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보이는 것에 반응한다
소비자는 보이는 것에 반응한다
  • 김지헌 세종대 교수 (jihern@sejong.ac.kr)
  • 승인 2015.04.20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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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헌의 브랜딩 인사이트] 가시적 정보가 행동 변화로

[더피알=김지헌]  인간이 시각을 통해 수집하는 정보의 양은 오감을 통한 전체 정보수집량의 약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인지심리학 관점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가 오감을 통해 획득한 새로운 정보를 브랜드와 관련된 기존 지식체계(또는 기억)를 기반으로 해석, 조직화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이는 브랜딩이 정보수집으로부터 출발함을 알 수 있으며, 시각적 정보가 브랜딩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물론 다채로운 시각정보는 소비자의 주의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1차적인 효과가 있지만, 소비자의 정보처리 과정에 도움을 줌으로써 브랜드의 차별적 포지셔닝을 강화하고 소비자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각적 정보가 주는 의미 있는 추론

먼저 시각적인 정보는 브랜드의 차별화된 혜택을 소비자에게 좀 더 선명하게 인식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쿠아프레시(Aquafresh)는 좋은 향과 치아 미백에 강점이 있는 클로즈업(Close-UP)과 충치예방에 강점이 있는 크레스트(Crest)의 세 가지 혜택을 모두 통합한 다목적 치약으로 출시됐다.

▲ 세 가지 혜택을 통합한 치약이라는 점을 가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세 가지 색깔의 줄로 디자인된 아쿠아프레시(aquafresh).

세 가지 혜택을 통합한 치약이라는 점을 가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세 가지 색깔의 줄을 가진 치약으로 디자인됐다. 물론 색깔과 치약의 혜택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치약을 사용할 때마다 소비자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세 가지 혜택이 통합됐다는 사실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시각적 정보는 소비자의 추론을 브랜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피앤지(P&G)에서 출시한 폴저스(Folgers) 인스턴트커피는 커피입자가 크리스털 모양(flaked coffee crystal)으로, 독특한 디자인을 특허등록까지 한 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레 크리스털 입자로 인해 커피 맛이 좋을 것이라 추론해 상당한 매출실적을 올릴 수 있었는데, 사실 인스턴트커피는 물과 접촉하면 순식간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입자의 모양이 맛에 어떠한 영향도 줄 수가 없다. 폴저스의 이런 의미 없는 차별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각적 정보를 통해 소비자의 의미 있는(?) 추론을 유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각적 정보는 지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결합될 때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태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기부와 같은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비자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성공한다고 해도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참여가 어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시각정보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고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백 마디 말보단 한 번의 체험  

성공사례로 먼저 ‘닭 자판기’를 들 수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길거리에 16마리의 닭이 비좁은 공간에 촘촘히 들어가 있는 자판기처럼 보이는 기계 하나가 설치됐다. 물론 자판기처럼 돈을 넣는다고 닭이 나오는 것은 아니며, 물건이 나오는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모든 닭의 68%는 달걀 낳는 기계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공장식 동물사육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은 현장을 오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동한 네티즌 덕분에 SNS를 타고 빠른 속도로 전파될 수 있었다.

태도의 변화를 넘어 즉각적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온 다른 사례는 독일자선 단체가 공항에 설치한 ‘카드로 자르기’ 캠페인이다. 예를 들어 벽면에 빵 사진을 걸어놓고 빵 사이를 카드로 긁으면 빵의 일부가 잘려나간 사진으로 바뀌고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그 빵 조각을 가져가는 장면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카드를 긁으면 2유로가 결제되고 그 금액이 굶주린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쓰이게 된다는 사실을 참신한 시각적 정보로 효과적으로 전달해 참여자 수를 성공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같은 방식으로 두 손을 묶어놓은 밧줄 사이를 카드로 긁으면 밧줄이 풀려 작은 기부가 노동착취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음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 유니세프가 시행한 ‘롤리폴리 기부박스’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들 수 있다. 도심 한 가운데 아프리카 어린이의 사진을 담은 오뚝이가 설치됐다. 그런데 반쯤 쓰러졌다. 넘어져 있는 오뚝이에 동전을 넣을 경우 무게중심이 변화해 서서히 일어서게 된다. 기부한 돈이 식수부족으로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일으킬 수 있음을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캠페인 참여를

이처럼 소비자는 보이는 것에 더 즉각적이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기업들은 시각적 정보가 브랜드의 혜택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소비자의 정보처리 과정에 변화를 줌으로써 경쟁브랜드와 효과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뿐 아니라, 행동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KAIST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KT마케팅연구소와 CJ제일제당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소비자심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여 IMM, IJRM, AJSP 등 국내외 유명학술지에 논문들을 게재, 우수 논문상 및 강의 우수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ih­er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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