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빠진 M&A, 무엇이 문제인가
‘홍보’빠진 M&A, 무엇이 문제인가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11.0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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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M&A 커뮤니케이션

최근들어 국내 M&A(기업 인수합병)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거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적극 나서면서 M&A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영전략 차원에서 해외 기업을 사냥하려는 국내 기업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M&A를 성사시켰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기업 인수 전부터 인수 후 뿌리를 내릴 때까지 전 과정에 걸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요소가 있다. 다름 아닌 ‘커뮤니케이션’이다. 전문가들은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금액 등이 아니라 이른바 ‘M&A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패한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보면 커뮤니케이션 부재나 부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성공적인 M&A를 위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어떤 것인지 집중취재했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M&A 성패, 커뮤니케이션이 좌우

현대건설 M&A를 두고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인수 전쟁이 치열하다. 인수합병에 대한 실사가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양사의 공방은 M&A시장의 핫뉴스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 ‘한마디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의향이 전혀 없다’ 등 현대그룹은 현대기아차그룹을 직접 겨냥한 광고를 전격적으로 게재했다. 현대그룹은 국내 주요 일간지 전면광고는 물론 탑면에 광고를 게재하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또 방송 CF를 통해 현대그룹의 선대회장인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을 등장시키면서 현대그룹의 인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 10월 19일 현대건설 인수계획과 관련한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역공을 펼쳤다.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2020년까지 연간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 달성과 현대건설 규모를 5~6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초강수를 두었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은 한국 M&A 역사에 재미있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만약 현대그룹이 인수한다면 이번 M&A의 일등공신은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례가 될 겁니다.” M&A 컨설팅 전문기업 머서 박진석 상무의 평이다. 한마디로 이번 현대가의 M&A 전쟁은 막대한 자금력과 언론과 명분을 업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현대그룹은 현대기아차그룹보다 재무력이 약하다고 보지만 현대그룹은 바로 그 약점을 언론과 대중을 등에 업고 빅딜을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 이번 현대건설 M&A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력이냐, 소통이냐의 싸움?
왜 그처럼 M&A에 사활을 걸까? 물론 현대건설 인수전 의미는 현대가만의 특수한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분명 과거와는 달리 국내기업들의 M&A 움직임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 건수는 모두 494건으로 총 거래액은 20조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가 자산총액 250억원 이상 8621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합병 202건, 영업양수도 81건, 인수 211건 등 총 494건의 M&A가 성사됐다. 이들 총 거래금액은 20조5600억원이며 건당 평균금액은 426억원이다. 또 최근 시가총액 4조~5조가 넘는 현대건설, 우리금융, 외환은행,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대형기업들의 매물도 나와 있어 그동안 냉각됐던 국내 M&A시장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이들 빅5 대어(大魚)급 매물을 놓고 인수전이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질 경우 재계 및 금융계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지난 9월 한국석유공사가 영국계 글로벌 에너지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 지분 64%를 10억7100만파운드(약 1조9000억원, 주당 18파운드)에 공개매수 방식으로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외국기업을 상대로 주식시장에서 1조원대 규모의 지분을 매집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측은 “추가 투자를 통해 다나 페트롤리엄의 지분을 100% 매입키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석유공사의 이번 M&A 사례는 이제 한국기업들이 국내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기업 인수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M&A 전문가들은 아직도 국내기업의 M&A 수준은 해외기업들에 비하면 1/100 수준이라 입을 모은다. “국내 경우 M&A 수준은 이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정도라고 보여집니다. M&A시장은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결국 대기업이 M&A를 해 줘야만 시장이 활성화 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대기업의 경우는 M&A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윤종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의 말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국내 기업구조는 대기업 중심에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기 보다는 내수 중심이고 기술, 인력, 자금 모두 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된 구조라는 것. 그러다 보니 기업이 필요하면 굳이 M&A할 필요없이 그냥 자회사를 설립하는 게 관례였다. “미국 GE나 구글 등 큰 기업들이 우리로서는 말도 안되는 가격에 조그만 기업들을 M&A 하잖아요? 일종의 기업문화일 수도 있겠지만 해외기업들은 새롭게 자체적으로 하는 것보다 M&A 하는 것이 훨씬 비용도 싸고 효율적이라 판단하는 거죠.” 윤 대표는 해외기업들은 조그만 기업이라도 경쟁력을 갖춘데다 모두 글로벌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M&A 하기에 적당하지만 우리나라 경우는 글로벌화된 기업 수준이면 모두 덩치 큰 중견기업이다 보니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분석한다.

