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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기자를 움직인 강력한 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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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5.04.15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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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올랜도의 도시 리브랜딩 따져보기

[더피알=임준수] 미국 플로리다주의 올랜도(Orlando)시와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에서는 최근 도시 리브랜딩(re­branding)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랜도 경제개발위원회(Orlando DEC)와 올랜도 시장, 오렌지카운티 시장 등이 한목소리로 올랜도 띄우기에 나섰다.

캠페인 브로슈어를 비롯해 방송 인터뷰, 30초 TV광고, 유튜브용 1분 20초 영상 등의 태그라인에 나타난 캠페인 주제(theme)는 ‘당신은 올랜도의 절반을 모르고 있다(You don’t know the half of it)’이다. 세상은 올랜도를 꿈과 행복의 도시로 알고 있지만, 그건 올랜도의 다른 반쪽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는 것. 온전한 합일체의 올랜도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아래 리브랜딩 캠페인 홍보 동영상을 보자.


마술(magic), 환상(fantasy), 꿈(dream), 실현(come true), 행복(happiness)등 기존의 올랜도시를 표상하는 단어들과 함께 혁신(innovation), 첨단(cutting-edge), 번창하는 사업(thriving businesses), 놀랄 준비(prepared to surprise) 등 다른 반쪽을 상징하는 단어와 영상들이 어우러져 나온다.

아울러 올랜도시는 캠페인 홍보를 위해 버디 다이어 시장, 테레사 제이콥스 오렌지카운티 시장, 올랜도 경제개발 위원회장 릭 웨들, 디즈니 월드 중역 등으로 구성된 홍보사절단을 뉴욕시에 특파했다.

방문의 주목적은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CNN> 등 주요 언론에 올랜도가 떠오르는 테크 허브(tech herb)라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제이콥스 시장은 홍보 투어를 통해 엄청난 양의 미디어 노출을 이뤄냈다고 자평한다.

언론 미팅을 앞두고 기자들 앞으로 보도자료와 피치(pitch) 편지, 브로슈어 등 각종 홍보물을 미리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올랜도시 또한 그렇게 했는데 의외의 결과를 맞았다.

▲ 올랜도시는 캠페인 홍보를 위해 홍보사절단을 뉴욕시에 특파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인터뷰 장면(www.orlandotech.org)

<뉴욕타임스>의 기자 조쉬 바로(Josh Barro)는 올랜도시 피치 메시지를 보고 ‘찾기 어려운 차기 실리콘밸리 물색(The Elusive Search for The Next Silicon Valley, 3월 5일자 A3면)’이라는 칼럼을 썼다.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너드(Nerd)들은 올랜도를 사랑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시가 보내온 홍보물에 그렇게 적혀있다. 올랜도시가 테크 허브 도시로 리브랜딩함에 따라 이미 올랜도시는 심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 닥터 수스가 최초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너드(Nerd)의 원래 의미는 영리하고 성적도 좋지만 사교성이 부족해 따돌림 받는 학생을 가리켰는데, 빌 게이츠 같은 너드들이 IT산업의 주역으로 등극하면서 80년대 이후 의미가 격상된 경향이 있다. 출처: nyti.ms/18SuvQE)

그런데 조쉬 바로 기자의 칼럼 논조는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올랜도는 테키닷컴(Techie.com)에서 올랜도를 ‘2014년에 지켜볼 유망한 테크 허브’에 선정했다고 자랑하는데, 혹시 테키닷컴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걱정하지는 마시라. (기자인) 나도 들어보지 못했다. 조사를 해보니 인디애나주의 작은 도시에 도메인을 가진 업체였는데, 몇 달 전에 회사를 접었다.

조쉬 바로는 객관적 데이터를 보면 어느 누구도 ‘너드들이 올랜도를 좋아한다’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미 노동통계국의 통계를 바탕으로 한 브루킹스 연구소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0개의 메트로폴리탄 지역 가운데 첨단산업의 고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새너제이(San Jose)다. 올랜도는 73위. 첨단산업 고용률에서 1위 새너제이 지역(30%)은 2위 시애틀(18%)을 여유롭게 앞서고 있는데, 시애틀 지역에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질로우 등 세계적 첨단 기업들의 본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꽤 큰 격차다.

조쉬 바로는 이 외에도 다른 조사 결과들과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하며 올랜도가 떠오르는 테크의 허브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꼬집는다. 올랜도가 홍보한 내용을 도마에 올려놓고 완전히 난도질한 셈이다. 그래놓고는 미안했는지 마지막에 건설적 조언을 던진다.

