고 가슴에 남았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간부가 돼 다시 만난다. 재회의 감흥은 진하다. 그게 바로 살아 있는 홍보다. 술이 마음과 마음을 이어준 것이다. 앞으로 술이 떠난 빈자리엔 무엇이 다가설까? 왠지 ‘위기’가 맴돌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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