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사망하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3년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만약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비장한 말로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떠나 현직 총리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검찰이 이 총리를 빨리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총리가 과연 총리직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직을 유지한 채 검찰수사를 받는다면 현 정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국정 2인자’라는 국무총리의 위상을 감안하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일어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로서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셈이다.
주요 일간지들도 15일자 사설을 통해 이 총리의 거취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논조와 이유의 차이는 다소 있지만 상당수의 주요 언론들은 이 총리가 직무를 중단하거나 사퇴한 후에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요 신문 15일자 사설>
▲조선일보: 李 총리, 현직에서 '3000만원 의혹' 수사받는 게 타당한가/여야, 노동ㆍ공공 개혁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이완구 수뢰 의혹, 성역 없는 수사로 국정마비 막아라/공관이 공격받는데 외교부가 대사 행방도 몰랐다니
▲동아일보: 朴대통령, '수사대상 1호' 총리에 직무대행 맡길 수 있나/리비아공관 IS 테러대응, 외교부는 거짓말했다/3년 8개월 만의 코스피 2100 돌파가 불안한 이유
▲한겨레: 이완구, 총리직 물러나서 수사받아야/특별수사팀, 지금 방식으론 신뢰 얻기 어렵다/경기부진에 제대로 대처 못하는 정부 재정
▲경향신문: 이완구 총리, 최소한 직무 중단하고 수사 받아야/어이없는 여당 의원의 '경향신문 압수수색' 발언/국민 혈세만 축내는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한국일보: 이완구 총리, 이래 가지고 직무 수행할 수 있나/특별교부세 맘대로 배정, 투명화 방책 찾아야/반길 수만은 없는 코스피지수 2100 돌파
▲국민일보: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국가현안 방치돼선 안된다/검찰조사 받는 이 총리, 국정수행 제대로 하겠나/공관 피습에 대사 소재도 파악 안한 외교부
▲서울신문: 檢, 李총리 '3000만원 의혹' 제대로 수사해야/거짓말, 기강해이...외교부를 믿을 수 없다/민주노총 파업 접고 대화의 場에 나와야
▲세계일보: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면 나라꼴이 뭐가 되는가/리비아 대사 귀국도 모른 ‘황당한 외교부’/위안부 교재 하나 제대로 못 만드나
▲매일경제: 코스피 2100 돌파와 2%대 저성장 우려되는 경제/이완구 총리 최우선 수사해 혼란 매듭지어야/야당은 IP 카메라 핑계로 保育法 개정 지연 말라
▲ 한국경제: 공공기관 甲질에 대한 건설사들의 소송을 지지한다 /“돈부터 내라”는 징세편의주의에 제동 건 법원/전직 장관들이 로펌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신다면...
경향신문은 ‘이완구 총리, 최소한 직무 중단하고 수사 받아야’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문제는 이 총리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사를 받는다면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란 점”이라며 “법무부 장관을 통해 사실상의 수사 조율 및 지휘권을 가진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터”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직 총리가 검찰에 소환되는 것 자체가 초유의 일이다.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도덕적·정치적 권위와 리더십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국정의 무거움과 국무총리의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이 총리 스스로 사퇴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게 정도다. 그것도 안된다면, 사법적 판단이 완결될 때까지 총리의 직무를 중단하고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李 총리, 현직에서 3000만원 의혹 수사받는 게 타당한가’라는 사설을 통해 “이 총리가 현직에서 검찰 수사를 받으면 곧바로 수사의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어날 게 뻔하다”며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당사자인 이 총리,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논조를 폈다.
한국일보는 ‘이완구 총리, 이래 가지고 직무 수행할 수 있나’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 트라우마가 극심한데 또 총리가 비리 문제로 낙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크게 흔들리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렇다고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이 총리가 스스로 거취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달리 길이 없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朴대통령, ‘수사대상 1호’ 총리에 직무대행 맡길 수 있나’라는 사설에서 “현직 총리가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부패 의혹을 받는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한다는 것도 코미디다. 공직사회에서 영(令)이 설 리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 총리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이제라도 사퇴해 본인과 박근혜 정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한겨레도 “이 총리는 이미 총리로서 내각을 통할할 권위와 체통을 잃어버렸다. ‘피의자 총리’가 내리는 지시가 공직사회에서 무슨 영이 서겠는가. 이 총리 자신도 범죄 혐의 방어가 일차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나랏일이 손에 잡힐 리 만무하다”며 “차라리 이 총리가 물러나 자신의 무죄 입증에나 힘을 쏟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좋은 일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사제공 논객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