올랜도시는 좀 더 겸손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내 동료인 클레어 밀러 기자는 한 도시가 첨단산업 급증을 알리는 데 있어 이례적으로 겸손한 표현을 쓴 피치(pitch)를 받았다. (바로 시카고시에서 온 피치였다): “시카고시는 결코 실리콘밸리를 따라 잡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제 디지털 스타트업 회사들은 생존하기 위해 시카고를 떠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While Chicago may never give Silicon Valley a run for its money, digital start-ups no longer have to leave Chicago to survive).”

‘너드(Nerd)’ 둘러싼 공방

▲ 올랜도시의 리브랜딩 피치 메시지를 보고 <뉴욕타임스>의 기자 조쉬 바로는 ‘찾기 어려운 차기 실리콘밸리 물색(the elusive search for the next silicon valley)’이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혹평했다. 해당 기사 인터넷판 화면 일부.

조쉬 바로의 이같은 조언은 원론적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실현 가능한 캠페인 목표를 설정하고 홍보함에 있어 실체보다 뻥튀기는 주장은 지양해야 한다.

미 헐리웃 PR계에서 유명한 하워드 브래그먼은 <내 15분은 어디 있지?(Where’s My Fifteen Minutes?)>란 책에서 PR을 펄셉션(Perception·지각)과 리얼리티(Reality·현실)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지각이 실체보다 나을 경우 PR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실체는 ‘나가수’급인데, 공중이 노래실력을 잘 몰라주면 PR이 필요하다.

이것이 올랜도시가 캠페인을 하는 이유다. 분명 올랜도의 상공인들은 현재 신흥 IT 관련 사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산업 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 점을 홍보하고 싶은 것이다.

반면 조쉬 바로 기자는 올랜도시가 현실과 동떨어진 과장된 홍보를 하고 있다고 느낀 것 같다. ‘떠오르는 테크 허브’라는 표현을 보고 올랜도가 ‘차기 실리콘밸리’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뉴욕시의 뉴스룸에 앉아 느끼는 체감온도로는 올랜도에 불어 닥친다는 테크 열풍이 느껴지지 않았을 듯하다. 그래서 객관적 정보에 기대 ‘너드들은 여전히 실리콘밸리를 사랑해’라고 반박하면서 ‘제발 현실에 맞는 메시지를 가지고 피치해 주세요’라고 당부한 셈이다.

홍보사절단 활약, 실패? or 성공?

그렇다면 올랜도시의 홍보사절단은 목표에 실패한 것일까? 아니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일까?

결론은 후자에 가깝다. <뉴욕타임스> A3면에 광고를 제외한 전면에 기자 칼럼이 실렸으니, 광고가치환산(AVE)을 해보면 분명 대박 난 홍보다.

거기다가 <뉴욕타임스>와 제휴한 많은 신문사들이 해당 기사를 게재했고, 플로리다 주요 언론들은 기사와 관련해 올랜도시의 반응 등을 다시 취재했다. 경제채널 <블룸버그TV> 또한 다이어 올랜도 시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블룸버그TV>가 뽑은 헤드라인은 ‘왜 올랜도가 차기 실리콘밸리가 될 수 있는가?’였다.

꽤 높은 미디어 임프레션(media impressions)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 PR 측정에 의거하면 올랜도시의 홍보는 소기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칼럼이 올랜도시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해버린 것이기에 내용적으로 보면 한방 먹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랜도시의 홍보사절단은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일단 ‘너드는 올랜도를 사랑해’라는 피치 문구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훌륭한 피치는 기자의 마음이 돼 설득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 먹혀들 확률이 가장 크다.

▲ ‘당신은 올랜도의 절반을 모르고 있다(you don’t know the half of it)’는 주제로 진행되는 리브랜딩 캠페인 홈페이지.(www.orlandoedc.com/home.aspx)


만약 올랜도시에서 ‘올랜도에 일어나고 있는 하이테크 붐’이라고 피치 헤드라인을 뽑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조쉬 바로 기자는 기사를 바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도시들도 그에게 ‘OO시에 불고 있는 테크 붐’이라는 피치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기자일수록 하나의 정보에 바탕을 두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 가령 실리콘밸리 밖에서 벌어지는 하이테크 붐이라는 기사를 쓰려면 텍사스주 오스틴, 애리조나주 피닉스, 일리노이주 시카고, 콜로라도주 볼더 등에서 보낸 메시지를 종합해서 뭔가 통합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기사를 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너드는 올랜도를 사랑해’라는 메시지는 어찌됐건 조쉬 바로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심기가 불편해지면서도 거기서 그는 뉴스가치를 발견했을 것이다.

또 다른 가정을 해보자. 만약 올랜도시가 ‘벤처 창업자는 올랜도를 사랑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 역시 기자로 하여금 피치에 덜 관심을 갖게 했을지 모른다.

