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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비서’ 향한 러브콜[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가능성과 ‘초심’

[더피알=신현일]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은 감동적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를 둔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야후(Yahoo)의 창업자 제리 양이 최근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는 업체가 있어 화제다. 바로 ‘미미박스(memebox)’라는 벤처기업인데 작년 하반기 동안만 330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를 이끌었다.

투자자 면면도 화려한데 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 양, 비트코인계의 큰 손으로 통하는 윙클보스 형제, 전 디즈니와 갭(Gap)의 최고경영자(CEO) 폴 프레슬러, 드롭박스 1호 투자자 페즈먼 노자드, 구글 초기 투자자 바비 야즈다니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다.

   
▲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 미미박스는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이 주목해 화제를 낳고 있다. 사진: 미미박스 홈페이지 화면 캡쳐.

미미박스는 매월 정액 요금을 내면 전문가가 선정한 화장품 세트를 한 달에 한 상자씩 보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구독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과 인터넷 기반 e커머스(e-Commerce)의 합성어로, 마치 신문·잡지를 정기 구독하듯 일정한 비용을 내면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보통 정기적으로 배달을 받는 상품들은 대부분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이나 사러 가기 귀찮은 소모품인데 온라인 커머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 구매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일명 ‘햄릿 소비족’들을 위한 맞춤형 커머스로 인터넷 유통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e-커머스에 달아오른 시장

서브스크립션은 2010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다니던 두 여대생이 ‘쇼핑을 누군가가 대신해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단순한 고민에서 만들어졌다. 매달 10달러의 금액을 지불하면 고급 화장품 샘플 4~5개를 배송해주는 버치박스(Birch box)가 시초가 됐다.

여대생의 장난 같은 서브스크립션 사업이 성공을 거두자 미국에서는 슈대즐(Shoedazzle·구두), 위틀비(Wittlebee·아동복), 비스포크 포스트(Bespoke Post·남성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생겨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남성 액세서리 전문 서브스크립션 커버스인 비스포크 포스트. 사진: 홈페이지 화면 캡쳐.

국내에는 2011년 6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시박스가 화장품으로 처음 선을 보였으며, 그 후 2012년에 미미박스가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국내업체로선 최초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미박스는 설립 첫해 10억원, 2년차인 2013년 5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으며.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미미박스 미국지사는 미국에서 가장 성장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평가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사업지원 크레딧까지 받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2012년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은 미미박스를 필두로 도로시박스, 훈녀박스, W박스 등 뷰티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 위주였지만 역시나 새로운 커머스 아이템에 굶주려 있던 대기업 계열의 유통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했다.

자체 구매인력(MD)을 갖춘 TV홈쇼핑과 대형 인터넷 쇼핑몰들도 앞다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NS홈쇼핑의 온라인몰인 NS몰은 제주도 특산물 공동브랜드 ‘해올렛’과 손잡고 제주에서 생산한 친환경 식재료를 배송하는 친환경 식재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NS정기배달’을 실시한 바 있다. 이마트는 대형마트 최초로 정장남(정기적으로 장봐주는 남자)을 제작해 상품을 자동으로 결제하고 원하는 날짜마다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오픈마켓 쇼핑몰인 옥션은 총 18개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가 참여하는 ‘옥션 뷰티 캐치 박스(Auction Beauty Catch Box·ABC박스)’를 새롭게 선보였으며, 11번가도 뷰티 MD 20명이 엄선한 남성 화장품 패키지인 ‘맨즈 뷰티박스’를 출시했다.

쇼핑몰뿐만 아니라, 멤버십 포인트업체인 ‘OK캐쉬백’은 종합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덤앤더머스’와 손잡고 생활필수품을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OCB박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셜커머스의 대표주자인 ‘쿠팡’ 또한 올해 3월부터 기저귀, 물티슈 등 유·아동 상품을 비롯한 10여개 제품을 선정해 서비스를 시행하고, 추후 품목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화장품부터 먹거리, 생필품까지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된 서비스크립션 커머스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현재, 누가 소비자에게 합격점수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반전 끝난 하프타임, 후반전 전략은?
 

   
▲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꾸까(kukka)’.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형태는 우리에게 그리 어색한 것은 아니다. 이미 아침마다 신문과 우유를, 매월 잡지와 문제집도 받아봤다. 결국 나에게 꼭 맞는 전문가의 추천, 즉 큐레이션되어 오는 다양한 제품의 신뢰도와 이런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만족감, 정액가보다 높은 배송제품단가 등이 현재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앞서 청사진처럼 늘어놓았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들 중 절반 이상은 그 서비스가 중단됐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년 동안에 규모는 증가했으나 활화산처럼 불붙었던 시장의 흐름이 현재 주춤하고 있다. 아마도 미투(Me too) 서비스가 난립해 진정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맥락이 희미해진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전반전이 끝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의 후반전 전략은 어떠해야 할까? 단기 승부라면 분명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 구성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나만을 위한 정성스러운 선물’과 ‘전문가의 추천’이라는 콘셉트는 끝까지 고수해야 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의 ‘초심’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 초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꽃을 생일 선물로 받았다. 꽃다발과 꽃병, 편지를 담은 박스였다. 감동을 선사한 제품은 이름도 생소한 ‘꾸까(kukka)’라는 브랜드였다. ‘꽃으로 행복한 라이프스타일 만들기’라는 비전으로 2주에 한번 전문 플로리스트가 각 계절에 맞는 꽃으로 구성한 부케를 배송해주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였다.

화훼업계가 시들어가는 요즘, 그리고 특별한 날에만 구입하는 사치품이라 취급되던 꽃배달 서비스에 이 브랜드는 디자인, 가격, 감성을 새로 입혀 경쟁력을 확보했다. 감성을 자극하는 엽서와 박스 패키징,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가장 중요한 꽃의 구성을 통해 받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선사하고 있다. 꾸까는 정기적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꽃을 선물한다고 한다. 일상을 치유하는 일련의 활동이 꾸까의 초심이며 사랑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신현일

트라이앵글와이드 전략기획본부 이사

브랜드컨설턴트를 거쳐 3년 전 험난한 IT업계에 발을 내딛어 전략기획을 맡고 있으며 브랜딩과 디지털업계를 이어줄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서바이벌 중.

신현일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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