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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쿡방’ 전성시대
대한민국은 지금 ‘쿡방’ 전성시대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4.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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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지만 말고 요리하세요~’ 예능서 시작해 대중문화 코드로 각광

[더피알=문용필 기자] 멋진 앞치마에 온갖 기구가 갖춰진 깨끗한 주방, 신선한 식재료와 예쁜 식기들까지… 주부들이나 요리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봄직한 장면이다. 최근 들어 이같은 ‘쿠킹라이프’에 대한 동경이 점점 커져가는 분위기다. 사먹는 음식에 질린다던지 혹은 새로운 취미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 가운데 직접 요리를 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손수 하는 요리에 대한 니즈는 ‘쿡방’이라는 새로운 대중문화 코드로 반영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만의 레시피에 몰두하고 서툰 칼질에 손을 다치거나, 식기에 담긴 자신의 요리에 일희일비하는 사람들은 어디엔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대중문화계의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먹는 방송을 뜻하는 ‘먹방’이었다. 먹음직스럽게 무언가를 먹는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했고, 어느새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먹방 코드’가 필수적인 요소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촬영되는 리얼리티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먹방과 예능은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여기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했고 먹방을 표방한 드라마 까지도 만들어졌다. <황해>의 하정우로 대표되는 ‘영화 먹방’과 ‘먹방 BJ’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이르기까지 먹방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프로그램, 이른바 ‘쿡(cook)방’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 단순히 맛있게 먹는다는 개념을 넘어서 이제는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나서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쿡방은 ‘옛날TV’에도 존재했다?

돌이켜보면 요리와 방송의 만남은 오래전부터 TV 속에 존재했다. 1980년대 요리프로그램의 양대산맥이었던 MBC <오늘의 요리>와 KBS의 <가정요리>가 대표 케이스다. 여배우들이 진행을 맡고 ‘요리연구가 선생님’이 레시피를 알려주는 형태였다. 이는 지금까지도 요리프로그램의 정형화된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고두심, 김영란, 전인화, 이휘향, 강부자, 박원숙 같은 당대의 스타 여배우들이 MC로 나섰다. 통통 튀는 매력보다는 주 시청자 층인 가정주부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단아한 이미지의 진행자들이 대부분. <오늘의 요리>에 출연했던 요리연구가 이종임 씨와 한복선 씨는 오늘날의 스타셰프 못지않은 지명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남편과 아이를 직장과 학교로 보낸 후 주부들이 TV 앞에 앉아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요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일부 지상파 방송사에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다만, 프로그램에 나오는 요리를 모두가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 지난 1981년 6월 22일자 <경향신문>에는 눈여겨 볼만한 TV 비평이 있다.

<경향신문>은 당시 ‘요리프로 그림의 떡 많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MBC, KBS 두 TV가 매일 아침 9시대에 방송하고 있는 요리 프로그램은 도시 중산층 가정의 식단에 어울리는 소재로 일관, 다양한 계층의 주부들이 참고하기엔 선택의 폭이 좁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주 방송된 <가정요리>와 <오늘의 요리>의 경우도 거의 매회 쇠고기, 햄, 베이컨 등 고급식품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가하면 대부분 기름에 튀기고 볶는 요리가 많아 농어민의 식단에 걸맞지 않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8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햄이나 베이컨은 서민 가정에 보편화되지 않았던 재료였다. 즉, 시청자들과의 ‘눈높이 커뮤니케이션’은 다소 부족했던 셈이다.

▲ 얼마 전 종영된 tvn의 <삼시세끼>는 '유기농 라이프'라는 프로그램 콘셉트와 함께 출연진의 높은 요리솜씨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 cj e&m

그러나 이같은 과거의 지적은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쿡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쿡방의 매력 중 하나는 남녀노소 누구나 비교적 쉽게 따라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레시피 자체도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지 않을뿐더러, 철저한 계량이 필요한 베이킹(제빵) 정도를 제외하고는 ‘눈대중’에 의해 양념을 배합하는 장면이 많다.

식재료도 고급스러운 것보다는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가정집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를 주로 활용한다. 비주얼이나 흥미를 끄는 측면에서는 진귀한 재료보다 못할지 몰라도 이는 시청자들의 ‘따라하기’ 욕구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저 정도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동기를 이끌어낸다.

이와 관련, 올리브TV <오늘 뭐먹지?>를 연출하고 있는 석정호 PD는 “요리 자체가 간소화되고 심플해지는 추세를 타고 (쿡방이) 조명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음식을 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TV에서 그럴듯한 음식을 간단하게 해내니까 보는 사람도 용기가 생긴 것이 아니겠느냐”며 “요리에 취미와 재미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석 PD는 “(오늘 뭐먹지?에서는) 대가들의 맛과 비법을 집에 있는 재료들로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바꿔준다”며 “가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요리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저 만큼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 수준에서 (난이도를) 맞추고 재료도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쓰려고 한다. 레시피를 정할 때 제일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존 요리프로 뛰어넘는 포인트는 ‘재미’

▲ 최근의 쿡방 열풍과 관련해 각광받고 있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 jtbc
쿡방과 기존 요리프로그램의 가장 차별화된 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재미’다. 문화평론가 김헌식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예능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 (최근) 쿡방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리연구가인 최석원 ‘인리원’ 강사는 “예능의 카테고리가 요리까지 넓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며 “해외 (요리) 프로그램 못지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의 <삼시세끼>다. 요리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두 프로그램이 가진 매력과 특징은 다르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자가 실제 사용하는 냉장고를 그대로 스튜디오로 옮겨와 그 안에 있는 식재료로 스타 셰프들이 대결을 벌이는 구도다. 스타들의 푸드 라이프를 공개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셰프들의 순발력과 요리센스가 더해져 진솔함과 세련미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평가다.

<삼시세끼>는 출연자들이 농촌과 어촌에 머물며 직접 재료를 채취해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재료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골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출연자들의 모습과 의외의 요리실력, 일상 속 작은 해프닝들이 깨알 같은 재미를 가져다 준다. 특히 ‘유기농 라이프’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경쟁사회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작은 힐링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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