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M&A, 커뮤니케이션에 달렸다
성공적 M&A, 커뮤니케이션에 달렸다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11.0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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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범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지난 7월 삼성경제연구소는 ‘글로벌 우량기업 M&A 특징과 유형별 성공전략’을 발표했다.
약 100쪽에 이르는 보고서에는 국내 M&A의 실태는 물론 글로벌 우량기업의 M&A 특징과 M&A 유형별
성공전략, PMI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국내 M&A를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에 함께 참여한
김상범 수석 연구원을 만나 M&A 커뮤니케이션 성공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M&A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M&A가 한국에서는 그다지 활발한 상황은 아닙니다. 해외기업들의 적극적인 트렌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여타 신흥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뒤쳐져 있는 것 같고요.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는데 대다수 CEO들이 해 보겠다는 의지를 많이 보였습니다. 다만 염려되는 부분은 M&A에 대한 경험이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시도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과 누군가가 알려주거나 가이드라인을 주면 확신을 가지고 진행해 보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이테크 분야나 IT 분야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들어 M&A 관련 문의도 부쩍 많아졌고요. 국내 기업에 M&A가 활성화가 될 것 같으면서도 주춤하고 있는 것은 촉매제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신념입니다. 왜냐하면 M&A는 CEO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국내 기업 중 M&A를 잘 하는 기업은?
M&A는 역시 많이 해 본 기업이 잘 합니다. 경험이 많으면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은 많이 해 보질 않았기 때문에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만 두산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활발한 편입니다.

국내 기업에 M&A가 왜 중요한가요?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자체 성장만으로는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좋은 제품을 팔아 지속적으로 고객을 발굴하면 가능하겠지만 지금 같은 시장환경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죠.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인 주주나 이사회 등은 빠른 성장을 원하는데 일반적인 성장 구도로는 그걸 맞추기가 어렵습니다. CEO들 대부분이 성장측면에서 M&A를 해야겠다는 인식들을 가지고 계시는 거죠. 또 경쟁력 측면에서도 보면 조선, IT, 그린 분야 등 해외에서 우리와 직접 경쟁하는 기업들은 열심히 M&A 하면서 역량과 기술들을 확보해 가고 있는데 우리는 과연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이 하고 있고요.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는 어떻게 고려됩니까?
공기업에서 진행하는 M&A는 자원확보 차원에서 국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지요. 유전이나 광산 등 국가적인 공공 가치를 위해 하는 겁니다. 비교적 자원 M&A는 쉬운 편입니다. 왜냐하면 자원은 가치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광산, 유전 등은 어느 정도 매장량이 확인이 되고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것들 위주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리스크가 적습니다. 반면에 기업들이 진행하는 M&A는 해당 지역의 시장, 기술력, 영업망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도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는 것은 인력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인력을 흡수하지 못하면 가질 수 있는 유형자산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M&A 시장은 어떻게 형성돼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국내기업이든 해외기업이든 M&A 물건을 직접 서치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직접 M&A할 기술업체 리스트를 만들고 직접 평가하고 값을 매겨 인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M&A 시장은 기본적으로 브로커 시장입니다.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 등 국제 유수의 M&A 컨설팅업체나 법률회사, IB회사(투자회사)들이 목록을 만들어 가지고 옵니다. 기본적으로 정보 자체가 브로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이 아직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작기 때문에 브로커들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지요. 때문에 기업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M&A에서 실패사례는 어떤 게 있습니까?
M&A 성사 시점에는 두 회사가 합쳐져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CEO가 장담하며 인수했는데 몇 년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해서 다시 갈라서거나 심지어 망한 케이스도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처음 선택이 잘못됐다, 값을 너무 많이 지불했다, 또는 내부 임직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또 피인수 임직원들을 ‘킵(keep)’하지 못했다 등 아주 많은 얘기가 나옵니다만 그 중 무엇이 정확한 실패 원인인지는 기업 모두 감추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해외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M&A 결정의 성공 여부를 가격이라고 말합니다만 사실 가격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냐, 200억이냐, 아니면 1조냐 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당시의 자료를 가지고 합리적인 판단을 합니다. 물론 지나고 나서 지불 가격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말 할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 당시에는 인수업체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가지고 진행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또 기본적으로 M&A는 브로커가 지배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은 브로커가 정합니다. 그 상태에서 상호 네고 폭을 좁히고 성사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때문에 실제로 결정하는 입장에서 가격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M&A 했을 때 바로 인수회사의 고급인력들을 누수없이 ‘킵(Keep)’할 수 있느냐 입니다. 특히 동양계 기업들은 서양계 기업들을 인수해 성공한 사례가 매우 드물지요.

해외 M&A의 어려운 점은?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동양계 대부분의 기업들은 성과급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공서열에 의한 급여체계입니다. 해외는 수평적인 체계에다 성과급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상호 체계를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노무라에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몇 개 해외 선진 금융기업들을 M&A 했습니다만 해당 기업 직원들이 노무라 인수 소식을 듣고 심하게 동요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이유는 ‘노무라가 들어오면 월급을 작게 줄 것이다’라는 소문과 무엇보다 ‘우리가 어떻게 아시아인 밑으로 들어 갈 수 있나’ 하는 자존심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지요. 이 때문에 노무라가 해외 인력을 잡아 두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붙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M&A는 인수 과정 못지않게 설득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M&A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생기는 일들이라면?
M&A 성공의 핵심은 인력을 ‘킵’하는 겁니다. 피 인수회사 입장에서 보면 잘 돼서 M&A 되는 것 보다 잘 안돼서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피인수기업 직원으로서는 인원조정과 급여 삭감 또 점령군이 들어올 것이다 하는 염려를 하게 됩니다. 때문에 이 회사에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지요. 또 핵심인재들은 어디든 갈 곳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수인력들은 잡아 두기가 힘든 거죠. M&A 성공사례로 꼽히는 미국 기업의 경우를 보면 M&A 즉시 CEO가 회사를 방문해 수개월간 3만명 직원을 소그룹 미팅을 통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고 또 핵심인력들은 1:1로 만나 설득해 회사의 핵심인력들을 거의 모두 ‘킵’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PMI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면 M&A 후 기업이 망할 수도 있습니까?
그건 100% 맞는 말입니다. M&A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PMI입니다. 예전에는 금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들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PMI입니다. 이걸 정말 잘해야 되고 또 중요하다고 보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 해 본 기업들이 많질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없는 거죠. M&A 앞단인 딜을 하거나 소싱하는 부분은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힘을 빌릴 수 있는데 뒷단인 PMI를 실행하고 인력을 잡아 두는 건 스스로 또 장기적으로 수행해야 되기 때문에 경험 없는 기업들이 어려워 하고 있는 부분이죠. 미리 준비하기도 어렵고 뭘 해야 될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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