PMI(인수 후 통합) 커뮤니케이션 잘 한 두산
그럼 국내에 M&A를 잘하는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전문가들은 두산을 꼽는다. 두산그룹은 M&A를 활용해 사업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다. 외환위기 전 두산그룹은 식품과 건설사업이 주력이었다. 두산이 본격적으로 사업 매각을 통해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선 건 1995년. 한국네슬레, 한국3M, 한국코닥, OB맥주 영등포 공장, 음료사업부문, 두산씨그램 등 1996년부터 98년까지 쉼 없이 사업을 매각했다. 그리고 1998년에는 두산 대명사였던 OB맥주 지분과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했다. 2000년 말부터는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M&A에 나섰다. 첫 출발은 두산중공업이었다. 소비재 경험만 풍부한 두산이 과연 중공업을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발전 담수 등 핵심사업에 집중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후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두산 하이드로 테크놀로지, 2006년 루마니아 두산 IMBG, 두산밥콕, 2007년 두산밥캣, 2008년 노르웨이 목시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나갔다. 특히 밥켓 인수는 M&A 전문가들에게는 하나의 사건으로 통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 건설장비업체 밥켓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금액만 49억달러(두산 발표 4조 5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직 한국에서 그렇게 큰 규모로 M&A를 해본 적도 없는데 과연 두산이 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인수 첫해에 고전을 하다가 다음해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수 후 PMI(인수 후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다고 보여집니다. 기업 문화가 다른 밥켓 인력을 두산이 잘 흡수한 성공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김상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이다. 현재 두산그룹은 M&A 전담팀 조직규모가 약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업 중 M&A 단일 조직으로서는 최대 규모. 두산이 M&A에 강한 것은 바로 맥킨지 인력이 핵심 경영진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맥킨지 출신 대표 인물은 두산 첫 외국인 CEO인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과 이상훈 (주)두산 부사장도 맥킨지 출신으로 이들 모두 두산그룹의 초기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기업금융프로젝트(CFP, 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을 거친 전문가들이다.
“M&A에서 제일 쉬운 게 인수 계약하고 돈 조달해 사는 겁니다. 그건 전 과정의 10%도 안 됩니다. 자금 준비하고 유능한 투자은행 사람 데리고 협상만 하면 됩니다. 그보다는 인수대상 기업 가치에 침해가 안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의 체질을 먼저 갖춰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수 후에 어떻게 할 건지 아이디어가 명확해야죠.” 2007년 11월 밥켓 인수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용성 회장이 밝힌 말이다. 박 회장의 지적처럼 한국기업의 M&A 관행은 경험부족에 의한 실패도 크지만 무엇보다 전체 계획 하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안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기업이 부족한 부분과 강화해야 될 부분이 무엇인가를 설정하고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M&A를 진행하기 보다는 그때 그때 산업시황에 따라, 혹은 골드만삭스나 맥킨지 등이 제시하는 매물 기업 목록을 보고 M&A를 충동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또 한국 기업들이 M&A를 하면 CEO 입장에서는 회사가 한번에 커지는 좋은 계기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 내에 성과를 보기 위해 충동적으로 M&A 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실패도 많다는 것이다.

인터뷰 | 윤종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대기업 하청구조 M&A 활성화 방해”

국내 기업들의 M&A 움직임은?
최근 LS산전이나 금호전기 등 중견기업들이 나름대로 M&A를 조금씩 시작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 경우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대규모 신수종 사업을 서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기존 삼성전자 사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인 만큼 M&A는 필수 사안일 겁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중견기업까지 갈 때 가지는 내수시장만 가지고 먹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규모는 물론 글로벌 시장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수시장만 가지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전문화된 글로벌 기업이 필요한데 그럴려면 M&A가 필요할 수밖에 없고 또 실제로 그렇게 돼 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국내 M&A는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M&A가 활성화될 분야는?
최근에는 IT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면서 M&A가 활발한 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바이오 업체들이나 신성장 기업들 중 초기에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들이 좀 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을 합병하는 형태가 주류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M&A에 대한 걸림돌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M&A 걸림돌이라면?
첫째는 대기업 하청구조입니다. 삼성이나 LG 또는 현대기아차 모두 하청업체를 지정하고 타 경쟁사에는 납품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기업 입장이 있겠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는 경쟁력있고 글로벌화된 중견기업이 탄생하기 힘듭니다. 대만의 경우는 우리처럼 하청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기업과 월드와이드된 중견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둘째는 M&A문화입니다. 꼭 자신이 M&A에 주체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부품업체 경우 기술발전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한가지 기술만 가지고 안주하다가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바뀌면 순간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보다 더 키울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적절한 보상을 받고 회사를 매각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문화가 필요합니다. 마치 M&A로 기업을 넘기는 게 패자로 여기는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마지막 한가지는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만드는 파이낸스 게임입니다. 코스닥에서 기업 내용이 부실한데도 프리미엄 받고 팔고 하는 음성적인 시장이 아직도 많습니다. 물론 어느 국가나 조금씩 생길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비윤리적인 음성적 시장 때문에 M&A를 부정적으로 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M&A시장은 한국의 자본시장을 위해서라도 커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올해와 내년의 국내 M&A 전망은?
M&A가 활성화 될 것은 확실합니다. 기업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본의 의지에 의해 활성화 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에 PF(프로젝트 파이낸스) 펀드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정부 정책자금도 많이 나오고 있고 펀드가 다양한 목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또 펀드 규모도 과거와는 달리 대규모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펀드들이 고용 창출, 신성장 유망분야 등으로 투자처를 모색하게 될 것이고 국내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상당부분이 단순 투자가 아닌 M&A 투자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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