사실 ‘너드(Nerd)’는 요즘 잘 나가는 콘셉트다. <너드들의 반란>이란 영화도 있었고,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만화시리즈의 제목이 <Nerds>고, 너드 캔디도 나왔다. 인터넷에는 빌 게이츠가 “너드들에게 잘해주세요. 미래의 당신 상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떠돈다. 출처가 왜곡된 인용이지만 공감률은 꽤 높다.

‘벤처 창업자는 올랜도를 사랑해’라는 말 대신에 ‘너드들은 올랜도를 사랑해’라고 표현함으로써 ‘피치 문구를 가차 없이 다듬어 줄일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줄여라(Ruthlessly trim your pitches to make them as short as possible)’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중요한 피칭 전략의 모범을 보여준 셈이다. 또 ‘대중문화를 통해 친근해진 콘셉트를 이용해 피치를 돋보이게 만든’ 좋은 사례로도 볼 수 있다.

돋보이는 피치, 대응은 ‘논리 vs 논리’

나아가 조쉬 바로의 칼럼에 대한 올랜도시의 대응도 수준급이었다. 버디 다이어 올랜도 시장은 시(市)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바로 기자의 칼럼을 맞받아쳤다. 블로그 포스트의 제목은 ‘뉴욕타임스, 당신들 정말로 올랜도의 절반을 모르는군요’다. 이 글에서 다이어 시장은 조쉬 바로가 자신들의 홍보 요지를 놓쳤다고 비판한다.

“그는 우리 올랜도가 ‘차기 실리콘밸리’가 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올랜도 주민 누구라도 붙들고 과연 우리(올랜도)가 차기 실리콘밸리를 꿈꾸는지 물어보라. 아마 사람들은 실리콘밸리 주민들이 차기 올랜도가 되고 싶어 하는 만큼 올랜도가 실리콘밸리가 되길 원한다고 답할 것이다.”

다시 말해 올랜도시에게 차기 실리콘밸리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 것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에게 차기 (디즈니의 도시) 올랜도가 되고 싶으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우둔한)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환대산업에서 일어나는 IT 혁신이 꼭 올랜도에 밀집해 일어날 이유가 없다”는 바로 기자의 주장에도 실제로는 그렇게 돼 가고 있다고 반박한다. 다이어 시장은 조쉬 바로 기자를 향해 “당신이 휴가를 계획할 때, 설령 그것이 우리 올랜도에서 보낼 휴가가 아닐지라도, 당신은 우리 지역에서 개발된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여행을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일침을 놓았다.

▲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orlando)시는 도시 리브랜딩 일환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캠페인 홍보 영상 화면 캡처.

논리에는 논리로 맞받아치고 비꼰 대목에 대해서는 같이 비꼬면서 그는 이렇게 글을 마친다.

“나는 바로씨가 우리 올랜도를 방문해서 여기 ‘테크 밋업(Tech Meetup)’에 참석해 보거나, 노나호수 지역의 첨단의학연구단지인 메디컬 시티(Medical City)를 방문해 5000여개의 생명과학 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 지를 보길 원한다. 아니면 실리콘밸리나 뉴욕시가 아닌 올랜도를 선택한 새로운 창업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길 바란다.”

다이어 시장이 말한 대로 올랜도시는 직접 “올랜도는 차기 실리콘밸리를 꿈꾼다”고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나 <블룸버그>는 모두 ‘차기 실리콘밸리’를 언급했다. 직접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제목을 뽑은 것은 그만큼 홍보사절단이 열정적으로 피치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랜도시가 홍보물에 테키닷컴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매체, 그것도 현재는 사이트 자체가 사라져버린 곳을 인용해 피칭을 한 것은 옥에 티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매체로부터 아무런 지지도 받을 수 없는 주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캠페인 전에 능력 있는 PR회사를 고용했다면 올랜도를 부각시키는 폴(poll) 결과를 만들거나 IT전문 잡지를 통해 ‘떠오르는 유망 테크놀로지 허브’ 기사를 미리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먹히는 피치 문구를 계속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올랜도시의 리브랜딩 캠페인은 ‘Nerds love Or­lando’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캠페인의 홈페이지도 이 슬로건을 딴 도메인에 유치해야 하고, 슬로건이 계속 확대 재생산될 수 있도록 다른 홍보물을 만들고 검색엔진을 최적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지각과 현실의 균형 찾기도 고려해야 한다. 올랜도시의 오피니언 리더 중 한 명은 이번 홍보 캠페인이 소기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하면서도, “비판을 받아들여 우리가 차기 테크놀로지 허브가 될 만큼 충분히 노력했는지를 돌아보고 너무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신중한 의견을 내놨다.

마지막으로 올랜도 기술협의회(Orlando Tech Asso­ciation)가 커뮤니티의 여론지도층 인사들의 의견을 물어 이들의 다양한 견해를 블로그를 통해 공유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그렇지만 여론지도층 인사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의견도 구했더라면, 또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졌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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