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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문제, 정부 애매모호한 태도가 한일관계 악화”
“독도문제, 정부 애매모호한 태도가 한일관계 악화”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4.0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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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도연구소장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호사카 유지. 일본 이름을 가졌지만 그 누구보다 한국스럽다. 세종대 독도연구소장에 이어 최근엔 독립기념관의 비상임 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에 얼마 전 출범한 경북도의 독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인이 됐지만, 누구보다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탐구하고 있는 ‘애국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만나봤다.

▲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27년 전인 1988년,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사진=성혜련 기자

[더피알=조성미 기자]독도 전문가로 유명한 호사카 유지 교수는 어릴 적부터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 주변에 재일한국인이 많았고, 때때로 그들 집에 초대될 때면 한국무용을 구경하고 한국음식을 먹었다.

우연찮게 좋아하는 운동선수나 배우, 가수 중에도 알고 보면 재일한국인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유년기의 추억과 함께 아주 오래 전부터 서서히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졌던 것.

그렇게 한국에 호기심을 느꼈던 그가 우연히 접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현재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가 학교에 다니던 70년대엔 소극적 행보였다. 단지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적이 있다고만 가르쳤을 뿐, 한반도의 역사나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침묵하던 때였다.

가깝지만 잘 알 수는 없는, 그저 옆에 있는 신비한 나라였던 한국과 얽힌 사건을 알게 된 대학생 호사카 유지는 두 가지 의문을 품었다.

주변에서 본 사람들은 선량하기만한데, 불과 50~60년 전 일본은 어떻게 다른 나라에 그렇게 잔인할 수 있었을까라는 일본인 관점에서의 의아함. 그리고 만약 일본의 황후(일왕의 부인)가 외국인에게 잔혹하게 살해됐다면 일본인들은 그 나라를 ‘영구적으로’ 미워할 텐데, 한국인들 마음은 어떨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일본에 나와 있는 연구자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료들의 시각이 제 3자인 듯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또 일본 내에서 한일관계에 저명한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읽을 수 없다는 설명에 황당해진 그는 한국인의 얘기를 직접 들어봐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다다랐다.

결국 호사카 유지 교수는 27년 전인 1988년, 이 두 가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일본을 무척 미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한국에 오셨는데, 당시 첫 느낌은 어땠나요?

일단 일본과 다른 한국사람들을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외국인은 외국인일 뿐이지만, 한국사람들은 외국인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한국에 처음 왔던 80년대 말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실제로 차를 사기 위해 만났던 판매원도 스스럼없이 저를 형이라고 불렀을 정도니까요.

특히 일본인에 대해서도 별 편견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본의 행위와 국가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지만 일본인 개개인에 대해서는 적대감이 없는 듯했고, 그것은 한국인으로 살아오고 있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대해 연구하시며 지난 2003년에는 한국인으로 귀화하셨는데요. 어떤 이유에서 큰 결심을 하게 되셨나요?

한국에 와보니 한국과 일본, 양국 사람들의 성향이 매우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무라이 문화’인 반면, 한국인들은 상대를 믿고 모두 주는 유교문화가 형성돼 있습니다.(이러한 성향 차이에 흥미를 느낀 그는 2011년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두의 것을 털어놓고 교감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더 편했습니다.

정서적으로 한국인들이 편한 것과 더불어 연구자로서도 ‘왜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를 침략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선 한국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이 패전 후 가져가지 못한 그 시절 자료들이 서울대학교와 국립중앙도서관에 20만권 이상 남아있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이유로 귀화를 결심했지만, 실제 귀화신청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입니다. 대한민국의 4강 신화에 감동해 귀화를 결정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한일전이 열릴 때면 언제나 한국을 응원하는 한국 사람입니다.(웃음)

▲ “개인적으로 모두의 것을 털어놓고 교감하는 한국인의 성향이 더 편했다”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연구자로서 ‘왜 일본이 한국과 아시아를 침략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위해 한국에 정착했다. /사진=성혜련 기자

정부의 독도 홍보, 타깃·방식 어긋나

귀화하면 이름도 한국식으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여전히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시네요.

귀화 절차를 밟으며 ‘호’씨로 개명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호씨하면 중국인이 먼저 연상된다는 말에 개명이 오히려 저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땅에서 일본식 이름을 갖고 한국인으로 살면서 가끔 겪는 불편함에 사실 지금도 개명을 고민하곤 합니다.

이런 고민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놓으면 개명하라는 사람들이 반, 반대하는 사람이 반입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가 일본식 이름을 가진 채로 독도연구자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힘을 보태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는 문제는 언제나 저의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웃음)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독도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듯합니다. 독도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부분이 미흡했던 것일까요.

독도문제의 본질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입니다. 일본은 한국의 영유권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본의 주장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은 정확한 입장을 말하지 않는 외교 입장을 취하고 있어요. 애매모호한 태도가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해요.

또 한국에서는 독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모든 것이 한국어로 진행됩니다. 우수한 논문은 적어도 영어로 번역해 세계적인 수준의 논문으로 키워야하지만 이에 대한 작업이 미흡합니다.

반면 일본은 아무것도 아닌 자신들의 주장을 영어로 만들어 영미권 유명 연구소에 연구 위탁을 맡김으로써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세계인의 시각에서는 한국이 근거 없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형태가 돼버렸습니다.

또한 한국은 홍보대상을 일반 대중으로 보고 팸플릿 등을 제작해 배포하는데,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논리적인 내용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홍보 타깃과 방식이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에 외교부가 독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릴 홍보조직의 부재로 축적된 연구를 이어가는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독도와 한일관계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해 나가실 건가요?

그동안 꾸준히 독도영유권 문제를 연구해왔습니다.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에 등재될 정도로 국제적인 권위를 인정받은 논문을 쓴 것은 물론, 다양한 독도문제 연구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대일문제를 주된 연구과제로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또 다른 과제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 호사카 유지 교수는 우리정부의 독도 홍보와 관련, “홍보 타깃과 방식이 어긋났다”고 비판했다. 외교부가 독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릴 홍보조직의 부재로 축적된 연구를 이어가는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진=성혜련 기자

“국민이 바보가 되면 안돼”

한국인의 정체성 문제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과거 한국인은 유교적 가치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무너져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답을 찾은 것은 바로 헌법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대형마트 강제 휴일에 대한 찬반이 뜨겁지만,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를 보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이는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국민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바보가 되면 안 됩니다. 정부는 필요한 정보를 주고 국민들이 모든 것을 기본적으로 알아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렇듯 헌법에 입각한 교육과 역사관에 따라 한국인의 정체성을 연구,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의 통일까지 대비하는 것입니다.

정체성을 찾기 위해, 바보 국민으로 남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독도와 영토 문제 등은 교양으로 알고 있어야죠.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과 비교해 전공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소통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정확한 교양수준이 있는가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공에만 매진하고 교양과목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자기 분야가 아닌 것에 대해서는 이해도 설명도 힘들어 집니다. 결국 소통의 부재를 불러오죠.

저의 경우에도 이공계에 진학했지만, 대학 시절 교양을 통해 철학과 역사, 성경 등을 공부하며 새로운 길을 발견했습니다. 교양이라는 것은 인생의 길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하나가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다양한 분야의 소양을 닦음으로써 길이 막히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과 남은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안부 문제든 개인청구권 문제든. 특히 올해는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문제인 개인청구권이 화두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증거를 제시해 일본을 설득해야합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 모든 것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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